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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타순을 짜기 위해 고민중이다. 포인트는 2번타자와 6번타자다. 상대 투수에 따라. 그리고 타선의 좌·우균형과 포지션 안배 등에 따라 매경기 2.6번에 변화를 줘야하고. 이 경우 전체 타선 구성과 컬러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김 감독은 국내무대에서도 늘 그랬듯 2.6번 배치의 최적화에 이번 대회 성적을 걸고 있다.

◇2. 6번이 키를 쥐는 이유는

김 감독이 왜 2. 6번을 놓고 특별한 고민을 하는 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가지 이유다. 하나는 김인식 감독의 타선구성 스타일이고. 또 하나는 현재 선수구성상 확실한 하나의 라인업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야구에서 흐름을 중시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연결고리다. 1~9번으로 구성되는 타순에서 2.6번은 연결 역할을 한다. 2번은 톱타자와 클린업의 중간지점에 있고. 6번은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의 교량이 된다. 따라서 둘이 원활해야 전체 타선이 산다. 그리고 타선 전체의 컬러가 설정된다. 예를들어 2번과 6번을 모두 힘있는 타자로 채우면 2~6번이 사실상 클린업이 된다.

또 하나는 전력구성이 명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대표팀 구성상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꾀하기 쉽지 않다. 외야는 경쟁률이 높아 운신의 폭이 좁고. 내야는 수비를 생각하면 공격이 아쉽고 공격을 앞세우자니 수비불안이 우려된다.

◇발야구냐. 힘야구냐

톱타자로는 이종욱(두산)으로 거의 굳어졌다. 3~5번 클린업트리오는 추신수(클리블랜드)~이대호(롯데)~김태균(한화)으로 구성된다. 남은 2.6번을 구성하는 데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주력으로 승부를 걸 것인가. 아니면 파워를 내세울 것인가가 중요하다. 여기에 상대 투수의 유형이 뒤따른다. 또 포지션 중복을 피하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주력을 내세울 경우 2번 타자로 정근우(SK)와 이용규(KIA)가 유력하다. 상대 선발이 왼손이면 정근우. 오른손이면 이용규가 된다. 정근우가 2번으로 나갈 경우 유격수로 배치된다. 고영민(두산)이 9번으로 나서고. 출루해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테이블세터가 1~2번에서 9. 1~2번으로 확대된다. 이 경우 6번은 김현수(두산)의 몫이된다.

반대로 힘으로 승부할 경우 김현수가 2번으로 나간다. 준 슬러거인 그를 2번으로 놓으면 중심타선이 2~5번으로 구성돼 힘으로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 김현수가 왼손타자라서. 이 경우 왼손 톱타자 이종욱이 빠지고. 오른손잡이 정근우가 1번타자로 나선다. 이종욱을 그대로 둘 경우 이종욱~김현수~추신수로 돌아가는 1~3번이 모두 왼손타자로 구성되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 때 상대 선발이 좌완이었음에도 김경문 감독이 1~3번을 왼손으로 배치한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지만. 대부분 수긍못했던 ‘파격’라인업이었다.

◇진짜 변수는 추신수

현재까지의 구상은 추신수가 외야수로 뛴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추신수는 소속팀 클리블랜드의 요청으로 외야수 출장이 제한될 수 있다. 이경우 이대호와 김태균을 동시에 쓸 수 없는 일이 생기고. 둘다 출장시키기 위해서는 이대호가 3루수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이 역시 수비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마땅하지 않다. 클린업에서 변화가 생길 경우 2. 6번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전체 그림이 헝클어져 고민 수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김 감독이 “머리가 아프다”라고 말하는 게 이때문이다.

윤승옥기자 to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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