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랑수아 트뤼포 전작전 어떻게 봐야하는가?
- 작성일
- 12-06-19 14:16
원래 트뤼포 영화에 대해 긴 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멍멍님이 서울 아트시네마의 <트뤼포 전작전>을 소개해서 급하게 두서없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많은 분이 트뤼포 영화를 보고 오시면 그때 본격적인 글을 올리겠습니다).
부산에서는 지난 달에 이 행사를 했고 저는 전작을 다 봤습니다. 먼저 본 시네필의 감상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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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트뤼포 영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이 분 시네필 출신의 감독이라 영화적으로 공감이 가는 게 많을 겁니다. 트뤼포는 불후한 환경에서 컸습니다. 바람끼 많은 엄마가 트뤼포를 낳고 외가에서 길러졌지요. 나중에 친아버지를 만날 기회를 가졌지만 그는 포기하고 영화관에서 아픔을 달랩니다. 계부 밑에서 자라면서 말썽을 많이 부렸는데 정규과정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맨날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보며 자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대사는 전부 다 외우고 모든 장면을 암기했던 영화광. 그러던 그가 프랑스 영화 비평계의 천재 앙드레 바쟁을 만나면서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비평 활동을 합니다. 엄마, 계부와의 갈등이 심해지고 탈영까지 하게되자 바쟁이 정신적 후견인 역할을 하면서 도와준 거죠.
이후 트뤼포는 영화 비평을 쓰면서 기존의 프랑스 영화들 중 문학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전부 엉터리라는 '프랑스 영화계의 어떤 경향'이라는 글을 1954년에 써면서 일약 각광을 받게 되죠. 이 글에는 쥘리앙 뒤비비에, 마르셀 카르네, 르네 클레망과 같은 영화 감독들을 엉터리라고 몰아세웁니다. 이걸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슷해요. 아버지/계부와의 결별 과정이 재현되는 거죠. 그러니까 트뤼포는 자신의 (문화적) 아버지를 죽인 겁니다. 그리고 앙드레 바쟁이라는 비평계의 아버지를 찾은거죠. 그 이후 그는 영화 제작자의 딸과 사귀게 되어 결혼을 하게됩니다. 하도 잘난 척을 하니깐 장인이 '그러면 니가 한번 만들어봐라'라고 해서 장인의 돈과 친구들의 돈을 빌려 장편 데뷔작 <400번의 구타>를 찍습니다. 이게 바로 새로운 물결, 즉 누벨바그라는 프랑스 영화 사조의 상징이 된 영화입니다.
트뤼포는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 때문인지 아이들의 주제로 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었고, 엄마에 대한 사랑 결핍인지 출연 배우들을 족족 다 건드렸습니다. 잔느 모로, 카트린느 드뇌브, 재클린 비셋, 심지어 <아델 H 이야기>를 찍을 당시 열아홉살인 이자벨 아자니까지 건드리려고 해서 아자니가 힘들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트뤼포는 자신의 영화적 스승으로 장 르느와르와 알프렛 히치콕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글 솜씨가 뛰어나서 <히치콕과의 대화>라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감독 인터뷰 책을 저술하기도 했지요.
그러면 트뤼포 영화를 어떻게 봐야할거냐? 제가 말한 저런 요소들이 전작을 보다보면 다 나와요.
1. 전작을 순서대로 보시라.
먼저 최상의 방법은 전작을 다 보세요. 가능하면 연대 순서대로 보는게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될 겁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23편이 전작은 아닙니다. 단편 두개가 더 있는데 이번 기간에는 빠져있어요.
2. 앙뜨완 드와넬 시리즈를 꼭 보라.
위에 말씀드렸듯이 트뤼포는 자신의 불운한 어린 시절을 그린 영화들이 있습니다. <400번의 구타>에서 나오는 앙트완 드와넬이 그 인물인데 장 피에르 레오가 역을 맡습니다. 트뤼포는 레오가 자라는 것에 맞추어 드와넬 연작 5편을 만들었습니다. <400번의 구타> --> <앙트완과 콜레트> --> <훔친 키스> --> <부부의 자리> --> <사랑의 도피> 순서래로 보다보면 영화 속의 인물이 성장하는 과정이 나타납니다.
트뤼포는 <아메리카의 밤>에서 감독으로 출연하면서 "영화가 인생보다 중요하다"라고 서슴없이 말합니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 불운했던 인생을 영화 속에서 바꿔나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리즈 중에 특히 <400번의 구타>와 <훔친 키스>는 놓치시면 안됩니다. <사랑의 도피>에서는 돌아가신 엄마를 용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가 얼마만큼 성숙했는지를 보여줍니다.
3. 어린이를 다룬 영화들을 보라.
단편 <개구장이들>과 <400번의 구타>, <야성의 아이>, <포켓머니>는 아이들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활기 넘치면서도 슬픔이 베어있습니다. <야성의 아이>는 정글북/ 늑대소년과 비슷한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루소의 <에밀>과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중요한 점은 이 영화의 야생에 버려진 아이와 이를 가르치는 교육자와의 관계가 트뤼포와 그의 정신적 아버지 앙드레 바쟁의 관계와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이런 맥락을 알고 보시면 여러분도 충분히 감동하실 겁니다.
4. 히치콕의 영향을 받은 범죄 영화를 보라.
트뤼포에게 영향을 미친 비평의 아버지가 앙드레 바쟁이었다면 영화 감독은 알프렛 히치콕이었습니다. 히치콕의 영향 하에 창조적으로 변주한 스릴러 영화들. 그것이 <피아니스트를 쏴라>, <부드러운 살결>, <비련의 신부> 그리고 <미시시피의 인어>, <나처럼 예쁜 여자>입니다. 트뤼포가 자신의 작품 중 보기 싫어했다는 <비련의 신부>는 쿠엔틴 타렌티노의 <킬빌>에 영향을 준 작품입니다.
5. 그의 여자들과 관련된 영화
<개구장이>, <쥘과 짐>, <비련의 신부>, <미시시피의 인어>. <아메리카의 밤>, <아델 H 이야기>, <이웃집 여인>, <신나는 일요일>은 그가 사랑했던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배우들이었기에 여배우들이 가장 사랑스럽게 스크린에 등장합니다
6. 그외 완성도가 놓은 영화들
<쥘과 짐>, <두 영국 여인과 대륙>, <아메리카의 밤>, <녹색방>... <아메리카의 밤>을 찍고 트뤼포는 그의 누벨바그 친구 고다르와 결별합니다. 고다르가 더럽게 독한 말로 깐죽거렸습니다. 고다르의 입장에서는 미국 자본을 끌여들여 영화를 만드는 트뤼포가 탐탁하게 안느껴진 거죠. 그런 그가 <녹색방>을 만들 때는 그런 고다르를 용서하는 듯한 제스추어를 취합니다.. 그 부분을 주목하세요.
여러분이 아셔야 하는게 트뤼포 탄생 70년 기념으로 이 전작전을 하는 겁니다. 다음에 이런 전작전은 30년 뒤에 100주년 기념으로 치루어질 겁니다. 2042년에야 볼 수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깐 정말 놓치지 마세요.
부산에서는 지난 달에 이 행사를 했고 저는 전작을 다 봤습니다. 먼저 본 시네필의 감상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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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트뤼포 영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이 분 시네필 출신의 감독이라 영화적으로 공감이 가는 게 많을 겁니다. 트뤼포는 불후한 환경에서 컸습니다. 바람끼 많은 엄마가 트뤼포를 낳고 외가에서 길러졌지요. 나중에 친아버지를 만날 기회를 가졌지만 그는 포기하고 영화관에서 아픔을 달랩니다. 계부 밑에서 자라면서 말썽을 많이 부렸는데 정규과정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맨날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보며 자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대사는 전부 다 외우고 모든 장면을 암기했던 영화광. 그러던 그가 프랑스 영화 비평계의 천재 앙드레 바쟁을 만나면서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비평 활동을 합니다. 엄마, 계부와의 갈등이 심해지고 탈영까지 하게되자 바쟁이 정신적 후견인 역할을 하면서 도와준 거죠.
이후 트뤼포는 영화 비평을 쓰면서 기존의 프랑스 영화들 중 문학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전부 엉터리라는 '프랑스 영화계의 어떤 경향'이라는 글을 1954년에 써면서 일약 각광을 받게 되죠. 이 글에는 쥘리앙 뒤비비에, 마르셀 카르네, 르네 클레망과 같은 영화 감독들을 엉터리라고 몰아세웁니다. 이걸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슷해요. 아버지/계부와의 결별 과정이 재현되는 거죠. 그러니까 트뤼포는 자신의 (문화적) 아버지를 죽인 겁니다. 그리고 앙드레 바쟁이라는 비평계의 아버지를 찾은거죠. 그 이후 그는 영화 제작자의 딸과 사귀게 되어 결혼을 하게됩니다. 하도 잘난 척을 하니깐 장인이 '그러면 니가 한번 만들어봐라'라고 해서 장인의 돈과 친구들의 돈을 빌려 장편 데뷔작 <400번의 구타>를 찍습니다. 이게 바로 새로운 물결, 즉 누벨바그라는 프랑스 영화 사조의 상징이 된 영화입니다.
트뤼포는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 때문인지 아이들의 주제로 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었고, 엄마에 대한 사랑 결핍인지 출연 배우들을 족족 다 건드렸습니다. 잔느 모로, 카트린느 드뇌브, 재클린 비셋, 심지어 <아델 H 이야기>를 찍을 당시 열아홉살인 이자벨 아자니까지 건드리려고 해서 아자니가 힘들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트뤼포는 자신의 영화적 스승으로 장 르느와르와 알프렛 히치콕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글 솜씨가 뛰어나서 <히치콕과의 대화>라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감독 인터뷰 책을 저술하기도 했지요.
그러면 트뤼포 영화를 어떻게 봐야할거냐? 제가 말한 저런 요소들이 전작을 보다보면 다 나와요.
1. 전작을 순서대로 보시라.
먼저 최상의 방법은 전작을 다 보세요. 가능하면 연대 순서대로 보는게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될 겁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23편이 전작은 아닙니다. 단편 두개가 더 있는데 이번 기간에는 빠져있어요.
2. 앙뜨완 드와넬 시리즈를 꼭 보라.
위에 말씀드렸듯이 트뤼포는 자신의 불운한 어린 시절을 그린 영화들이 있습니다. <400번의 구타>에서 나오는 앙트완 드와넬이 그 인물인데 장 피에르 레오가 역을 맡습니다. 트뤼포는 레오가 자라는 것에 맞추어 드와넬 연작 5편을 만들었습니다. <400번의 구타> --> <앙트완과 콜레트> --> <훔친 키스> --> <부부의 자리> --> <사랑의 도피> 순서래로 보다보면 영화 속의 인물이 성장하는 과정이 나타납니다.
트뤼포는 <아메리카의 밤>에서 감독으로 출연하면서 "영화가 인생보다 중요하다"라고 서슴없이 말합니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 불운했던 인생을 영화 속에서 바꿔나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리즈 중에 특히 <400번의 구타>와 <훔친 키스>는 놓치시면 안됩니다. <사랑의 도피>에서는 돌아가신 엄마를 용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가 얼마만큼 성숙했는지를 보여줍니다.
3. 어린이를 다룬 영화들을 보라.
단편 <개구장이들>과 <400번의 구타>, <야성의 아이>, <포켓머니>는 아이들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활기 넘치면서도 슬픔이 베어있습니다. <야성의 아이>는 정글북/ 늑대소년과 비슷한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루소의 <에밀>과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중요한 점은 이 영화의 야생에 버려진 아이와 이를 가르치는 교육자와의 관계가 트뤼포와 그의 정신적 아버지 앙드레 바쟁의 관계와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이런 맥락을 알고 보시면 여러분도 충분히 감동하실 겁니다.
4. 히치콕의 영향을 받은 범죄 영화를 보라.
트뤼포에게 영향을 미친 비평의 아버지가 앙드레 바쟁이었다면 영화 감독은 알프렛 히치콕이었습니다. 히치콕의 영향 하에 창조적으로 변주한 스릴러 영화들. 그것이 <피아니스트를 쏴라>, <부드러운 살결>, <비련의 신부> 그리고 <미시시피의 인어>, <나처럼 예쁜 여자>입니다. 트뤼포가 자신의 작품 중 보기 싫어했다는 <비련의 신부>는 쿠엔틴 타렌티노의 <킬빌>에 영향을 준 작품입니다.
5. 그의 여자들과 관련된 영화
<개구장이>, <쥘과 짐>, <비련의 신부>, <미시시피의 인어>. <아메리카의 밤>, <아델 H 이야기>, <이웃집 여인>, <신나는 일요일>은 그가 사랑했던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배우들이었기에 여배우들이 가장 사랑스럽게 스크린에 등장합니다
6. 그외 완성도가 놓은 영화들
<쥘과 짐>, <두 영국 여인과 대륙>, <아메리카의 밤>, <녹색방>... <아메리카의 밤>을 찍고 트뤼포는 그의 누벨바그 친구 고다르와 결별합니다. 고다르가 더럽게 독한 말로 깐죽거렸습니다. 고다르의 입장에서는 미국 자본을 끌여들여 영화를 만드는 트뤼포가 탐탁하게 안느껴진 거죠. 그런 그가 <녹색방>을 만들 때는 그런 고다르를 용서하는 듯한 제스추어를 취합니다.. 그 부분을 주목하세요.
여러분이 아셔야 하는게 트뤼포 탄생 70년 기념으로 이 전작전을 하는 겁니다. 다음에 이런 전작전은 30년 뒤에 100주년 기념으로 치루어질 겁니다. 2042년에야 볼 수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깐 정말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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