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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15

작성일
12-07-25 21:34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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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솔사역



다솔사역 가는 길.
곤명면사무소 인근까지는 버스를 탔고... 그 다음부터는 걸었습니다. 날이 저물다 못해 밤이 깊을 때까지...



다솔사부터 북천을 거쳐 양보역까지 걸은 경로. 여행은 서서히 그 절정을 향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전선이 사천을 지나는 줄은 전혀 몰랐어요. 밀양에서 출발하여 창원 마산 함안 진주 하동 광양 순천을 향하는 줄 알았는데... 저번회에 올라온 완사역과 지금 가는 다솔사(폐)역, 이 두 역은 사천시 곤명면에 속하는 곳이더군요. 물론 사천시의 서북쪽으로 길게 뻗어나온 변두리를 슬쩍 지나가는 것일 뿐인지라, 사천에 갈 때 완사역에서 내려서 가야징 우히ㅤㅎㅣㅋ~ 이런건 절대 말리고 싶습니다만... 아무리 철덕이라도 열차타고 사천에 가... 야죠. 철덕인데 당연히 열차타고 사천에 가야하는거 아닙니콰? 낄낄~~

물론 간다면 진주역에서 내려서 사천가는 버스를 이용하는게 상식적이겠... 지만 저는 몰상식한 악질철덕이라 개양역에서부터 걸어갈겁니다. 흥~



여행을 떠나기전에 꼭 필요한 것은 교통수단에 대한 억세스겠죠. 혹시 시골에서는 교통카드가 안되는 곳이 있지 않을까, 대비하여 항상 현금을 챙겨 다녔는데... 거의 모든 곳에서 교통카드는 잘 통합니다만, 바로 이 완사에서 다솔사가는 곳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통카드가 먹히지 않는 경험을 했네요. 보시다시피 설비는 되어 있는데, 아직 작동을 안한다, 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도시스러운 것이 순순히 통하지 않는곳이 아직도 있다, 라는 느낌에 반가운 느낌까지 들었더랬습니다.



버스는 2번국도를 훨훨 달려갑니다. 여기서 양보산골마루까지는 차를 타든 걸어가든 줄창 2번국도입니다. 2번국도라면 꽤나 중요한 간선국도이지만... 제가 걸어간 구간에서는 거의 전구간이 왕복2차선의, 통행량도 한산한 조용한 시골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더랬습니다.

물론 나중에 사진도 슬쩍 올릴거지만 거하게 공사중이어서 이내 호젓한 시골길은 국도의 자리를 내 주고 지방도로 격하되든지 할 것 같긴 합디다만...



나를 태우고 온 모든 것들에게 경의를...



곤명면의 중심지입니다. 저 원전슈퍼가 버스터미널역할까지도 하고 있더군요. 이때 시각이 대략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혹시나 북천에 가는 막차가 있을까 물어봤는데, 있긴 있지만 7시나 되어야 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당연히 그 시간에 북천에서 나가는 버스는 끊기고 없구요. 이날의 목적지는 하동. 그 이전에는 숙소를 구할 길이 없습니다. 자려면 노숙해야되는... 남은 여정은 다솔사, 북천, 양보, 횡천을 지나 하동까지인데... 그 버스를 기다리다가는 도저히 답파할 수 없습니다. 어쩔수 없이 다솔사역을 본 다음 북천까지 걸어가기로 합니다.



한적한 곤명면을 구경합니다. 면의 중심지지만 주민이래봐야 수백명 정도가 될까말까한 작은 마을입니다.



작은 개울이 하나 흐르고 있습니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곤양천이라고 하는군요. 지금에서야 알게된거지만... 이 곤양천은 무려 남해바다로 바로 흘러들어가는 강이네요. 작은 개울이지만 지천이 아니라 본천입니다. 가물었다고는 하지만, 주변에 물을 머금은 숲을 지닌 산들이 많아서 그런지 물이 제법, 본천답게 유유히 흘러내려갑니다.



강변을 향해 꽃을 드리운 작은 집이 눈길을 끕니다.



할 말을 잃는 것을 압도된다, 라고 한다면 굳이 거대하고 장절한 풍경이 아니라도 충분히 압도될 수 있습니다. 이... 기막힌 어우러짐 앞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또 할 말을 잃었어요.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표현의 한계를 느끼는 모습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작은 집이 또 있을 수 있을까요. 조용한 시골 마을, 유유히 흐르는 작지만 의연한 물가에 작은 오막살이 지어놓고 아침에는 개울소리에 깨고 밤에는 산바람을 쐬며 잠드는 그런 삶이란... 시골에서의 삶에 대해 별 다른 환상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나, 직접 보고서, 환상이 깨기는 커녕 오히려 환상을 품게 만드는 경험은 저의 부족한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경험입니다.

이 사진또한 이번 여행에서 제가 베스트로 꼽는 사진중 하나입니다.



이 때는 몰랐지만, 이 흐름을 따라가면 남해바다다, 라는걸 알았다면 더더욱이나 감회가 컸으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앞서회의 가화강이 가화강이라 불릴수 있는 이유도... 남강의 지천이 아니라, 오히려 진양호의 물이 흘러 남해바다로 바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는 것 때문인거 아닌가 싶더군요. 이 곤양천과 가화강이 남해바다에서 어귀들이 맞닿습니다. 물은 결국 바다에서 만납니다.



그래도 철교가 더 좋은 저는 어쩔수 없는 악질 철덕입니다. 하앍하앍~



얼핏보기에도 상당한 연륜을 느낄 수 있는 축대네요. 잘 하면 일제때 만들어진 것이 아직도 쓰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건 정말 근대문화유산으로 둬도 될텐데... 일제시대에 부설된 원형이 그대로 남은 철길이라면 말이죠. 그런 철로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세월은 흘러도 사람은 먹고살아야기에, 노란 현수막이 와서 가구좀 사 가시라고 눈길을 끕니다. 가구같은거 살 처지라고는 농담으로도 못하는 싸구려 철덕하나 지나가는 길에 대고 말이죠.



마을이 보입니다. 곤명면사무소가 있는 마을과는 좀 떨어진 곳의... 나중에 알고보니 원전마을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원자력발전소는 없습니다.



초점이 철창에 맞는 바람에, 긔여운 병아리가 흐리게 찍혔네요...--

병아리라기엔 좀 크고, 영계라기엔 좀 작은?








뭐, 시골이라면, 아니 도시래도 흔히 볼 수 있는 믹스견느님이신데... 사진을 세장 찍었는데, 셋 다 다른 포즈를 취하시는게 범상치 않은 풍류감을 보이신다, 는 생각이 들어서 올려봅니다. 생기기도 잘 생겼습니다.



사실 눈길을 끄는 작은 골목은 마을이라면 어디에도 하나쯤은 다 있습니다. 여러분의 동네에도 있을거에요.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주는 순간, 동네의 평범한 골목길은 작은 명소가 됩니다. 평상하나 펼쳐놓고 마을사람들이 나와 어울리면 그게 마을공동체인 것이겠죠.



원전마을의 노인정이자 마을회관이네요. 사람들이 좀 있어서 가까이가서 찍기는 부끄부끄해서, 멀리서 하나 도둑질하듯 찍고 지나칩니다.



이 마을에서도 길을 물어봤는데, 저 굴다리를 지나면 다솔사역이 있다고 하더군요.



오솔길같은 진입로를 지나면...



여기가 역터요, 라고 경고판이 안내를 해 줍니다. 역으로 쓰이지 않는 곳이지만, 그럼에도 코레일의 관리가 미치지 않는것은 아니기에, 사람들의 진입에 대한 경고문은 항상 붙어있지요. 물론 그런다고 안들어갈 것도 아니고, 들어간대도 딱히 뭐라하는것도 아니긴 하지만요. 코레일 직원들과 마주친적도 종종 있었거든요.



다솔사역에도 대한통운 업무거점은 있네요. 얼마나 많은 화물이 이 곳을 거쳤을지는 심히 의심스럽긴 하지만...



아주 깨끗한 관리사무실이 있더군요. 뭔가 유의미한 무언가가 있어서일까요? 의외로 다솔사역이 지명도가 있는거 같긴 합디다만... 좀 있다 나올 도로표지판도 다솔사역이란 이름이 아직도 있더군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뒤져봤던 포스팅들에서는 시멘트용인지 곡물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역내에 사일로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철거되었는지 없었습니다. 남아 있었다면 그 또한 세월의 흔적이었을 것이건만...



이 유장한 철길이 먼 길을 달려온 곳에



다솔사역은 다소곳이 서 있습니다.



유수역의 느낌과도 완사역의 느낌과도 좀 다른건... 유수역보다는 사람의 손길이 분명히 느껴지면서도 완사역처럼 터무니없이 황량하진 않은, 자연과 어우러진 느낌또한 분명히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네요. 다솔사역을 보는 느낌은 그래도 조금은 편했달까, 그랬습니다. 사실, 이 여행기를 꾸준히 봐 오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좋은 구경도 한두번이지 따지고 보면 비슷비슷한 모습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기에, 이제는 이런 모습을 봐도 조금쯤은 무뎌진 면도 있기에 그렇달 수도 있지않나 싶지만서두...

그래도, 여전히, 감흥은 작지 않았습니다.



다솔사역 최고의 하이테크놀러지 시설



사진톤을 보시면 알겠지만, 깊은 산속이라 서서히 해가 지면서 입광량이 부족해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세월에 빛바랜 역이, 해가 넘어가면서 더더욱 빛바래는 듯한 모습이네요...



완사역은 나를 잊었지만 나는 완사역을 잊지 않았다긔...

이 흰색 나무판에 페인트로 슥슥 칠한듯한 행선판이 저는 제일 맘에 듭니다. 모에하긔~



다솔사역의 역사. 원래는 그럴듯한 건물이 있었다는데... 철거하고 이것만 남겼다는군요. 저 뒤의 두줄 차바퀴자욱같은 것이 있던 곳에는 대피선로까지도 있었답니다. 역이 축소되면서 다 없어졌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이기에, 이런 숨막히는 뒷태도 나오고 그러는거 아니겠습니콰?



저의 시선이 역을 너머 날아가듯, 열차들도 이제는 다솔사역을 스쳐지나가기만 할 뿐입니다.



의자도 없는 모습. 너무나도 깨끗하다는 것은 어지를 사람조차 없다는 의미겠지요...



창 밖을 바라보는 것은 세상을 탐하는 나의 관음증적 시선입니다.



너무나도 곧아서 때로는 시원스럽지만, 오히려 답답한듯도 합니다...



 흐린날의 간이역의 쓸쓸함은 제게는 실로 다양한 감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다솔사역을 떠납니다.



북천으로 가는 길에 본 도로표지판에는 다솔사역의 이름이 선명합니다. 그다지 행선지가 될 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순천 하동과 당당히 이름을 나란히 올리고 있는 으젓한 다솔사역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가벼이 먹어보려 합니다. 갈 길이 머니까요.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7 09:01:30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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