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군요.. 그런데 우주에서의 인간의 출현과 뒷부분의 야구, 복권 예시는 엄밀히 말하면 좀 다른 얘기라고 볼 수 있겠어요.

홈런공의 경우, 장외홈런이 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관중석 한 부분에 떨어지게 되어 있고, 복권도 말씀하다시피 전부 팔리면 그중에 당첨이 있게 마련이죠. 그런데 원자를 형성하기 적합한 우주가 생성되고 나아가서 지성체가 번식할 수 있는 태양계가 출현하는 경우는, 그 엄청나게 무한소에 가까운 가능성이 실현 안되어도 그만이거든요.

물론 이것은 칸트식으로 말하면 무한을 인식할 수 없는 인간 지성의 한계가 있으므로 유한성에 관한 비유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는 한데.. 무한한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면 그 중에 인간이 태어날 수 있는 우주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잘못된 논증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군요. 무한하다는 것이 모든 가능성을 커버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거든요. 그런 얘기는 아니신 것 같긴 하지만..

제가 소싯적에 읽은 스티븐 호킹에 관한 책이 생각나는군요. 그 책에서 한 가지 가설.. 이라기보다는 사고방식의 전환으로,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주가 지성체에 의해 인식되지 않으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지성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라는 얘기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데 뭐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얘기군요.

예, 안되면 안되는 겁니다.
근데 '안되는 우주도 있는데 왜 우린 있냐?'라고 물으면
'되는 우주가 하나 생겼겠지, 그 되는 우주에 '결과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고' .. 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존재한다 -> 우리가 존재할만한 우주가 있다.' 라는 거죠.

전에 소개글도 썼던 블랙홀전쟁의 저자인, 써스킨트가 바로 대표적인 지지자 중 하나입니다. 우주의 풍경이라는 책에서 그것을 깊게 다루고 있으니 관심있으면 읽어보세요. 다만 블랙홀 전쟁에서는 너무 깊은 전공 이야기를 많이 해서 비전공자들에게 어려운 책일 수도 있겠습니다.

올해 안에 읽어볼지도 모르는데, 혹시나 읽게 되고, 흥미있는 사항이 있으면 리뷰도 도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