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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라는 정의는 굉장히 애매모호합니다.

서정적이거나 회화적인 영상미를 보여주는 영화들을 말하는 것일수도 있고,

그냥 캐릭터와 이야기가 아름다울 수도 있고.

가장 나쁜 경우는 배경만 이쁜 영화를 가리킬 수도 있구요.

저도 무엇을 기준으로 둘지 두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근래 들어서 회화적인 작품들을 보다보니 그냥 이미지 (잔상)적으로 마음 속 깊이 남은 영화들을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서정적이고 회화적인 영화들이 주를 이루겠죠. 

아직 너무 어려서 자연스레 본 영화들도 매우 적기에 사실 이런 리스트 꼽는 것에 대해서도 좀 숙고하게 됩니다만.^^












F.W. 무르나우 <선라이즈>

- 20년대 독일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무르나우의 이 영화의 촬영은 지금봐도 도데체 저걸 어떻게 그 시기에 찍었는지 의구심이 들게 만듭니다.
  
  향락과 환몽 속에서 부회하는 장면들을 트래킹으로 시공간을 넘어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이미지는 탄성을 자아내죠.

  로드무비의 시초격 같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장 비고 <라탈랑트>

- 사랑에 대해서 단순하면서도 가장 원형적이고 풍부한 우화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부뉴엘의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를 연상케하는

  (그리고 실제로 영화 사상 가장 충격적인 단편 중 하나인 부뉴엘의 <안달루시아의 개>에 장 비고가 실제로 영향을 받았다고 했구요)

  특히 위의 수중 오버랩 쇼트는 정말 감각적이죠.








빅토르 에리세 <벌집의 정령> <남쪽>

- 전 세계에서 과작으로 전설이 된 감독을 꼽자면 반드시 들어갈 빅토르 에리세의 너무나 회화적이고 서정적인 작품들입니다. 

  앞으로 수백 수천 수만의 작품들을 보게 되겠지만 특히 <남쪽>은 제 마음 속엔 영원히 남아 있을 영화일 것 같습니다.

  제가 기 예므로 델 토로의 <판의 미로>를 특히나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에리세의 스페인 소녀들의 인장을

  <판의 미로>의 오필리아에서 느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터 위어 <행잉록에서의 소풍>

- 실종 미스터리의 원인에 대한 설명을 애초에 거부함으로서 풍부한 해석을 불러온 작품으로서

  약 40만달러밖에 안 든 작품이지만, 이토록 아름답고 탁월하면서 섬뜩한 영화가 있나 싶습니다.
 
  삽입된 팬플룻과 베토벤 5번 황제 2악장 선율은 이 영화의 신비로운 색채와 정말 잘 맞닿아있구요. 

  아마도 가장 과감하고 격정적으로 빛을 담은 촬영과 편집이 담긴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매년 행잉록 앞에서 발렌타인데이 날 (이 미스터리의 배경이 되는 날이 2월 14일입니다)에 상영한다는데,

  호주를 여행하게 될 때 가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테렌스 맬릭 <천국의 나날들>

- '황무지' '천국의 나날들' '씬 레드 라인'에서 빚어낸 맬릭의 영상들은 따로 첨언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천국의 나날들'은 갈대밭을 비롯 영화 속 배경 자체를 회화로 삼는 작품이죠.

  종교 (철학)과 영화를 교직시키려는 맬릭은 물음표지만 (<트리 오브 라이프>는 실패작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초기작들은 미술 (회화)과 영화가 어떻게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지 저에게 가르쳐준 작품들입니다.








이명세 <첫사랑>

- 이런 게 영화 속 빛이 만들어내는 구도라는 것인가를 경험해보게 해준, 제가 가장 사랑하는 한국영화 중 하나입니다.
  
  '사람'이라는 대상에 대한 '첫사랑' 이 아니라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주었죠.









다르덴 형제 <자전거 탄 소년>

- 최근 영화 중에는 뭐가 있나 생각하다가 바로 이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현재까지 제가 본 2012년 최고의 영화입니다. 

  다르덴 형제 영화들을 좋아하지만, 통째로 뜯어내 깊이 간직하고 싶게 만든 그들의 첫 작품이었습니다.

  시릴과 사만다가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트래킹으로 쭈욱 잡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흥을 느꼈네요. 

  그러고보니 <행잉록에서의 소풍>과 같이 베토벤 협주곡 5번 2악장 황제가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역시 무척 회화적인 영화인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어머니와 아들>, 

아름답다기보다는 숭고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안드레이 루블료프>, 

앙각-부감-트래킹 비롯한 촬영 테크닉으로 절 황홀케한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 같은 작품들도 떠오르네요.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나 <게르뚜르트>는 정말 스크린으로 봐야 제대로 진가를 확인할 것 같아서 차마 넣지 못했습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그래야하지만, 드레이어의 영화들에서 느껴지는 영화적 감각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서 말이에요.



금세기에 다른 작품으로는 다소 과하고 영화 속에서 덜 체화된 롱테이크가 있긴 합니다만

촬영이 아름답다는 걸 부정하기 어려운 <어톤먼트>가 생각나네요.

<렛미인> (2008)도 제 마음을 뺏어간 작품이었구요.



아직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을 보지 못했는데 (곧 볼 것 같습니다만) 저를 압도시켜 줄 것 같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흑백의 영상미에서 오는 밀도감. (특히 벨라 타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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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영화를 아름답게 여기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