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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은 그 탄생의 기원 자체가 밖에서 미국식 대중정당을 외쳐온 김기식, MB를 막기 위한 무조건적 대통합을 외쳐온 문성근 등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들의 요지는 한나라당은 너무 강하고 야권 세력은 합쳐도 부족한데 따로 있어서 더 어렵다. 합쳐도 어려운 판인데 합치기라고 하면 그래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이고 여기에는 큰 이의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미국 공화, 민주를 봐도 그들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쉽게 말해 대중정당이라는 것은 거칠게 말해 그 당안에 박지원도 있고 손학규도 있고 문재인도 있고 노회찬도 있는게 대중정당입니다. 과거 새천년민주당이 딱 그런 정당일 겁니다. 장태완 사령관부터 고 김근태 전 의장까지 소속된 정당이 새천년민주당입니다. 이제와서는 없어져야 할 지역당인 것처럼 매도되는 경향이 있으나 제 생각에 새천년민주당이야 말로 한국 대중정당의 모델로서는 성공적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제는 의회와 행정부의 대립이 심각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최대한의 의석을 가져야만 자신들의 성공이 보장되고 또 그것을 위해서 움직이게 되어있습니다. 미국, 프랑스가 소선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그냥 그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는 현재 민주통합당의 상황이 대중정당을 지향하는게 아니라 팬덤정당, 이념정당화 될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이는 충분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충분히 무리없이 도입될 수 있는 여성 지역구 할당제를 권역별이 아닌 전국 통합으로 설정하여 계파 챙기기에 나서는 것이나 당내 일부 세력이 몇가지 정책적 입장을 가지고 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이 두가지가 혼재하여 나타나는 현상이 김진표를 낙천시켜 백수로 만들자는 것인데 이는 대중정당을 지향해야 하는 민주통합당의 실정에도 맞지 않고 FTA에 있어 김진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한명숙, 문재인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다는 점에서 팬덤 지향적입니다. 민주통합당이 과거 민주당이 사용하던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는 레토릭을 그대로 사용하려면 현재처럼 해서는 어렵습니다. 이미 열린우리당의 혹독한 실패가 좋은 사례로 남아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민주통합당 세력 일부가 야권연대의 선물로 독일식 정당명부비레대표제를 약속하는 것도 정직하지도 못하고 가능하지도 않은 부끄러운 행동입니다. 과거 개혁당-열린우리당 시절의 세력들 역시 진보 정당을 향해 이 제도를 약속했지만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탄핵총선에서도 그들은 사표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게 참 치사한 일이지만 그들은 대통령제하 대중정당인들이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제안한 것은 영악한 fake에 불과한 것이죠.

예컨대 독일식 제도를 도입하려면 지역구와 동등한 수준으로 비례대표를 뽑아야 하는데 이 경우 국회의원 정수를 500석이 넘게 늘리거나 현행 지역구를 150개 정도로 줄여야 합니다. 이 모두 쉬운 일이 아니고 양당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선거 전에는 약속하고 선거를 하자 사표론이 나오는 것처럼 대통령을 만들고 싶어하는 정당은 자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 난립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사표론을 제기하지 않아 민노당이 20석을 넘기는 일이 있었다면 노무현의 국정운영은 훨씬 더 어려웠을 겁니다. 여러 유력 야당과 끝없이 대결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할 것이 뻔하거든요. 이러한 현상은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면 훨씬 더 극심할 것인데 이 경우 누가 대통령으로 집권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차라리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분권형대통령제나 독일식 의원 내각제로 개헌하자는 것이 훨씬 더 정직하고 제대로 된 방법입니다. 뻔히 이렇게 결론이 나는 문제를 세계 최초의 정치 실험이니 하면서 이미지 장난질을 해봐야 성공할리 없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성공하려면 김진표, 김성곤과 같은 경제적 자유주의자부터 박용진 같은 사민주의자까지 전부 포괄하는 정당이 되야하고 친노와 비친노 심지어는 반노까지 전부 포괄해야 성공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명숙 지도부, 그리고 한명숙과 손을 잡은 시민통당합 세력은 그럴 의사가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화끈한 열린우리당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따지고보면 한명숙도 이걸 모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알고 있으니 한이명숙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서 여성부 초대 장관이 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민주통합당은 말만 대중정당이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져도 좋으니 그저 아름다운 패배라고 생각하겠다다면 상관이 없지만 정권교체가 목적이라면 현재 방식은 성공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진보라는 개념이 실제 이념적 성향에 비해 심하게 과소비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작 시민들이 모르는 시민사회세력과 팬덤이 강한 일부 정치세력이 정당을 주도할 경우 성공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설령 일시적인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그 성공 직후에는 과거 열린우리당의 드라마틱한 몰락만이 남아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