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scene1

 

99년 10월 어느날 토요일 오후

 

멜치는 방금전 진 게임 때문에 독이 확 올라 상대방에게 한게임을 더 신청하였고 초반 럿쉬를 잘 막아내고는 골리앗을 열심히 뽑아내고 있다.

“응애........응애........응애.........”

“자기야. 민지 울잖아 민지좀 봐바...”

“아놔.....나 바뻐...”

“뭐하느라 바뻐...? 지금 오락하잖아...... 나 빨래해서 고무장갑 꼈단말야......”

“아 지금 거의 이겨간단 말야....”

“컴퓨터 빨랑 안꺼? 코드 뽑는다.....”

“아.... 알았어.....”

 

‘아이씨.... 섬멀티 하나만 조지면 되는데.... 아흑.....’

 

“응애.........응애......응애........”

“오.... 민지야 아빠 간다...... 아....... 이녀석 많이도 쌌네.....”

 

 

 

scene2

 

01년 민지 3세때 어느날.

연주는 30분전에 민지를 재운다고 침대방으로 들어가고, 빈둥빈둥 TV를 보던 멜치는 재미가 없자 안방으로 들어가 연주 어깨를 살짝 건들며 말을 건다.

"자기야.....자.....?       자기야?“

"조용히 좀 해. 민지 깨잖아.....”

“뭐 자는데..... 작은방으로 와....”

“그냥자... 내가 일어나면 깬단 말야.....”

“아니....이번주도 그럼 그냥 지나란 말이야? 벌써 2주째야.... 나 안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러니까 그냥 자.... 나 민지 깨고 그러면 불안해서 집중이 안된단 말야... 다음주에는 어머니집에서 그럼 재우던가....”

 

“엄마..................”

“오...... 자자....자자....... 애 깨잖아 빨리 문닫고 나가....”

 

“아이씨...........”

 

 

 

scene3

 

03년 어느날 민지 5살때

밤 10시. 자야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민지는 그림동화책을 펼치고는 옹알옹알 책을 보고 있고 연주는 내일 입을 멜치의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다.

 

"여보야... 이제 민지도 4살 되었는데, 혼자 재우면 안되나?“

“혼자 자야 말이지. 당신이 재워봐..... 헤헤..... 기다려볼께.......”

“오...! 기다린다 이거지. 알았어... 민지야....... 아빠랑 침대가서 자자..”

“아빠랑? 민지는 엄마랑 자고 싶은데.....”

“오늘은 아빠랑 자자......아빠가 자장자장 노래 불러줄게.......”

“응....그럼 엄마 빠이빠이.....”

.

.

.

.

.

 

민지를 재운지 30분이나 되었을까..... 와이셔츠를 다 다리고나서 연주는 쇼파에 누워 살포시 잠이 들었다.

 

“여보야..... 민지 다 재웠어.....우리 침대로 가자....”

“응.... 몇시야.... 민지 잠 들었어...?”

“응. 코고는 소리 나서 나왔어.... 가자”

“응”

.

.

.

 

“일루와봐.... 이게 얼마만이야.... 아니 아무리 애랑 자도 일주일에 한번은 신랑이랑 자야지.... 진짜 너무해...”

“나도 그러고 싶은데...지지배가 혼자 잘려고 하나.....”

“오늘 이 오빠가 많이 사랑해줄게......일로와......쪽....."

“아잉....간지러......”

.

.

.

.

 

삐그덕........... “엄마... 민지 쉬마려워요.......”

“민지깼다...”

“응...........응....민지야............그래 쉬하러가자......... ”

“자기야 먼저 자..... 나 민지랑 잘게.......”

 

“아.......... 진짜 어떻게 안되는거냐........”

“포기해. 이녀석 감시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scene4.

 

06년 늦가을 민지 8살 때..

늦께까지 야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아파트 현관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니, 마루에 불이 켜져있고 집안이 조용하다. 안방문을 열어보니 연주와 민지가 서로 꼭 안고 자고 있다.

행여나 깰까봐 조용히 안방문을 닫고 나온다.

 

물을 한잔 마실려고 냉장고 문을 열려고하니 포스트잇이 한장 붙어있다.

‘자기야... 미안한데 빨래 돌아가고 있거든? 널고자.....탈탈 털어서 널어....’

뒷베란다 문을 열어본다. 남은 시간이 1:13분으로 찍혀있고 드르륵 드르륵 세탁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는 언제 자라는 것이냐..

 

마감뉴스를 볼려고 티브이로 가니 다른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삐뚤빼뚤, 한글을 거진 다 배운 민지가 쓴 편지다.

“아빠. 사랑애요. 민지은 이 새상에 아빠가 재일 조아요. 알러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안방문을 다시 열어본다.

 

한쪽 다리를 제 엄마 배위에 올리고는 새근새근 자고 있다.

‘아빠도 민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 혼자 나직히 읊조린다.

 

 

 

scene5

 

08년 가을 민지 10세때.   에버랜드에 가다

 

“엄마.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어?”

“응........ 니 아빠가 엄마 좋다고 막 쫒아다녀서 엄마가 그냥 불상해서 결혼 해줬지.....”

“하하하.....뻥치시네.... 민지야 속지마라. 엄마가 아빠가 결혼 안해주면 확 죽어버릴꺼리고 해서 아빠가 진짜 쭉쭉빵빵한 언니들 다 버리고 니 엄마 불상해서 결혼해줬지 무슨........”

“민지야. 생각해봐. 이 미모의 엄마가 따라 다녔겠냐? 아니면 저런 배불뚝이 아빠가 따라 다녔겠냐....”

“그래 민지가 한번 생각해봐.... 아빠같이 착하고 매너있는 남자가 어디 사람이 없어서 니 엄마랑 결혼했겠냐? 아빠 인기 많았다고... 그런데 니 엄마는 그때 아빠 밖에 없었어....... 그래 누가 따라다녔겠냐?”

“음........할머니 말씀에는 아빠가 맨날 엄마 혼자 사는집 찾아 갔다는데.... 그러면 엄마가 아빠 찾아 오는걸 막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러면 엄마가 아빠를 유혹한거네....”

“하하하...... 그렇지 그렇지.....? 니 엄마가 좀 그때 아빠를 유혹 하더라고.... 혼자사는 집 열쇄도 막 주고.........”

 

“아냐...... 그런거 아냐.... 니 아빠가 집 얻어준다고 뻥치면서 집은 안 얻어주고 맨날 엄마 대리고 어딜 다녀서 그렇게 된거란 말야... 엄마는 진짜 진짜 그때 순수했다구......”

“그러니까, 아빠가 엄마 집얻어다 주는 것은 주는거구.... 남자가 집에 온다구 문 열어주는건 안되는거지... 엄마가 사실상 유혹한거 맞네..”

“하하하.... 우리 민지가 똑똑해요. 그럼 그럼 이제야 12년만에 진실이 밝혀지는구나... 와하하하하....”

“민지야 그게 아니라니깐...... 억울해.......흑흑흑....”

“엄마. 다 이해해요. 객지에서 혼자 있을려니 얼마나 외로웠겠어. 그래도 아빠 잡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이히히...”

“너 정말......일루와 똥강아지. 요즘 아빠하고 딱 붙어서 너.........”

“메롱...........”

 

연주와 나를 반반 닮은 민지가 아우다웅 말장난 하며 나잡아 봐라를 한다.

뒤 따라가며 멜치는 연방 사진기 셔터를 누른다.... 두 여자의 행복에 겨운 미소가 뷰파인더 안에 가득 차있다.

연주를 사랑해서, 그녀랑 떨어져 있기 싫어서 그녀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내감정에 충실하여 일방적으로 내가 시작한 우리의 인연.

첫 만남은 연수원에서 티격태격하며 시작하였지만, 무던한 성격의 그녀가 나를 잘 받아줘서, 큰 일 없이 지내온 3년간의 연애생활과 12년간의 결혼생활. 그리고 우리 사랑의 결실물인 민지.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지, 예정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지만, 만약 우리 세사람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만나게 된 것이 운명이고 그 운명을 그려놓은 절대자가 있다면. 그에게 감사의 말을 올리고 싶다.

늦가을. 바람에 날리는 노란색 은행잎 같이 민지와 연주의 웃음소리가 화사하게 하늘로 흩어진다.

 

“아빠.... 빨리와.....”

“응.... 간다.......”

사진기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고 두 여자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바람이 상쾌하다.......

끝.







Ps1 :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음이 뒤숭숭해서 연재 마감이 늦어졌습니다.  별 내용도 아닌데, 관심 가져주시고 마무리를 독려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님들 덕분에 마감할 수 있었네요...^^   차기작은 예정에 없습니다.   원래는 멜치사원, 멜치대리, 멜치계장  뭐 이런 직장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하드코어 추리물을 해볼까 했는데, 마음의 여유가 사실 없습니다.  제가 정말 쓰고 싶을때 찾아뵙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꾸벅....

Ps2 : 다음엠팍에 올린 뻘글들("나의첫사랑 이야기", "당신을 사랑할께요",  "그녀는 나에게...") 을 이리로 옮겨올까 말까 합니다. 옮겨와봐야 여기분들은 다 보신분들일 텐데...  왠지 이사오며 떼어 놓고온 자식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