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분류에 술 이야기가 올라갔네요.
졸필에 짧은 견해로 쓰는 글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런 게 생기니 기쁩니다ㅋ~

오늘은 조리스 카를 위스망스의 거꾸로란 소설에서, 술에 대한 청각적 표현을 따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마신 술도 있고 그렇지 않은 술도 있지만, 표현이 재밋어서 좀 길지만 따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4장 85페이지입니다.




 그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의 벽 중 하나에는 붙박이장이 달려있었고,
그 안에는 백단나무로 된 아주 작은 받침대들 위로 아랫배에 은제 꼭지를 단 작은 술통들이 나란히 줄지어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이렇게 모인 술통들을 미각오르간이라고 불렀다.

 하나의 관에 모든 꼭지가 연결되어 있어서 단 한 번의 조작만으로도 그것들을 작동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기계가 장치된 다음에는 나무판안에 숨겨진 단추를 누르는 것만으로 모든 꼭지가 동시에 열려서 아래에 위치한 아주 자그마한 종지들에 술을 채우는게 가능하였다.

 오르간은 열린 상태였다. '플루트, 호른, 천상의 소리'라고 표기된 서랍들이 꺼내져 작업을 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데 제쌩트는 여기 저기에서 한방울씩 따라마셨고, 그의 내면에서 울려퍼지는 교향곡들을 연주하였으며,
자신의 목구멍에서 음악이 귀에 흘려 넣는 감각들과 유사한 감각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그의 견해로는 각각의 술은 그 맛에 있어서 하나의 악기의 음색과 일치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쌉쌀한 큐라사오는 좀 날카로우면서 부드러운 음색을 지닌 클라리넷과 일치하였고, 쿠멜은 음색이 콧소리를 내는 오보에와,
박하와 아니제트는 설탕을 많이 넣은 동시에 후추도 많이 넣은, 삐악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부드러운 플루트와 일치하였다.
한편 키르주는 격렬하게 트럼펫 소리를 내면서 오케스트라의 구색을 맞추고 있었다.
진과 위스키는 날카롭고 째지는 듯한 코넷과 트럼본의 굉음으로 입 천장을 자극하였다.
포도주 찌꺼기를 증류한 화주는 귀를 멀게 할 듯한 튜바의 소란으로 쩌렁쩌렁 울렸고,
그러는 동안에 키오스의 라키소주와 유향수지로 향을 낸 독주들은 입의 속살안에서 힘껏 휘둘러 쳐대는 심벌즈와 큰 북의 천둥소리를 울려대었다.
 
 그는 또한 이런 짝짓기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바이올린은 오래된 화주, 몽롱하고 섬세하며 시큼하고도 가냘픈 화주가 대신하고,
비올라는 훨씬 겅장하고 낮고 긴 소리를 내는 묵직한 럼주에 의해 모방되며, 첼로는 애절하게 늘어지고 우수에 어린 맛으로 어루만지는 베스페트로 소주가, 콘트라베이스는 예를 들어 오래 묵은 말간 비터 맥주처럼 독하고 확고하며 음울한 술이 맡으면 입천장아래에서 현악 사중주가 연주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현악오중주를 구성하려면 쓴 큐맹주에 떨리는 맛. 낭랑하고 초연하며 가느다란 음조가 그럴듯한 유사성을 통해 모방할 수 있는,
다섯번째 악기는 하프를 추가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유사성은 더 연장 시킬 수 있었다. 술의 음악에는 음조의 차이가 존재하였다.
단적인 예로 하나의 음색만을 든다면, 상겁적인 악보들이 녹색 샤르트뢰즈라는 이름으로 지칭하는 알코올 음료들이 장조에 해당하는데 반해,
베네딕틴은 말하자면 단조를 표현한다.

 이러한 원칙들을 일단 받아들이고 나자, 그는 전문가다운 실험들을 통하여 자시의 혀 위에서 고요한 멜로디들이며 장관을 이루는 무언의 장송곡들을 연주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입안에서 박하주의 솔로곡과 베스페트로와 럼주의 이중창을 들을 수 있었다.

 심지허 그는 자신의 턱에 진정한 음악작품들을 옮겨올 수 있었다. 술들의 유사한 결합 혹은 대조와 개략적이지만 숙달된 혼합을 통하여,
작고가별로 차근차근 그의 생각, 효과, 뉘앙스들을 표현하면서 말이다.
 
 예전에 그는 직접 작곡을 하였고, 그의 목구멍에서 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꾀꼬리의 노래를 룰라드 기법으로 부르는 부드러운 카시스,
혹은 [에스텔의 연가] 나 [아! 엄마에게 말할래요] 같은 달콤한 옛 목가들을 떨리는 소리를 내는 카카오슈바를 가지고 연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저녁 데 제쎙트는 음악이 맛을 듣고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아일랜드산 원액위스키를 미리 채워두었던 작은 잔을 들고서 자신의 오르간에서 한가지 음만을 연주하는것으로 만족했다.

 안락의자에 다시 몸을 묻은 그는 귀리와 보리의 발효액의 냄새를 천천히 음미했다. 강렬한 크레오소트수(치통용 진해제랍니다. 대충 어떤향인지 상상이 가네요^^;;)의 냄새가 그의 입에서 풍겨나왔다.

 이 술을 마시면서 차츰 그의 생각은 입천장에서 되살아나는 인상을 따라갔고, 위스키 맛을 따라가면서 치명적으로 정확한 냄새의 일치로 인하여 몇년째 지워져있던 기억들을 되살려 내었다.

 이 시큼한 페놀향은 당연히 치과의사들이 그의 잇몬을 치료하던 시절에 그가 입 가득히 느끼던 맛과 동일한 맛을 기억나게 했다.





책 자체의 완성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상당히 멋진 표현입니다.
마셔본 술에 대해선 저도 무슨 느낌인지 입안에서 다시 되살아나는 기분이 드네요^^
특히 아이리쉬 위스키에대한 표현은 노골적일 정도로 리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