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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대부분의 분들이 조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에 대해서만 열렬히 비난중입니다만... 사실 투수 교체 타이밍이라는 건 어찌 보면 상당 부분 운빨이고, 결국 결과론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보다는, 오늘의 일을 비롯해서 진짜 문제로 삼아야 할 부분은, 마무리 투수에 대한 운용,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동훈에 대한 운용 문제입니다.

기아가 블론 세이브 1위라는 사실...은 물론 중간이후 투수가 허약해서 그런 면도 있겠습니다만...
기아라는 팀 구조가 선발은 강하고 타격은 개뿔이다 보니, 결국 터프 세이브 상황이 많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차라리 선발이 뻥뻥 얻어 터지면 아예 세이브 상황이라는 게 안 나옵니다.)  그러니 어느 팀이고 아무리 중간 세이브가 강해도 1,2점차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많이 나오면 그 만큼 블론 세이브는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실 유동훈은 좀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유동훈이 물론 작년 만큼의 위력은 아닙니다. 하지만 금년 방어율 2.22도 마무리 투수로서 안 좋다고 볼만한 수치는 아닙니다.  

게다가 마지막 블론 세이브도 5월 19일 경기, 한 점차 리드를 못지키고 역전패당한 경기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물론 6. 5 넥센 전에서 패전이 된 적은 있지만, 동점 상황에 등판해서 블론 세이브도 아니었고, 또 그 날 경기는 초반 4대 0으로 앞서던 경기를 동점까지 만들어 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기 분위기 상 유동훈에게 책임을 무조건 묻기도 어려운 시합이었음)  유동훈은 그 경기 이외에는 5월 내내 더 이상의 실점이 없었고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5월 방어율은 2.57) 그리고 6월에도 앞서 말한 6. 5.경기 빼놓고는 모두 무실점. 6월 경기 방어율만 따지면 1.69 아주 수준급의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럼 조감독이 그렇게 신뢰하면서 필승 카드로 투입하고 있는 손영민의 성적을 봅시다. 5월 방어율이 3.38, 6월 방어율이 3.48입니다.  그것도 아주 형편없는 성적이라 할 순 없고, 또 잦은 등판으로 서서히 망가졌다고 봐야 되기 때문에 손 선수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중요 상황에서 누굴 더 신뢰할 수 있는지는 대충 봐도 정답이 나옵니다. (조감독의 비숫한 신뢰를 받고 있는 곽정철의 성적은?  음.... 곽선수 개인이 많이 비참해질 것 같아 이야기 안 할렵니다...)  

그럼에도 조감독이 유동훈을 불신하는 이유는... 결국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몇번의 연속된 퐈이어~의 영향일 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유동훈이 넥센전에 유독한 약한 면을 많이 보여줬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래도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유동훈이 작년에 워낙 역사에 남을 성적을 남겼던 탓에, 몇 번 제대로 불을 지르는 유동훈을 보고 팬들도  '세상에 저럴 수가'를 외쳤을 겁니다.  그 상반된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죠..   

하지만 감독까지 그래야 되나요?  세이브 투수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지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나 코칭스텝은 세이브 투수의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아주 자세한 면까지 돌보아 주어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없는 자신감도 만들어 주어야 할 판에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몇 번 불을 질렀다고 해서 감독이 먼저 신뢰를 깨뜨려 버리면 (앞서 말한대로 넥센 전에 약했다면 더더욱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더 등판을 시켜야 합니다.) 세이브 투수는 버티기 힘듭니다. 만약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할 정도라면 차라리 완전히 보직 변경을 시키고 다른 세이브 투수를 물망에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마무리 투수 진용에서 뺀 것도 아니고... 마치 손영민과 유동훈 중 세이브로 누구를 올릴까 저울질 하는 모양을 취하다가... 손영민이 8회에 개떡이 되기 직전 간신히 리드 상황이 유지되었음에도, 죽어라고 손영민을 다시 올리고... 게다가 역전이 되니까, 유동훈을 올리는.. 이런  (정말 개 같은) 투수 운용을 하는 건, 공개적으로 나 조감독이 도저히 유동훈을 신뢰 못하겠다고 공표를 하는 겁니다...  이건 그 깊은 속을 알 길이 없습니다.   (오늘 뿐만 아니라 요새 몇 경기 계속 같은 데자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 때문에 유동훈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면 아예 2군으로 보내던가. 중간으로 완전히 돌리던가 해야 할 문제입니다.  멀쩡한 세이브를 망가뜨리면서 무슨 감독 역할을 하겠다는 건가요?

조감독의 문제가 어찌 이거 하나뿐이겠습니까... 마는 이 애기만 해도 벌써 입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