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제정신으로 생각하면 참 어이 없는, 정신 나간 일인데...

그래도 이 감격의 1/10000000000000000이라도 공유해보고 싶어서 질러봅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사이트에서 본 후,

굼벵이걸음으로 하나씩 둘씩 늘려나가던 목록을 드디어 완성해버렸네요.

무엇인고 하니,

헨델의 오페라 전 작품 되겠습니다-_-;;;


하드한 이른바 '헨델리안'이라면 작곡자가 행한 수많은 개정판본에 따른 음반을 일일 따로 구비하겠지만,
 
저같은 초짜는 언감생심, 그래도 조촐하게나마 전집을 구성했으니 나름 감격적인 일이랍니다ㅋㅋㅋ

추후 기회가 되면 개별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목록 구경만 해보십시다.

헨델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정리하여 펴낸 헨델작품목록(HWV)은 바흐작품목록마냥 분야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첫 자리를 차지하는 건 당연히! 그의 오페라. 헨델의 음악 인생 대부분은 오페라 작곡가로서 흥행의 최일선에서 온갖 악전고투를 거듭하는데 바쳐졌으니 HWV의 처음을 여기에 할애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면 출발~~~




햇병아리 시절 작품들입니다. 할레 출신 촌넘이 함부르크로 와서 쓴 첫 오페라들,

HWV 1 - 카스티야의 여왕 알미라 Almira, Königin von Castilien

HWV 2 - 네로 Nero (소실)

HWV 3 - 플로린도 Florindo (소실)

HWV 4 - 다프네 Daphne (소실)

이 중 '알미라'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사라졌으나, 여기서 약간의 명성을 얻은 후 코렐리 같은 대가들의 추천을 받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HWV 없음 - 게르마니코 Germanico (2006년 발견)

HWV 5 - 로드리고 Rodrigo

HWV 6 - 아그리피나 Agrippina


이탈리아에서 쓴 위 작품들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 헨델은 유럽 음악계를 이끌 촉망받는 젊은 음악가로 떠오르며 각지의 초청을 다투어 받습니다. 그가 선택한 다음 직장은 하노버의 게오르크 선거후 궁정악장.
그러나 그의 내심은 런던으로 향해 있었으니, 유럽에서 손꼽히는 경제력에 비해 이탈리아 오페라 시장이 턱도 없이 작았던 곳에서 땅짚고 헤엄치기를 해보리라...는 거였지요. 실은 그가 하노버를 직장으로 택한 이유도 게오르크 선거후가 잉글랜드의 왕위 계승 1순위였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하노버에서의 업무는 하는둥마는둥 뒷전인 채, 런던으로 달려간 헨델.

HWV 7 - 리날도 Rinaldo

HWV 8 - 충실한 양치기 Il pastor fido

HWV 9 - 테세오 Teseo

HWV 10 - 실라 Silla


당시 런던 관객들은 이탈리아 오페라에 목말라 있었지요. 그들에게 제공한 헨델의 이탈리아 오페라는 그야말로 스펙터클, 삐까번쩍한 무대에 용감한 기사와 미녀, 괴물과 마녀가 등장하는 한바탕 볼거리였답니다.

이렇게.






HWV 11 - 갈리아의 아마디지 Amadigi di Gaula

HWV 12 - 라다미스토 Radamisto

HWV 13 - 무치오 셰볼라 Muzio Scevola

이때를 전후하여 게오르크 선거후가 조지 1세로서 잉글랜드의 왕위를 물려받게 됩니다. 이제 헨델도 영국에 정착할 수 있게 되지요.

('수상음악'에 얽힌 조지 1세와 헨델 사이의 갈등(?)은 사실이 아닐 겁니다. 영어 한 마디 모른 채 왕 노릇하러 타지에 건너온 이방인이 말 통하는 부하를 괜히 내칠 이유가 없지요. 게다가 왕쯤 되는 사람이 그깟 음악가 하나에 신경쓸 겨를이 당시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뭐...)




런던에 정착한 헨델은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포텐을 폭발시키기 시작합니다.

HWV 14 - 플로리단테 Floridante

HWV 15 - 게르마니아의 왕 오토네 Ottone, re di Germania

HWV 16 - 롬바르디아의 왕 플라비오 Flavio, re del Longobardi

HWV 17 - 이집트의 줄리오 체자레 Giulio Cesare in Egitto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이라 하면 간단하게 말해서 '레치타티보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아리아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인데,

당대 무대를 주름잡은 헨델의 아리아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소프라노들이 부르는 기막히게 서정적인 선율.







그야말로 헨델의 리즈 시절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HWV 18 - 타메를라노 Tamerlano

HWV 19 - 롬바르디아의 여왕 로델린다 Rodelinda, regina del Longobardi

HWV 20 - 시피오네 Scipione

HWV 21 - 알레산드로 Alessandro




10여 년 넘는 기간 동안 승승장구하던 헨델의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커리어에도 슬슬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HWV 22 - 테살리아의 왕 아드메토 Admeto, re di Tessaglia

HWV 23 - 잉글랜드의 왕 리카르도 1세 Ricardo Primo, re d'Inghilterra

HWV 24 - 페르시아의 왕 시로에 Siroe, re di Persia

HWV 25 - 이집트의 왕 톨로메오 Tolomeo, re di Egitto




화무십일홍일까요, 시대가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실은 대륙에서도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 세리아는 이미 퇴조가 시작되었고 오페라 부파가 새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의 지성인들 사이에서는 어떤 스타일이 극의 본질에 더 타당한지 치열하게 논쟁을 시작했지요.

어쨌든 헨델의 악전고투는 계속됩니다.

HWV 26 - 로타리오 Lotario

HWV 27 - 파르테노페 Partenope

HWV 28 - 인도의 왕 포로 Poro, re del India

HWV 29 - 에치오 Ezio




하지만 경제적으로 그의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뿐.

HWV 30 - 페르난도 Fernando (애초 구상)

HWV 30 - 메데아의 왕 소사르메 Sosarme, re di Media (최종본)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약간의 반등의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지요.

HWV 31 - 오를란도 Orlando




촛불이 꺼지기 전 마지막 타오름일까요, 헨델의 오페라가 연달아 흥행에 크게 성공합니다.

HWV 32 - 크레타의 아리아나 Ariann in Creta

HWV 33 - 아리오단테 Ariodante

HWV 34 - 알치나 Alcina

HWV 35 - 아탈란타 Atalanta


공교롭게도 '아~' 시리즈군요 ㅎㅎㅎ

헨델 오페라 아리아의 나머지 한 축은 바로 카스트라토 가수들이 뽑아내는 정신 없는 기교의 향연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기에는 영 부르기 불가능해보이는 노래들을 공장처럼 찍어냈지요.






HWV 36 - 아르미니오 Arminio

HWV 37 - 주스티노 Giustino

HWV 38 - 이집트의 여왕 베레니체 Berenice, regina di Egitto

HWV 39 - 파라몬도 Faramondo

그러나 회심차게 준비한 '아~' 시리즈 중 '아르미니오'가 쫄딱 망하면서 그의 오페라 사업은 멸망의 길을 향해 달려갑니다.




HWV 40 - 세르세 Serse

HWV 41 - 이메네오 Imeneo

HWV 42 - 데이다미아 Deidamia


흥행에 실패했다 하여 그의 음악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은 아님을 '세르세'가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더 이상 반전을 이루지는 못했고,

이탈리아 오페라가 아니라도 그의 음악적 역량을 발휘할 길이 있음을 발견한 후, 헨델은 30여 년간 매진했던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커리어를 접게 됩니다.


하지만 헨델 작품 목록에 실려 있는 오페라는 아직 더 있습니다.




흥행은 해야겠는데 시간에 쫓겨서 새 곡을 쓸 시간이 없을 때 헨델 뿐만 아니라 당대 오페라 작곡가들이 서슴없이 썼던 방책은,

'파스티치오Pasticcio'라 불리는 '짜깁기'였습니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영락없는 표절이지요. 당대의 윤리로 아무 문제가 없는 행위였으니 현대인이 뭐라 할 일은 아닙니다만.

현대에도 그런 전통이 남아 있긴 합니다. 유명 뮤지컬 '맘마 미아'가 그런 예가 되겠죠??


HWV의 부록 격인 HWV A에는 헨델이 자신의, 혹은 남의 이전 작품을 짜깁기한 파스티치오 오페라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작곡가 자신이 이전 작품에서 '엑기스'를 뽑아쓴 격이니 처음 헨델을 접할 때 차라리 이런 파스티치오 오페라들이 어쩌면 더 낫겠다는 망상도 떠오르네요 ㅋㅋㅋ


그 중 세 곡은 헨델의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오늘날도 가끔씩 연주, 녹음이 이루어집니다.

HWV A11 - 오레스테 Oreste

HWV A13 - 알레산드로 세베로 Alessandro Severo

HWV A14 - 아르고스의 지오베 Giove in Argo

 

이상으로 주욱 헨델 오페라의 목록을 나열해 보았는데 한 작품 '충실한 양치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인공 이름이 그대로 오페라의 제목인 걸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모두 그리스/로마 신화 아니면 역사 속의 인물들인데, 죄다 이탈리아 식으로 바뀐 이름이라 저게 우리가 아는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이름이 역사 속의 누구인지 알아맞춰 보시겠습니까? 그러다보면 이를 다룬 헨델의, 또는 동시대 오페라 작품들이 궁금해지기도 할 것 같지 않으세요? (아, 그건 아닌가-_-??)


개별 작품에 대한 소개는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해보기로 하고...


[감격2]에서는 헨델이 오늘날 바흐와 더불어 바로크 음악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히게 된 진짜 이유... 에 해당하는 장르를 소개할까 합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