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개인적으로 김성근 감독에 대한 호감이 많지 않은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야구에 큰 족적을 남긴 노감독이 이런식으로 물러나 대접받는것을 보면

야구팬의 입장으로서 분노를 금치 못해 이렇게 한마디를 쓰려고 한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나의 정체성은 현해탄에 있다고 했던 강상중 교수처럼

그도 조국이라고 찾아온 한국은 마음 푸근한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어눌한 말투 내성적인 성적 그리고 고집강한 그의 모습은 희귀한 왼손 컨트롤 피처였지만

선수시절부터 마찰을 빚었고 결국 아웃사이더로 살게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부평초같은 자신의 처지를 실력이라는 처세술 하나로 해쳐오며

한국 야구에 독특한 이력을 만들어 갔다.

실력은 인정하지만 그의 행실은 언제나 지적사항이었고

그 뒤에는 꼬리표처럼 재일이라는 낙인아닌 낙인이 찍혀있었다.

부모 모두 한국인이었고 본인도 한국국적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재일이라고 불렀고 완전한 한국인 취급을 하지 않고

그의 실력만 이용한 채 성격을 문제삼거나 꼬투리 잡아 경질시키기를 반복했다.

아마시절 명 투수조련사 그리고 훌륭한 코치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프로화 된 이후에도 창단스텝으로 들어갔으나 그의 이력은 가시밭으로 점철되었다.

성적을 못내면 못낸다고, 잘내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수많은 팀에서 잘렸으며

때로는 어려운 팀 형편에 맞추어 성적을 내면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눈치없다고 잘리기 까지한

그의 이력은 팀운영과는 별개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물러나는 순간에도 자신을 위한 변명보다는 남아있는 선수와 코칭스탭을 걱정했다.

선수협 파동이 일어났을 당시 모든 원로와 감독

심지어 베테랑급 선수들까지 선수협 파동의 당사자들을 비난하고

그 모임을 해체하려 했지만 그만 유일하게 선수협을 지지하며

정당한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고 옹호했으며 목소리를 내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만 잘살고 기득권에 머물기 보단 직접뛰는 선수들을 옹호하고

야구는 선수와 팬들의 몫이라는 철학을 가졌던 그 였기에 항상 순탄치 않는 야구이력을 가져야만 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던 상황에 그를 부른 팀은 인천을 연고로 한 SK였다.

당시 SK는 코시까지 갔으나 현대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지역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는 불안한 상태의 팀이었다.

그런 부족하고도 힘든 시기를 보냈던 팀을 그는 부임하자 마자 우승으로 이끌었고

해태이후 첫 코시 4연속 진출에 3번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이뤄내며

팀을 완벽히 지역연고팀으로 정착시키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SK 에서의 우승은 명장이지만 우승과는 연이없는 노감독의 숙원을 풀어줌과 동시에

감동으로 다가왔다 배신으로 팬들의 뒷통수를 쳤던 전 연고팀을 잊게해줄만큼 큰 의미를 가진 성적이었다.

그렇게 김성근식 SK야구는 왕조로 일컬어질 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를 하며

구단이 추진했던 스포테인먼트에 힘을 실어 SK를 최고의 인기팀으로 만드는데 1등 공신이 됐다.

그렇게 화려하게 마지막 야구인생을 보내나 했던 노감독에게

이번 SK 프런트가 보여준 모습은 예의도 도의도 저버린 파렴치하고 악랄한 모습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프로 선수 출신으로 두번째 단장에 오른 민경삼을 중심으로 한 일군의 프런트진이

김성근식 야구가 아닌 SK프런트식 야구를 위해 이렇게 한 행동은

과연 프로야구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되세기게 만든다..

MLB는 단장의 야구, NPB는 감독의 야구라고 한다면

KBO는 근본도 색깔도 없는 대기업 프런트 야구로 부를 수 있는 이 작금의 현실에 개탄하며

이번에도 처연하고 홀연히 떠난 야구밖에 모르는 노감독을 이렇게 보내드릴 수 밖에 없음에 한숨과 탄식을 보낸다.

민경삼 단장 당신이 그렇게 목놓아 부르던 스포테인먼트가

팬도 성적도 없이 이뤄지는지 내 두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겠소.

팬들과 소통보단 차단과 억압으로 일관한 당신의 그 저열한 독재자식 구단운영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지 지켜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