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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도 여행기) 2. 부처님 저 좀 제발 좀 살려 주세요 좀

작성일
10-07-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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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나콘 선배거긴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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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 인도에서는 2009년 7월 현재 무려 250기가바이트짜리 USB 메모리카드가 나왔더라.

내가 인도 오기 직전 인터넷으로 확인 한 최고 용량은 16기가였는데.

250GB라는 스티커 밑으로 희미하게 2GB라는 글씨가 보이는 것도 같다.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자기네 상품은 찍으면 안 된단다.

내 노트북 들고 와서 저거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봐도 되냐니

일단 포장을 한 번 뜯으면 무조건 사야 된단다.

교환이나 환불도 안 된단다.






지친다.

남자고 여자고 애고 어린이고 할 것 없이 일단 외국인만 보면 사기부터 치려고 덤벼든다.

내가 먹은 야채 피자 가격은 분명 80루피라고 메뉴에 쓰여있었건만

카운터에 앉은 영감탱이는 왜 천연덕스럽게 “원헌드레드 앤 뽀띠”라는건데?

80루피라고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500루피를 받고 거슬러 주는 돈은 또 왜 100루피짜리 석장, 20루피짜리 한 장인건데?

인도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되기 전에 구구단도 아니고 19단을 다 외운다더니만 왜 그런 계산도 못하는건데?

그나마 20루피는 왜 반쯤 찢어져 있는건데?

찢어진 지폐는 인도에서 못 쓰는거 다 알면서 왜 그러는건데?



누구를 탓하랴. 힌두교 사상이 원래 그렇댄다.

나는 부자이고 저들은 가난하니 저들이 내게 사기를 쳐먹으려 드는 것은 나쁜짓이 아니고 가난한 이를 돕도록 해 주는 일이랜다.

사기를 당하는건 곧 은덕을 쌓는 일이고, 그리하여 다음 세상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

오히려 내가 저들에게 고마워 해야 한댄다.

그렇기 때문에 사기를 치다 중간에 걸리더라도 저들의 표정에는 한효주 발톱의 때만큼도 죄책감이 보이지 않는거다.

‘문화상대주의를 이야기 하기 전에 정직, 신뢰, 평화 같은 인류 전반의 보편 타당한 가치조차 모르는 미개한 족속들!

달라이라마 망명 시켜 준 거만 빼고는 짱깨랑 동급!

그러니 여지껏 가난했던거고 앞으로도 가난할테지!’하는 분노도 다 부질없다.

인도 사람들 이러는거 다 미리 알고 왔다.
 
뻔히 알면서 왜 왔을까.







난 왜 인도에 온 걸까?

섭씨 40도가 넘을 것이 확실한 날씨, 대통령궁에서 인디아게이트에 이르는 대로를 걸으며 하고 있는 생각은

어쩌자고 인도에 왔을까 하는 의문이 반,

신발 밑창이 녹아서 아스팔트에 들러붙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반이다.

반쯤 고장 난 선풍기 한 대 만으로 8월의 옥탑방을 너끈히 견디곤 하던 나이건만,

몬순이 시작되기 직전 델리의 더위는 정말 한국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타 죽겠다.



원체 더워놔서 우리네 광화문 쯤 되어 보이는 대로에는 관광객도 인도 사람도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다.

차들 밖에 다니지 않는 갓길에서 깡마르고 꾀죄죄한 여자가 올리브인지 뭔지를 팔고 있다.

팔고 있다기 보다는 올리브 가판을 지키고 있다. 도대체가 오가는 사람이 있어야 팔아달라고 칭얼대 보기라도 할 것이 아닌가.

저 여자는 저기 앉아서 하루에 얼마를 벌 수 있을까.

제대로 된 끼니를 얼마나 챙겨 먹을까.




오늘의 목적지인 인도국립박물관 안으로 들어와서도 여자의 퀭한 눈동자와,

내 팔목보다도 가느다랗던 종아리가 머릿속을 괴롭힌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무리 못해도 한달에 88만원은 번다.

아무리 못해도 굶을 걱정은 할 필요가 없고, 아무리 못해도 이따금씩 족발에 치킨, 삼겹살정도는 맛 볼 수 있다.

내가 저들에게 100루피쯤 사기당한대도 나로서는 3천원 쯤 손해 보는 셈이니 잠깐 기분 상하고 말 일이지만,

저들에게는 로또 3등쯤은 되지 않을까.

전 인류적으로 봐서 행복도의 투자대비 효용가치가 높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홉스의 좌파적 공리주의에 수긍하는 내 가치관과도 어느정도 맞아 떨어진다.

박물관 앞에 있는 부처님 진신 사리를 보면서 떠올린건데,

게다가 보시는 육바라밀 가운데서도 첫째가는 선행 아닌가.

사리에다 대고 정성껏 기도했다.

‘그 동안 부모님 잘 계시게 해 주시고 몸 건강하게 보살펴 주시고 대학 보내주시고 용산 보내주시고..

유럽 여행기 출판 파토난건 좀 안타깝지만.. 아 그 때는 제가 기도를 안 했었군요..

좌우당간 그간 필요한거 생길 때 만 얍삽하게 찾아오곤 하던 아 나일론 잠재적 불교신자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델리 여기는 지금 너무나 덥고 지저분하고 애새끼들은 사기밖에 칠 줄 모르고 해서 저 지금 죽을지경이예요.

저 좀 살려 주세요. 나미타불. 마하반야. 수리수리마수리. 옴마니반메홉.’





박물관을 나와보니 배도 고프고 피곤하다.

이 더위 속에 다시 지하철역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니 숨이 턱턱 막힌다.

박물관 출구 앞에는 ‘마이 프랜~’하며 기다리고 있는 오토릭샤왈라가 내심 반갑다.

델리 공항에서 빠하르간지까지 릭샤요금이 대충 200루피 정도였는데 박물관에서 숙소까지 거리는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반의 반도 안 된다.

절대로 50루피를 넘을 수가 없는 거리다.

50루피라고 해 봐야 우리 돈으로 1,500원. 껌 값이다.




“뉴델리역! 얼만데요?”


“음.. 120루피!!”


“뭐요? 왜 그렇게 비싸요?”


“여기서 뉴델리역까지는 아주 아주 먼 거리다. 마이프랜. 너무 너무 멀어서 120루피는 받아야 한다.”


“..무슨!! 공항에서 뉴델리역까지가 230루피던데!! 지도 보니까 여기서 뉴델리역까지는 그 반에 반 거리도 안되던데!! 지하철 타면 10루피면 되는데!”

“아.. 좋다 좋다 마이프랜. 화 내지 마라. 깎아 준다. 지하철 요금만큼 깎아준다. 110루피!! 좋나?”




하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만 나온다. 이건 또 무슨 개 풀 뜯어 먹을 계산법인가.

아무래도 부처님은 내가 쌓을 공덕의 첫 번째 수혜자로 이 릭샤왈라를 간택하셨나보다.

무엇보다 만사가 귀찮다. 더 흥정하기도 싫고 다른 릭샤를 찾거나 하기도 지친다.

“흥! 아저씨 오늘 운수 좋은 날이네요.”하고 한 번 비꼬는걸로 자존심 세우고 릭샤에 몸을 싣는다.

바가지요금 120루피래봐야 기실 3천5백원도 안 되는 돈이다.

이 돈으로 오늘 하루 이 릭샤왈라와 그 가족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리고 나도 숙소까지 몸 편히 돌아갈 수 있다면 참 괜찮은 일이다.

돈이 부자인 내가 마음까지 부자가 되는 길이다.

까짓거 기분 좋게 쓰는거다.








...


“노 노 노 마이프랜 이건 110루피다. 120루피여야 한다. 10루피 더 줘야 한다.”


뉴델리역 앞에 도착한 이후, 요금으로 100루피짜리 한 장에 10루피 한 장을 받아든 릭샤왈라의 표정은 참 천연덕스럽다.


순간적으로 내가 요금을 착각한 줄 알았다.



“110루피래매요!”


“아니다 아니다 난 분명히 120루피랬다. 10루피 더 줘야 한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에는 태양이 새하얗게 이글거리고 있고 온통 가득한 먼지와 매연 때문에 숨쉬기가 곤란하다.

거리에는 수천 수만 수억명의 릭샤왈라가 같은 얼굴, 같은 표정으로 새까맣게 지나다니고 있다.

다들 ‘10루피, 10루피 더 줘야 한다 마이프랜’이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마음을 착하게 먹자. 어찌됐건 숙소 앞 까지 잘 도착했으니.

까짓거 10루피. 줘 버리자. 나도 죽으면 부처님 될 수도 있을테니까.

한 숨을 푹 쉬며 고개를 숙여 지갑에서 10루피짜리를 꺼내드는데,

그 사이 릭샤왈라는 내게 받은 100루피짜리를 10루피로 바꿔들고 있었다.

“이건 20루피다 마이프랜. 100루피 더 줘야 한다.”



“......이런 ㄱ ㅆ ㅂ 뭐?”


나는 그 놈의 멱살을 거의 잡을 뻔 했고, 릭샤왈라는 “좋다 좋다 써. 가도 좋다 써”하며 황급히 상황을 수습했다.










숙소 입구에서 내게 들러 붙어 구걸하는 아줌마의 슬픈 얼굴을 보니 나도 함께 슬퍼진다.


난 대체 어쩌자고 이런 인도를 온 걸까. 그냥 한국 돌아가고 싶다.





[이 게시물은 [올므]apple♪님에 의해 2010-07-22 15:17:13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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