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한 번 썼는데, 흥미로운 논증 중에 '인간 원리'라는 게 있죠.
- 작성일
- 12-07-17 15:35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우리 우주는 어떻게 태양계가 딱 존재하고, 그 태양계에 딱 지구가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우주상수를 가질 수 있었는가?'
'우리 지구는 어떻게 딱 태양과의 거리가 살기 좋고, 딱 중력이 살기 좋게 생겨먹었는가?'
'어떻게 하필 6500백만 년 전에 딱 적당한 크기의 혜성이 충돌해서 공룡만 죽이고 포유류는 살려서 인간이 출현하게 하였는가?'
..... 등등 ....
이런 이유로 '인간의 출현에는 신의 섭리, 어떤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게 있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죠.
좀더 인간적인 스케일로 이거랑 아주 비슷한 질문이 몇 개 있는데요.
흔히 나오는 것으로 홈런볼 득템하는 케이스와 로또 케이스를 들 수 있습니다.
A씨가 3루쪽 외야에 앉아있었는데, 홈런볼을 잡았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포수가 사인을 이걸 내야할 걸 잠시 멘붕한 사이에 다르게 내고
투수가 반신반의하면서 냅다 던지는데 둘째 손가락 끝에 점심에 먹었던 돼지비계 기름이 조금 남아있어서 살짝 미끄러진 걸
그날 기분이 싱숭생숭하던 타자가 3루쪽 응원단을 바라보며 힘을 불끈 주고 냅다 휘둘렀는데
상대속도 352km/s로 정확히 배트 길이 1.9876358724144/3 되는 지점의 배트 중심에서 0.002mm 위쪽으로 맞아야
공이 그 자리에 떨어질 수 있다.. 는 것이죠.
이 모든 조건이 갖춰져서 A씨가 홈런볼을 잡을 확률은 거의 무한소에 수렴....
그런데 A씨가 홈런볼을 잡았다. 이건 기적이다. 이런 얘기죠.
이에 대한 인간 논리의 대답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입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존재해야하는 존재들이 아니에요.
그냥 수많은 평행 우주(혹은 딸우주)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는 다양한 우주상수를 가지는 것들도 있다는 거죠.
이를테면 강한 핵력(이라고 우리 우주에서 부르는 힘)이 형편없이 약하거나,
또는 전자의 전하가 우리 우주보다 열 배나 되는 우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우주에는 원자가 없겠죠. 그리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 어떤 우주에는 저 힘들이 원자가 존재할만한 힘값을 가집니다. 원자가 생기겠죠.
중력값이 우리 우주보다 현격히 세다거나 혹은 약하다거나 할 수도 있습니다.
뭐 그런 채로 다른 변화를 가지고 있겠죠.
인간원리로 돌아와서 생각을 하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적어도 우리 우주'는 원자를 구성하고 초신성이 생기고 할 정도의 기본힘값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건 또한, 지구가 생명이 생기기에 적합한 행성이었다는 이야기일 뿐이죠.
야구장의 A씨는 실제로 운이 좋아요.
실제로 야구공은 아주 미묘한 차이로도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비거리는 일정하다고 보면)
내야 관중석으로 날아가 파울이 되거나, 1루쪽, 2루쪽 홈런이 될 수도 있었겠죠. 그렇다면?
그쪽에 앉은 B씨나, C씨나, D씨가 홈런볼을 잡았을 겁니다.
여기엔 무슨 필연 같은 게 없어요.
홈런볼을 잡은 순간에 이 공이 어떻게 해서 이쪽으로 날아왔나를 계산할 수야 있겠지만
(당겨치려 했는데 3루쪽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응원단 언니 치마가 살짝 .. 그래서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다가 배트가 늦어 결과적으로 밀어치게 되어 1루로 갔다.. 라거나)
애당초 배트를 휘두르는 순간에, 혹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에 공이 거기로 날아가야 할 필연적인 이유 같은 건 없지요.
이게 아주 명확한 게 복권입니다. (로또는 조금 다르고)
애초에 복권 발매할 때 1등 용지를 인쇄해서 팝니다. 몇억장 중에 한 장일지라도요.
모든 복권이 판매되었다면, 반드시 누군가는 1등이 됩니다.
그 당첨자가 하필 누구인지는 알바 없죠. 우연입니다.
물론 당첨되고 나서 어떤 우연들이 겹쳤나를 역추적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당첨과 그 우연들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어요.
인간원리가 재밋는게 제목은 지극히 인간(중심)적일 것 같지만, 실은 인간 따위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적어도 신의 총애를 받는 기적의 존재로는 생각하지 않죠)
예를 들어 사람이 태어났다는 것도 일종의 '당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태어났다는 것은 적어도 나의 조상들이 무려 30억년에 걸쳐 단 한 세대도 빼놓지 않고 번식에 성공해왔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근데 그게 다 입니다. 나라는 신성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 조상들이 번식한 게 아니고,
그냥 번식했는데 그 결과 어떤 놈이 나왔고 그게 접니다.
그 결과인 '나'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나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확정되어 있는 과거'는 굉장히 믿기 힘들 정도의 정교하고 기적적인 조합의 연속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조상님들 관점에서 보자면 그냥 하다보니 어찌어찌 흘러온 하나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는 거죠.
혹시 먼 옛날, 20억년 전 직계 조상이 우리를 낳은 A라는 물고기 말고,
좀더 멋있는 물고기와 결혼했다면 포유류 전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우리 우주는 어떻게 태양계가 딱 존재하고, 그 태양계에 딱 지구가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우주상수를 가질 수 있었는가?'
'우리 지구는 어떻게 딱 태양과의 거리가 살기 좋고, 딱 중력이 살기 좋게 생겨먹었는가?'
'어떻게 하필 6500백만 년 전에 딱 적당한 크기의 혜성이 충돌해서 공룡만 죽이고 포유류는 살려서 인간이 출현하게 하였는가?'
..... 등등 ....
이런 이유로 '인간의 출현에는 신의 섭리, 어떤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게 있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죠.
좀더 인간적인 스케일로 이거랑 아주 비슷한 질문이 몇 개 있는데요.
흔히 나오는 것으로 홈런볼 득템하는 케이스와 로또 케이스를 들 수 있습니다.
A씨가 3루쪽 외야에 앉아있었는데, 홈런볼을 잡았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포수가 사인을 이걸 내야할 걸 잠시 멘붕한 사이에 다르게 내고
투수가 반신반의하면서 냅다 던지는데 둘째 손가락 끝에 점심에 먹었던 돼지비계 기름이 조금 남아있어서 살짝 미끄러진 걸
그날 기분이 싱숭생숭하던 타자가 3루쪽 응원단을 바라보며 힘을 불끈 주고 냅다 휘둘렀는데
상대속도 352km/s로 정확히 배트 길이 1.9876358724144/3 되는 지점의 배트 중심에서 0.002mm 위쪽으로 맞아야
공이 그 자리에 떨어질 수 있다.. 는 것이죠.
이 모든 조건이 갖춰져서 A씨가 홈런볼을 잡을 확률은 거의 무한소에 수렴....
그런데 A씨가 홈런볼을 잡았다. 이건 기적이다. 이런 얘기죠.
이에 대한 인간 논리의 대답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입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존재해야하는 존재들이 아니에요.
그냥 수많은 평행 우주(혹은 딸우주)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는 다양한 우주상수를 가지는 것들도 있다는 거죠.
이를테면 강한 핵력(이라고 우리 우주에서 부르는 힘)이 형편없이 약하거나,
또는 전자의 전하가 우리 우주보다 열 배나 되는 우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우주에는 원자가 없겠죠. 그리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 어떤 우주에는 저 힘들이 원자가 존재할만한 힘값을 가집니다. 원자가 생기겠죠.
중력값이 우리 우주보다 현격히 세다거나 혹은 약하다거나 할 수도 있습니다.
뭐 그런 채로 다른 변화를 가지고 있겠죠.
인간원리로 돌아와서 생각을 하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적어도 우리 우주'는 원자를 구성하고 초신성이 생기고 할 정도의 기본힘값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건 또한, 지구가 생명이 생기기에 적합한 행성이었다는 이야기일 뿐이죠.
야구장의 A씨는 실제로 운이 좋아요.
실제로 야구공은 아주 미묘한 차이로도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비거리는 일정하다고 보면)
내야 관중석으로 날아가 파울이 되거나, 1루쪽, 2루쪽 홈런이 될 수도 있었겠죠. 그렇다면?
그쪽에 앉은 B씨나, C씨나, D씨가 홈런볼을 잡았을 겁니다.
여기엔 무슨 필연 같은 게 없어요.
홈런볼을 잡은 순간에 이 공이 어떻게 해서 이쪽으로 날아왔나를 계산할 수야 있겠지만
(당겨치려 했는데 3루쪽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응원단 언니 치마가 살짝 .. 그래서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다가 배트가 늦어 결과적으로 밀어치게 되어 1루로 갔다.. 라거나)
애당초 배트를 휘두르는 순간에, 혹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에 공이 거기로 날아가야 할 필연적인 이유 같은 건 없지요.
이게 아주 명확한 게 복권입니다. (로또는 조금 다르고)
애초에 복권 발매할 때 1등 용지를 인쇄해서 팝니다. 몇억장 중에 한 장일지라도요.
모든 복권이 판매되었다면, 반드시 누군가는 1등이 됩니다.
그 당첨자가 하필 누구인지는 알바 없죠. 우연입니다.
물론 당첨되고 나서 어떤 우연들이 겹쳤나를 역추적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당첨과 그 우연들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어요.
인간원리가 재밋는게 제목은 지극히 인간(중심)적일 것 같지만, 실은 인간 따위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적어도 신의 총애를 받는 기적의 존재로는 생각하지 않죠)
예를 들어 사람이 태어났다는 것도 일종의 '당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태어났다는 것은 적어도 나의 조상들이 무려 30억년에 걸쳐 단 한 세대도 빼놓지 않고 번식에 성공해왔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근데 그게 다 입니다. 나라는 신성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 조상들이 번식한 게 아니고,
그냥 번식했는데 그 결과 어떤 놈이 나왔고 그게 접니다.
그 결과인 '나'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나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확정되어 있는 과거'는 굉장히 믿기 힘들 정도의 정교하고 기적적인 조합의 연속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조상님들 관점에서 보자면 그냥 하다보니 어찌어찌 흘러온 하나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는 거죠.
혹시 먼 옛날, 20억년 전 직계 조상이 우리를 낳은 A라는 물고기 말고,
좀더 멋있는 물고기와 결혼했다면 포유류 전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