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챔피언쉽 시리즈에 오른 메이저리그 네 팀의 포스트시즌 선발 투수들의 기록을 살펴 봅시다.

먼저 필라델피아

할러데이 9이닝 무실점

오스왈트 5이닝 3자책점

하멜스 9이닝 무실점

할러데이 7이닝 4자책점

오스왈트 8이닝 1자책점

하멜스 6이닝 3자책점

다음은 샌프란시스코

린스컴 9이닝 무실점

맷케인 6이닝 무자책점

산체즈 7이닝 1자책점

범가너 6이닝 2자책점

린스컴 7이닝 3자책점

산체즈 6이닝 2자책점

맷케인 7이닝 무실점

다음은 텍사스

리슨상 7이닝 1자책점

윌슨   6.1이닝 무실점

루이스 5이닝 무실점

헌터   4이닝 2자책점

리     9이닝 1자책점

윌슨   7이닝 3자책점

루이스 5.2이닝 2자책점

리슨상 8이닝 무실점

헌터   3.1이닝 3자책점

마지막으로 뉴욕

사비시아 6이닝 3자책점

페티트   7이닝 2자책점

휴즈     7이닝 무실점

사비시아 4이닝 5자책점

휴즈     4이닝 7자책점

페티트   7이닝 2자책점

버넷     6이닝 5자책점

  챔피언쉽 시리즈에 오른 팀들은 기본적으로 선발 투수들이 긴 이닝을 지켜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선발 투수가 곧 포스트시즌의 핵임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따라서 NL챔피언쉽은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 예상되고 AL챔피언쉽은 확실한 퀄러티 스타터가 있는 텍사스가 유리해 보입니다.

  또한, 올해 NL챔피언 팀이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할 가망성이 더 높다는 결론도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

차우찬 4이닝 5자책점

배영수 5이닝 3자책점

장원삼 2이닝 2자책점

레딩   4이닝 2자책점

차우찬 1.2이닝 5자책점

레딩   4이닝 2자책점

차우찬 5.1이닝 3자책점

배영수 4.2이닝 2자책점

장원삼 3.1이닝 3자책점

SK

김광현 4.2이닝 3자책점

이승호 1.2이닝 1자책점

카도쿠라 2이닝 1자책점

글로버 4이닝   무실점

  놀랍게도 한국시리즈진출팀의 포스트시즌 선발 투수 기록을 살펴보면 퀄리티경기를 한 선수가 한 명도 없습니다.

  한국 포스트시즌에는 선발 투수란 처음에 나오는 투수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당연히 우리나라 팀에는 리슨상이나 할교수가 없지 않느냐'라는 답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 팀 선발 투수들이 리슨상이나 할교수처럼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확실히 컨디션도 좋아 보이지 않았고요.

  하지만 에스케이에는 다승왕 탈삼진 2위, 방어율 2위의 김광현. 방어율 3위, 탈삼진, 다승 4위의 카도쿠라가 있었습니다.

  삼성에도 13승의 3점대 방어율인 장원삼, 10승의 2점대 방어율의 차우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아니 실력을 보여줄 기회도 잡지 못한 듯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선발투수에게 압박감이 너무 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경기 전부터 감독들은 사전 인터뷰에서 투수 총동원, 볼펜 총동원이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합니다.

  이 말은 선발 투수가 조금만 흔들려도 무실점한 상황에서 볼넷 하나만 나와도 바꿔 버리겠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선발 투수들이 시즌 같은 위력을 뿜어내며 자신 있게 던지기는 힘들겠죠. 하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중압감이 더 심할 것입니다.

  감독들의 계약 기간, 구단의 성과주의 등이 감독들의 그러한 생각에 영향을 주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선발 투수들은 하나의 실수도 용납 못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불펜 야구를 지향하는 한국 야구의 특성도 한몫하는 듯합니다. 한국시리즈 두 팀 다 10승 투수 둘 이외의 다승 투수들은 거의 다 불펜 투수입니다. 불펜 투수들이 중요한 순간, 압박되는 상황에서 많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보이지 않는 혹사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죠. 포스트시즌에서 각 팀들의 불펜이 약했던 이유도 어쩌면 이런 정규 시즌의 체력 소모가 한 몫을 차지하지 않나 싶습니다.

  미국 야구는 클래식한 선발 투수들의 멋진 호투가 재미라면 우리나라 야구는 점점 아기자기하면서 운용의 묘가 돋보이는 재미로 변해가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것이 더 낫다를 떠나서 둘의 형태가 좀 더 융합되는 야구가 더 재미있겠죠. 이번 한국시리즈만 하더라도 1차전 때 김광현이 더 길게 이닝을 소화하면서 던졌다면 지금보다는 더 재밌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더 에이스에게 믿음을 줘서(예를 들어 3자책점까지는 절대 바꾸지 않는) 미국 야구 못지 않은 에이스 맞대결도 포스트 시즌에서 벌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포스트 시즌이 있어야 우리나라에도 리슨상, 할교수 같은 닉네임의 큰 경기에 강한 대단한 투수들이 더 쏟아지지 않을까요.

사족----------류뚱이 한국시리즈에 올랐다면 뭐 하나 보여줄 텐데. 정말 아쉽네요. 몇 년 내에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