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 기존 구단들 "KT가 상도의를 저버린 무리수를 두고 있다."

* 기존 구단들 "KT가 상도의를 저버린 무리수를 두고 있다."

프로야구 10구단 KT는 다른 구단 현직 프런트 빼오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시작은 2월부터였다.

1월 17일 KT는 KBO 총회에서 10구단 창단을 공식 승인받았다. 2년 넘게 10구단 창단을 위해 노력한 KT로선 반가운 뉴스였다.

창단 승인 소식이 들리자 언론은 KT 초대 사령탑 인선에 관심을 뒀다. 하지만, KT는 9구단 NC의 창단과정을 참고해 '선(先) 프런트 구성, 후(後) 감독 선임'에 초점을 맞추고, 이 순서에 따라 먼저 프런트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2월 들어 야구계엔 KT와 관련한 몇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누가 초대 사장, 단장이 된다더라'하는 게 소문의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KT가 원체 은밀하게 프런트 구성작업을 진행해선지 정체불명의 소문은 거기서 끝이 났다.

그렇다면 KT의 프런트 구성 작업은 어떻게 진행된 것일까. 모 구단 운영팀장은 "KT가 직접 인선작업을 실시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KT가 외부 헤드헌터(우수 인력 알선자)업체에 의뢰해 프런트 인선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그 헤드헌트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람들이 꽤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KT는 모 헤드헌터 사에 구인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까진 별 문제가 없었다. 되레 이때만 해도 야구계엔 ‘KT가 NC의 전례를 잘 따른 것 같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창단 당시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 인재 확보에 나섰던 NC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선을 했다’는 평가와 ‘불필요한 청탁을 막고, 잡음을 최소화했다’는 칭찬을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결과만 따진다면 KT는 달랐다. NC와 달리 KT는 시간이 흐를수록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KT가 야구계에 숨겨진 인재를 찾기보단 다른 팀 현역 프런트를 빼오는 ‘쉬운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모 구단 직원은 자신을 '헤드헌터 사의 컨설턴트'라고 소개하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그 컨설턴트는 “KT의 의뢰를 받고 연락하는 것"이라며 "KT의 창단 멤버가 될 생각이 없느냐”는 요지의 영입제안을 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그 직원은 당황해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결국 그는 헤드헌터 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2월이면 한창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땀을 흘릴 때였다. 조금 있으면 새 시즌도 시작할 시기라, 프런트도 정신이 없었다. 그런 중차대한 시기에 팀을 떠나 KT로 간다는 건 스스로도 용납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결국 정중히 사양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건 ‘KT도 2, 3월 한창 중요한 시기에 다른 팀 현직 프런트를 빼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지 않았겠는가’하는 것이다.”

이 직원처럼 KT의 제안을 거절한 다른 구단 현역 프런트는 꽤 많다.

어느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KT의 제안을 받고 내 가치를 인정받아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왜 하필 지금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시즌을 앞두거나 시즌 중 다른 팀 직원을 빼가지 않는다는 건 ‘무언의 약속’임과 동시에 가장 기본적인 매너다. 그런데 KT가 그 약속을 깨 ‘이래도 되나 싶었다”며 “KT의 행동에서 기존 프로야구계의 룰이나 상도의를 존중하겠다는 자세보단 물량공세를 펼쳐서라도 다른 팀 인재를 빼내와야겠다는 의지를 더 강하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물론 KT의 제안을 수락한 현직 프런트도 있었다. '외국인 스카우트와 신인 발굴에 있어 국내 최고’라는 평을 듣던 모 구단 직원 A씨다. A씨는 고심 끝에 3월 초 KT로 직장을 옮겼다.

원소속 구단을 떠나기 전 그는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정규 시즌을 앞두고 회사를 옮기는 게 쉽지 않았는지 몇 번이고 사표를 ‘꺼냈다 집어넣다’를 반복했다는 후문이다.

다행히 A씨의 전직에 큰 비난은 없었다. 전(前)소속 구단은 "본인 결정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A씨의 KT행에 딴죽을 걸지 않았다. 야구계도 “A가 출중한 능력에 비해 구단으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감이 있다”며 그의 KT행을 ‘불가피한 결정’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A씨의 전소속 구단이 KT에까지 이해심을 넓힌 건 아니었다. 그 구단 관계자는 “어떻게 KT가 정규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다른 팀 현직 프런트를 빼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앞에선 막내구단임을 내세워 전폭적인 협조를 부탁하면서 뒤에선 이런 식으로 선배구단 뒤통수를 치고 있다”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KT의 다른 구단 직원 빼오기는 기존 구단에만 국한한 건 아니다. KT는 독립구단 프런트에도 눈독을 들였다.

3월 중순 KT는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스카우트 팀장을 몰래 영입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김성근 원더스 감독은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더스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KT가 우리 팀 현직 스카우트 팀장을 이 시기에 데려간 건 그만큼 원더스를 우습게 봤기 때문’이라며 답답해하셨다”며 "얼마나 답답하신지 연방 한숨을 내쉬셨다"고 전했다.

며칠 후, KT 관계자가 김 감독을 찾아와 사과하는 통에 ‘직원 빼가기 파동’은 일단락이 됐다. 그러나 원더스 측은 “우리나 감독님께 공개적으로 요청했으면 전향적으로 판단했을 텐데, 왜 뒤에 숨어 그렇게 일을 추진했는지 알가다도 모를 일”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모 구단 단장은 “KT의 ‘다른 구단 인재 빼가기’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KT의 이 같은 행동은 ‘비시즌 기간 중 직장을 옮겼던 야구계의 상식적인 관행’을 일시에 무너트리는 비매너 행위”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 단장은 9구단 NC의 예를 들며 KT의 다른 구단 직원 빼가기가 어떤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지켜봐야한다고 경고했다.

“9구단 NC라고 다른 팀 직원들을 빼오고 싶지 않았겠느냐. 그러나 NC는 이를 잘 참고, 창단 초기 전직 야구인들을 중심으로 프런트를 구성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서야 기존 구단에 양해를 구하며 다른 팀 직원을 영입했다. 그런 노력으로 NC는 다른 구단의 큰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야구인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했다. 하지만, 그렇게 세심하게 기존 구단을 배려한 NC도 신인 드래프트와 특별지명선수, 1군 합류 시기 등 각종 현안에선 몇몇 구단의 도움을 받지 못해 힘들었다.

그에 반해 지금 KT는 어떠한가. 다른 팀 직원 빼가기에 혈안이 돼 있다가 기존 구단들 눈에 미운 털이 박혔다. 앞으로 선수수급, 1군 참가 시기를 놓고 기존 구단들의 협조를 얻어야할텐데 벌써부터 기존 구단들과 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떤 부메랑이 돼 돌아오지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우리의 의뢰를 받은 헤드헌터 사가 기존 구단 직원들에게 영입 제안을 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좋은 인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을 뿐, 헤드헌터 사가 누구를 어떻게 접촉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다른 팀 직원과 접촉했다손 쳐도 이것은 일반적인 기업의 구인형태일뿐 비난받을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존 구단들의 항의를 받고 나서 ‘우리의 구인 작업이 프로야구계의 상도의를 깨트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와 관련해 기존 구단들에게 유감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http:// 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95&article_id=0000000943

*벼룩의 간을 빼먹는것도 아니고 원더스 사람을 몰래 빼가다니. 이걸로 김성근 감독이 KT 갈 가능성 줄어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