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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짚고 넘어갈게 그 이전의 스타 정치인 노회찬,심상정,조승수는 모두 NL이 아닙니다.  이들은 스타였지만 NL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많은 고생을 했어도 당대표는 커녕 원내부대표 정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NL이 조직력에서는 우위고 절대적 패권을 자랑하지만 이들이 언제나 평양의 안녕을 생각하는 덕인지 아니면 능력이 없어서인지 대중적인 인기 정치인은 낳지 못했습니다. 일단 김창현? 이러면 누가 압니까. 실제로 진보 정당 바닥에서 가지는 패권은 어마어마할텐데 김창현을 아는 일반인은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작년 10월 이전까지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인터넷만 보면 70%는 참여계 노빠,유빠고 20%는 진보신당이고 10%는 민주당 지지자인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세상만 보면 참여당은 한 210석 60석은 진보신당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정희는 잘 다듬어진 기획스타의 대박 성공에 가깝습니다. 마치 열린음악회 단골 가수만 키우던 기획사 사장이 어느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뜨여 이수만을 능가하는 아이돌 기획자가 된 격입니다. 망하던 가게가 대박상품을 낸거나 다름이 없죠.

살펴보자면 이정희는 친노 성향이 있습니다. 민노당에 입당하여 국회의원이 되기 딱 2년 전 강금실 지지 선언으로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한 적이 있고 노무현 사후에는 그 어떤 진보정치인보다도 심지어 민주당계/친노계 정치인 중에서도 찾기 어려울만큼 노무현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해찬이 이정희보고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 내 지역구를 물려주고 싶다 -- 그런데 이미 그 때 이해찬은 백수였고 현역 국회의원은 엄연히 김희철이었습니다. 지가 뭔데 지역구를 물려준다는 건지 자칭 시민운동가가 해대는 짓 치고는 추잡스러운 짓입니다. -- 고 상황질까지 한 것은 이러한 이정희의 노무현 챙기기에 한 몫 했을 겁니다. 

그리고 스펙이 좋습니다. 일단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 인문대 전체 수석, 사시 차석 합격은 중산층의 기준에서 보아도 꽤나 고급스러운 스펙이고 눈길이 가는 이력입니다. NL들의 촌스러움과는 좀 대비가 되죠. 여기에 친노틱한 행보를 보이면서 노무현 추모한다고 피아노로 이매진 두들기니 금상첨화. 정말 잘 짜여진 듯한 전략적인 행보였습니다. 

또한 이정희는 다른 NL들과 달리 말투가 아주 공손하고 소근소근 하지요. 중산층 특히 트위터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중산층 리버럴들이 소위 좀 자존심 세고 예민한 인간들임을 잘 간파한 말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야권연대 협상을 하다가 중간에 잘려나간 장원섭 말투를 보세요. 완전히 다릅니다. 정말 스타일이 달라요. 

그러나 그래도 그 전까지는 공식적 합당이 없었기에 이정희는 친노들에게 호감가는 정치인에 불과합니다. 적어도 국참당과 민노당이 합당하기 전까진 딱히 유빠들이 나서서 민노당 NL 편들어준 적이 없으니까요. 김해에서 인격을 인증한 유시민도 배가 고팠고 야권연대로 조금씩 먹다 보니 더 먹고 싶어진 이들이 4년간 정치백수하면서 궁해진 노심과 차기 총선이 겁나는 조를 끌어들여 통합진보당을 만들었습니다.

그 덕에 유빠들이 통진당 지지자가 되어 NL들을 편드는 현상이 벌어지더군요. 정작 통진당 내부에선 비록 무위가 되었을망정 이정희가 유시민을 개무시하고 서기호를 비례 상위 순번에 놓으려고 했는데 그런 이정희와 NL을 옹호하느라 민주당을 향해서 집요한 공격을 날리는 트위터의 유빠들을 보며 NL들이 야바위성이긴 해도 머리가 좋다고 느꼈습니다. 이미 쫄랑 망해 명분도 능력도 없어지고 인터넷 기반(?)만 남은 유빠들의 자존심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해 먹는 걸 보니 참 감탄이 나오더이다. 

하여간 당연히 이정희가 잡은 컨셉도 적당히 친노컨셉으로 잡은 수도권의 자칭 리버럴 타칭 노빠들의 도움을 기반으로 열린우리당 때 한 번 써먹은 '호남토호론'을 들고 나와 김희철을 공격하는 겁니다. 실제로 김희철은 노빠들이 딱 질색하는 평민당 출신 인사고 친노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호남 출신에다가 간지나는 스펙맨이 아니라 평당원 출신 국회의원입니다. 학벌도 우리 정계의 아이유 서울대 이정희에 비할 수 없는 건국대밖에 안 나왔습니다. 

이정희보다 스펙도 달리겠다, 호남 출신에, 평민당 출신에, 비친노겠다. 이거 완전 구도 잡기 좋다고 생각하고 관악을에 알을 박았는데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평당원에서 국회의원까지 간 김희철은 졸지에 무슨 100억 자산이라도 가진 듯한 구시대 토호가 되었고, 정작 신데렐라처럼 경기동부의 빨로 그 자리까지 오른 이정희는 지금까지 NL패권주의로만 일관한 정치인생과는 무관하게 힘없는 약자 이미지가 되어있군요. ㅎㅎㅎ. 

개인적으로 관악을 경선이 굉장히 결과가 궁금하긴 합니다. 이정희와 NL이 지금까지 잘 짜온 시나리오가 성공해서 이정희가 최종후보가 될지, 설령 후보가 되더라도 본선에서 이길지. 정말 궁금하거든요.

그리고 한가지 얘기해두지만 통진 입장에선 자기들이 통합후보가 된다면 당선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일화가 없었던 지난 총선에서 노회찬, 심상정은 졌지만 어찌되었건 진보정당의 수도권 진출이란 핑계로 스폿라잇도 받았고 그래서 이번에 아주 편히 해당 지역의 단일후보가 되게 생겼으니까요. 막말로 이번에 통합진보당 단일후보들이 지면 어떻습니까. 그러던가 말던가 이번에 단일후보로 30%만 받아도 다음 선거에서 그 때의 30%를 가지고 무공천을 요구할 수도 있고 자기에게 유리한 경선룰 요구할 수도 있지요.

이정희 입장에서는 관악구에서 지던가 말던가 서울특별시에 자기들 지역구를 하나 박아두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에 설령 김희철이면 당선, 이정희면 낙선이라고 해도 상관없을 겁니다. 막말로 지고나면 호남의 배신, 민주당의 배신이라고 나불거리면 끝이고 다음 총선 때는 19대 총선에서 이정희가 진보정당의 여성후보라는 두가지 약점을 가지고도 이 정도 표가 나왔으니 민주당은 양심껏(?) 양보하라고 하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