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짠맛
- 작성일
- 08-11-11 00:12
짠맛
깊고 무거운 수압을 견딘 홍어는
그 무게만큼 단단한 짠맛을 낸다
발바닥과 지표면 사이에는
면 양말과 구두 밑창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에도
겨울을 견딘
만수산 드렁칡처럼
질기게 자란 곰팡이꽃을 손가락으로 훑어
맛본다
짜릿한,
발걸음들의 무게
썩지 않고 삭아야
毒이 아닌,
그러나 獨한 맛을 품으니
나는 썩음과 삭음의 차이만을 알 뿐이니
썩지 않을 정신을 위해
홍어는, 항아리에 들기 전에
관뚜껑이 닫히기 전에
충분히 단단해지도록
단 한방울의 소금기도
낭비하지 않도록
눈물,
그 단어마저도 삼켜버리고
겨울을 견디다 굽은 나무둥치처럼
헤엄치듯,
그 뿌리가 움켜쥔 흙의 맛
충분히 배어들 때까지
걷는다,
견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