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이 글의 제목은 아시다시피 아인슈타인이 한 이야기입니다. 실제 물리적인 설명은 최대한 피해가고 오해를 풀어가는 데에만 중점을 두겠습니다. 

그 문장을 통해 생길 수 있는 첫번째 오해는 

'아인슈타인도 신을 믿었다'는 것인데요. 아인슈타인은 신을 믿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전통적 교육관에도 반항했던 어린 아인슈타인이 기독교문화를 그냥 받아들일리가 없죠. 

그럼 뭐냐? 여기서의 신이란 자연법칙 그 자체를 말해요. 1+1=2 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물론 특별한 조건을 가정하지 않는다는 하에), 자연법칙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며, 창조주로써의 신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유태인들은 정말 많지만, 그 중에 종교적 유태인(즉,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고 해요. 

두번째 오해는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따라가지 못했다'라는 것입니다.

아, 아인슈타인에 관한 오해를 말하는 김에 하나만 더 꺼내볼까요? 그건, 아인슈타인이 공부를 못했다는 거에요 하하. 그럴리가 없죠 -_- 아인슈타인은 그냥 자기가 흥미를 느낀 것 이외의 대상에는 게으른 학생이었을 뿐입니다. 천재였죠. 심지어 유럽의 명문 취리히 공대에서도 전공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사태가 일어납니다. 그럼 수업 안들어가고 뭐했냐? 특수상대성 이론을 연구하는 근간이 되는 최신 물리동향을 연구하고 있었겠죠. 

수학과 과학에서 가르치던 선생님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뛰어났지만 게으르고 흥미를 느끼지 못한 탓에 영어성적이 낮아 서울대에 가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가 그 학생을 열등생이었다고는 절대 부를 수 없잖아요.

그럼 왜 대학원에 남지 못하고 특허청에, 그것도 친구의 추천으로 겨우겨우 들어갔냐? 그건 불성실한 학생이어서 교수들에게 찍혔기 때문이었죠. 심지어 아인슈타인 아버지가 제발 대학원에 넣어달라고 대학에 편지까지 쓰지만 거절당합니다. 유럽의 교수권위는 지금도 상당한데(독일에서는 여전히 정교수가 지역 도지사 정도의 정치적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정교수되기는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듭니다.), 2차세계대전 이전 유럽에서 교수의 권위라는 것은 어마어마했다고 해요. 그런 사람에게 찍혔으니 미래가 그 바닥에서 미래가 거의 막히다시피 했던 거죠. 

1879년 생인데 1903년에 특허청에 들어갑니다. 이미 1901년에 논문을 쓴 적이 있네요.(출처 http://en.wikipedia.org/wiki/Albert_Einstein) 당시 대학에선 연구에 필요한 거의 모든 걸 배웠습니다. 지금의 석사까지 과정이 학부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셔도 될 거 같네요. 현재 학부 고학년하고 대학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것들이 최근 100년동안 연구된 것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죠. 다만 통계물리학과 전자기학을 포함한 고전물리학과 그에 필요한 수리물리학에 대해선 더 심도있게 배웠을 것 같아요.

그리고 특허청 근무 3년째가 되던 1905년. 약 반년의 기간동안, 역대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학문적 생산성을 보입니다.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완전히 찍혔을 때 그것을 어떻게 정면돌파하느냐 다음과 같이 하면 됩니다.

세개의 논문을 썼어요. 

1)특수 상대성이론

2)브라운 운동

3)광전 효과(광양자설)

1), 2)는 글의 주제와 많이 벗어나므로 전혀 다루지 않겠습니다. 관심사는 바로 광양자설. 모두가 파동이라고 생각하던 빛이 입자라는 것을 밝힌 이 주제로 아인슈타인은 노벨상을 받았습니다만 1),2)의 주제도 노벨상을 타기에 충분한 큰 건입니다. 나중에 일반 상대성이론에서의 업적 역시 노벨상을 타기에 넘치면서 물리학 최고의 업적 중 하나지만, 노벨상을 받을만한 3가지 논문을 반년 내에 모두 제출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대단합니다. 미쳤다고 밖에...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상수는 플랑크 상수로 플랑크에 의해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발견한 자신도 그 상수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그걸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논문을 쓴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었고 양자역학의 시작을 알린 거죠. 

양자역학에 관한 아인슈타인의 업적은 그 이외에도 굵직한 것이 제법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물질파 해석에 관한 건데요. 빛이 입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밝혔던 아인슈타인은 입자가 파동이기도 하다는 드브로이의 논문을 보고 단번에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냅니다. 강남스타일에 대한 저스틴 비버 버프같은 거죠 하하. 

또 하나는 EPR 역설인데요. (E가 아인슈타인 이름에서 따온 것) 양자역학에 관한 과학자들의 이해의 약점을 파악하고 공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양자역학의 발전을 이끌어냅니다.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 약점을 저렇게 날카롭게 지적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라는 말은 양자역학에 관한, 보어를 위시한  '코펜하겐 해석'(대강 말하자면, 입자를 묘사하는 파동함수가 관측과 동시에 붕괴하면서 측정값을 준다는 것.)에 관한 반발에서 나온 겁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해석과 관련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입니다. 양자역학 하면 비전문가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치사율 50%의 독약을 먹은 상자 속 고양이(아직 관측하지 않은 고양이)는 죽어있는  반과 살아있는 반을 묘사하는 파동함수의 중첩이며 그 파동함수는 관측과 동시에 둘 중 하나로 붕괴하면서 죽음/삶으로 관측된다'는 주장에 대해서 아인슈타인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해석이 지금까지도 살아남아있는 이유는 저 해석이 실제 관측 결과와 모순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에요. 관측하기 전의 해석을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당연하겠습니다. 

대세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아인슈타인의 주장과 무모순적인 해석 역시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여기에 관련해서는 '우주의 구조'로 번역된 브라이언 그린의 책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