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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종범신 은퇴경기 때문에 광주에 갔었죠.
가는 길에 외할머니댁도 겸사겸사 잠시 들렸었어요.
결혼 하기 전에 인사가고 근 2년 정도 만에 뵙는건데.
나이 드신 분이라 2년이란 시간은 참..


저는 어렸을 때 우리 외할머니가 참 무서웠었어요.
보험 설계일 하셨는데, 보통 주변의 할머니들과 다르게 정말 화려 하셨고.
워낙 성격도 강하셨고.
말도 직설적으로 하셨고.
무엇보다 장손인 우리 아빠의 첫 아이인 저에 대해.
왜 이것이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느냐는 말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하셨죠.
우리 막둥이가 태어날때 까지 진짜 많이 들었어요. 외할머니 한테.

그 어렸을때 인데도 그 말은 참 상처였었어요.
그래서 외할머니의 기억은 푸근하다기 보다 조금 차갑고, 어렵고, 무섭고 그랬는데.


지금 우리 외할머니는.
어느새 너무나 쪼그라 드셨고.
치아도 많이 빠지셨고.
기력도 쇠하셨고.
얼마 안돼는 용돈 드리는데 와준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라 하셨고.
너무 약해 지셔서 왈칵 눈물이 날 뻔 해서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래도 그 와중에.
여전히 화장 곱게 하시고, 우리 엄마한테 여자는 자고로 화장을 해야 한다고 잔소리 하시며.
점심 먹으러 갈 때는 시장 갈 때 입었던 옷 벗어 던지고.
고운 옷으로 갈아 입으시고. 맞춰 신발과 지팡이도 바꾸시고.
집에 가는 제 뒤통수에 이렇게 짧게 있다 가려거든 오지도 말라고 큰소리 치시는 모습에.


그래도 예전 그 모습 조금은 남아 있으신 것 같아 위안이 되기도 했어요.
그저 많이 남지 않았을 그 시간에 조금 이라도 자주 얼굴이라도 보여 드려야 겠어요. ㅠ.ㅠ




덧. 야구장에서 레이니쿤과 구름양에게 티켓을 전해줘야 됐었거든요.
     저는 너무 너무 부끄러워서 남편에게 티켓 전해주라고 했었죠.
     그리고는 저 멀리서 두분 잠깐 봤는데. 정말정말 잘 어울리시더라구요!
     두 분. 나름 저희 남편 처음 본 영광(?)을 누리신거라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