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김성근 감독님 조주장 직접 문병가서 본인에게 위로를 전하고 가족에게도 사죄했다는 기사보고 참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어제만 해도 옛날 걸사마 일 생각도 나고 그렇게 사람이 미울 수가 없었는데...
또 시간 지나고 보니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야구인 김성근에 대해 가졌던 존경심이 계속 눈에 밟히고..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여튼 나이 많은 양반 어제 표정도 별로 안 좋던데 욕 많이 듣는다 생각하니 그것도 영 찝찝하더라구요.
그런 중에 옆집에 정말 좋은 글이 있어 긁어왔습니다.
제가 엠팍 아이디가 없어 허락을 구하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만.. 좋은 의도에서 올리는 거니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혹여 이후라도 글 쓰신 분이 삭제를 원하신다면 곧장 삭제하도록 하지요...
엠팍 한게 '매드포갈비'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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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의 조성환 선수 병문안 기사를 보고>

어제는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김성근식 야구의 비인간성에 울분도 터트리고 밤새도록 김성근 감독을 깠었는데,

이 기사를 보고나니 또 한켠으론 그분도 본인이 평생을 걸쳐 쌓아온 야구철학과 도저히 없애버릴수 없었던 인간의 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언뜻언뜻 비춰져 조금은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네요.

사 나이로서 꿈꿔볼만한 최고의 직업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 해군제독, 그리고 야구감독(또는 축구감독)  3가지를 곧잘 들곤 합니다. 말 그대로 사나이 인생의 로망중 로망이죠. 본인의 인생관, 직업관을 오롯이 구현할 수 있는 조직과 인원을 부여받아 일생에 걸쳐 그 철학과 로망을 실현하고 그걸 지켜보는 수많은 팬덤들로부터 그 결과를 평가받는다. 그 로망이 실현되는 꿈을 꾸는 것 만으로도 남자로서 신나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 지도자로서는 오랜시간 야인으로 떠돌았고 본인의 실력을 인정받기 전 까지 한국 야구계의 비주류로서 온갖 선입견과 편파, 보이지 않는 견제와 싸워서 드디어 대한민국 최강 야구팀의 감독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최강팀의 감독이 된게 아니라 그 팀이 이 분으로 인하여 최강팀의 타이틀을 가지게 된거지만)

다들 인지하시다시피 한번도 야구계의 주류이지 못했던 김성근 감독의 야구철학은 한다리 건너 죄다 선후배, 학연, 지연으로 얽힌 한국 야구계의 속성과는 태생적으로 어울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적과 아군, 피아식별이 너무 뚜렷하고 마치 부러질것처럼 강하기만 하거든요.

물론 이 말은 실력 이외의 요소로 얽히고 설킨 한국 야구판의 속성을 두둔하는게 아니죠. 그래서 그런 한국 야구랑 어울리지 못하는 김성근 감독을 제가 버거워하고 그런 점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구요. 오히려 편협하고 천편일률적인 한국 야구판에서 김성근식 야구야말로 한국야구의 컨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저변과 실력의 폭을 넓혀주는 보석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영화감독 중 김기덕을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어쨌건 어제 느꼈던 이러한 김성근식 야구에 대한 실망과 혐오감은 더이상 언급하지 않고자 합니다.


오늘은 조성환 선수 병문안에 관한 기사를 읽고 야구인 김성근 보다 인간 김성근의 고독과 갈등에 생각의 촛점이 맞춰 지더군요.

이 분은 시작이 어찌됐건 지금은 대한민국 최강팀의 감독, 최고의 야구실력을 가진 '야신'으로서 한국 야구계에 군림하고 계신 큰 어른입니다. 즉 지도자로서 성공하신 분이고 앞서 언급해드린 사나이로서의 로망, 즉 본인의 야구철학을 현실에서 구현하였고 그 성공을 본인 눈으로 직접 경험하신 분이죠. 개인적으로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는 성공한 인생입니다. 

안타까운건 그토록 큰 성공을 거둔 그분의 야구철학이 <인간성>, <정>과 같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대표하는 단어들과 결코 공존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인간성>, <정> ... 이런 정서는 그 사람이 버리고 싶다고 버려지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김성근 감독도 그러할 것이며, 하물며 병석에 얼굴이 뭉개져서 누워있는 그 선수가 예전에 손수 본인의 손으로 야구를 가르친 제자였다는데서 더욱 그러하였을 것입니다.


저는 김성근 감독이 전날 마신 술이 진실로 괴로워서 마신 술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본 인이 필생을 싸워서 쌓아올린 야구의 성, 그 철옹성을 받들고 있는 야구철학과 공존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도 없고, 그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을 절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인간적인 딜레마>가 그날 밤 스믈스믈 그 분을 괴롭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느낀거 만큼 더 많은 미안함을 조성환 선수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또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말을 하지 못하고 아낄수 밖에 없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김성근 감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건 그분이 로망을 실현한 남자라는데서 같은 남자로서 존경하며,
그래서 그분이 하는 한마디 말, 행동 하나하나가  그토록 필생을 걸고 이뤄놓은 것들을 지키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다고 이해해 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이번 기사에서 만큼은 김성근 감독의 인간으로서의 갈등과 고뇌, 그리고 그 말의 진실함을 믿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