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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게 있긴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김어준이 좋아하는 픽션은 아웃사이더의 승리, 비주류(?)의 역전승 이런 것 같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신화이자 드라마인데 김어준은 이런 걸 아주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빠가 되었을 것이고 황빠, 심빠도 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가 황빠가 된 것도 바로 이 프레임에 의해서라고 보거든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서울대 의대가 아닌 수의대를 나온 아웃사이더. 줄기세포 연구를 하는 과학도, 의학도들에게 무시당하면서도 위대한 업적을 끝없이 일궈낸 기적의 사나이. 이 스토리만 보면 멋있어도 너무 멋있습니다. 일단 이렇게 스토리를 세워 놓으면 그 다음의 모든 문제들은 상당히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김어준 뿐만 아니라 당시 김동렬 등 비슷한 부류의 논객들이 같은 입장을 취했고 서영석도 그러했는데 대개 이들은 황우석에 자신을 이입한 면이 있어요. 김동렬은 논객으로서 자존심이 센 편이지만 울산대를 중퇴했고 서영석은 메이저 언론도 그렇다고 진보 어론도 아닌 국민일보에서 성장한 언론인이고 이 분들 모두 사회의 비주류나 약자 이렇게 보긴 어렵지만 완벽한 주류나 엘리트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사람들이지요. 노무현의 당선 전후로 확 뜬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좀 많아요.

이런 사람들이 나름 똑똑하고 재능도 있지만 동시에 피해의식이나 열패감도 크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런 종류의 신화에 환호할 수 밖에 없어요. 노무현만 하더라도 영남 출신, 사시 합격이라는 주류 사회의 인증서를 가지고도 고졸이라는 약점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비주류(?)들에게 희망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생각해보면 저같은 나부랭이보다는 이런 분들이 피해의식가 열패감이 더 크기 마련입니다. 만약 제가 약간 처지는 지방대 의대를 나온 의사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면 저는 메이저 의대를 나온 의사들보단 불리한 조건에 처할 겁니다. 학교 졸업장을 병원 입구에 거는 대신 온갖 학회의 회원증, 수료증, 해외 연수증을 내걸고 조금이라도 병원 인테리어에 돈을 더 쓰려고 할 겁니다.

문제는 이 분들이 신화에만 집착하다 보니 자신들이 신화의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들에겐 이성이고 논리고 없이 올인을 한다는 거죠.

황우석은 물론이요 심형래만 보더라도 그 분들이 만들어낸 스토리가 "못 배웠지만 천부적인 재능과 끈기를 가진 한 영화감독이 전직이 코미디언이라는 이유 하나로 충무로의 엘리트 영화인들에게 무시 당하고 짖밟혀왔다. 그러나 그는 엘리트들이 하찮은 평론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 끝없이 영화를 만들고 성장해왔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도 심형래가 그러한 약자이고 희생자이냐고 물어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크게에 반기를 든 대표적인 영화인이 김조광수, 이송희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돈도 안 되는 독립영화 감독인데다 심지어 동성애자이기까지 합니다. 학벌이요? 김조광수씨는 그래도 한양대를 나왔으나 이송희일은 전북대를 나왔습니다.  과연 한국에서 지방대 그것도 호남의 전북대를 나오고 거기에 동성애자에 돈 안되는 독립영화 감독에 영화의 주제까지 동성애인 사람이 얼마나 엘리트일까요?

사실 이런 스토리는 꽤 대중적으로도 호소력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주인공은 좀 허접한 구석이 있는 남자고, 조연은 완벽한 도련님이죠. 그런데 드라마로나 보면 될 스토리를 자꾸 현실로 끌고와서 이것을 사용한다면 과연 이게 긍정적인지 모르겠습니다. 막말로 이런 식의 논객질이나 스토리질로 김어준이나 김동렬은 이름도 팔고 장사도 되고 인생도 잘 풀립니다만, 그들이 강조하는 드라마에 자신의 어려움이나 피해의식을 투영해 열렬히 움직였던 그야 말로 이름없는 황빠, 이름 없는 심빠들에겐 과연 이게 좋은 일이었나 말입니다.  장사꾼들이야 돈 되는 장사한 셈이지만 이 분들은 자신의 열정이 이상하게 소비되면서 결과적으로 상처입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 김어준의 곽노현에 대한 일방적인 옹호나, 나꼼수류의 방송에서도 이러한 혐의를 느끼기 때문에 김어준을 위험한 사람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