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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20

작성일
12-07-31 19:59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IP
2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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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곡역



옥곡역 가는 길. 버스타고 갔네요. 그리 멀지 않은지라 걸어가도 되었겠지만... 전날 오지게 걸은 여파로 이날은 좀 덜 걷고 싶었... 물론 막판에 광양에서 또 꽤나 걷긴 합니다만...



진상역앞에서 버스를 탔네요.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운전석 바로 옆의 출입문 자리입니다. 이 자리를 저는 정말 좋아하는데, 마치 승용차의 조수석처럼 차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들을 잘 볼수 있기 때문이죠~



시골마을의 한가로운 풍경이야, 이제 20회에 이른 이 여행기 내내 줄창 나오긴 했습니다만... 오히려 사람이 너무 없다보니 촌로한분이 찍힌 이 사진이 오히려 귀한 사진이 되어버렸습니다~ 시골에는 사람이 너무 귀해요...



원래라면 육교를 넘을일이 없는데, 옥곡으로 가는 길이 공사하는 바람에 돌아가느라 육교를 넘게 되었네요. 저는 육교나 고가도로같이 붕~ 떠서 가는 길도 엄청시리 좋아하는데, 그 밑으로 철로까지 지나가니 실로 기분좋은 장면이었더랬어요~



진상에서 옥곡은 그리 멀지 않아요. 이내 도착했습니다.



옥곡역의 모습인데... 뭐랄까... 아주 전형적인? 시골역과 그 주변의 모습같은 느낌이 들어 뭐라 할 말을 잃었습니다... 만~ 여태까지 봐오셨으면 알겠지만, 오히려 이런 전형적인 시골역의 모습보다는, 나름대로 다들 개성있고 다채로운 모습들이 더 많곤했죠~ 촌로한분이 있어 윗윗사진이 의미있었듯이, 오히려 평범해서 더 인상깊은 옥곡역이라고나 할까요~



역시 차는 좀 없었으면 좋겠지만... 진입로에서 바라본 느낌은 앞에 올렸던 완사역의 축소판? 그런 느낌입니다. 다만 건물이 옛양식이고 아담해서 쫌 덜 부담시럽네여~



옥곡역은 유인역입니다. 이번 답사에서 전남구간의 역들중에서는 사실 지난번에 올린 진상역을 제외하곤 전부 역무원이 근무를 하는 역이에요. 물론, 순천너머 조성 벌교를 지나면 또 무인역들이 많겠지만서두... 나중에 그곳도 답사해야죠.



으으... 이것을 보고 신음소리를 낸다면 그 사람은 택배상하차알바를 해 본적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택배상하차할때 물건 싣고 내리는 궤도? 같은 거에요... 대한통운의 옥곡역 사업소는 그래도 업무가 있나 봅니다. 이런 설비도 있는걸 보면...



천상 시골간이역인 옥곡역사의 모습입니다. 가건물인것도 아니고, 지붕도 깔끔하게 마감되어 단아한 모습이지 시프요.



저 명판이 붙어있는 뒤의 지붕 다락방에 살면 재밌을거 같긴 합니다~ 물론 요즘같은 더위에는 좀 많~~~이 힘들겠지 싶기도...



대개 두짝의 문을 놓고 그 옆으로 문만큼의 유리를 놓아 안이 잘 보이게 해 놓곤 하는게 역사 출입구들의 모습으로 기억하는데, 옥곡역은 딱 출입문만 두개 있습니다. 좀 좁아 보이긴 하지만, 저는 이 쪽이 더 좋게 보이고 편하게 느껴지네요. 마음의 문이 좁아서 그런거 같기도 하지만...



뭐랄까... 옥곡역은 정말 "딱 있을거는 다 있고, 그 있을것들이 깔끔하게 다듬어진" 역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건 관리하는 직원분의 성향이나 성격의 반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깔끔하니 오히려 깍쟁이 같기도 합니다~ 물론 깔끔하게 관리하신 직원분은 훌륭한 분이시지만요~



확실히 여수에 가까워오니, 엑스포와 관련된 홍보물도 더 눈에 쉽게 띕니다. 이제 곧 엑스포도 폐막이군요. 가보지 못한건 내내 아쉬울거 같습니다. 끝나고도 아쿠아리움은 운영한다고 하니, 나중에 이제는 한국 두번째의 엑스포공원이 될 그 곳에 함 가봐야죠. 당연히 전라선 열차타고~



이 안내판을 보니 문득 떠오른 게 있었어요. 학교다닐때 수업시간에 배우신 기억이 나실텐데, 고려시대의 천민생활구역이 향, 소, 부곡이다, 라는 것이고... 옥곡은 그 중 하나인 '소' 였다는 것을 써 놓은 안내판인건데...

이 여행을 떠나기 며칠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일본의 "부라쿠민 차별" 에 대한 글을 읽은 일이 있어요. 부라쿠(部落)라는 것은 일본의 전근대시대부터 내려오는 천민거주지역인데... 일본에서는 이 부라쿠민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굉장히 심하답니다. 부라쿠민은 메이지유신 이후 일단은 차별철폐가 되어 천민신세는 면하긴 했지만, 그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여, 그들이 살던 부라쿠에서 대개 떠나지 못했고... 그렇기에, 메이지 이전의 부라쿠였던 지역의 마을들은 그 바운더리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더군요. 그런데, 이게 현대에 와서도 차별이 없어지지 않아서... 그가 사는 주소지가 부라쿠였던 지역이라는게 밝혀지면 추진되던 결혼이 엎어지는건 예사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게, 구글어스에서 일본 고지도 서비스를 했는데... 문제는 그 고지도에는 "부라쿠의 원래위치들이 고스란히 표현" 되어 있는 바람에, 어느 지역이 부라쿠였는가, 하는 것을 밝혀내는 짓거리가 일본에서 한 때 엄청 기승을 부렸다고 하네요. 항의를 받은 구글은 고지도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좋은 서비스인데, 이딴식으로 악용되어 버리다니...

저는 일본이란 국가사회에 대해 소위 "민족감정" 에 기반한 반감은 없습니다.(물론 그들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결코 용납하는건 아닙니다) 일본의 문화나 자연에 대해 오히려 우호적인 편이죠. 그러나, 신민주의적인 정치문화, 극도로 폐쇄적인 사회문화와 심성, 거기에 이러한 노골적인 차별의식과 위계의식 같은 것을 볼 때 일본이란 사회에 대해 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걸 부인하는건 아니죠.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이 대규모로, 사회문제로서 노골적으로 드러날 정도로 존재한다는것은 그 사회의 현 주소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물론 한국에도, 이 옥곡소가 있던 전라도에 대한 지역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그에 대해 맞서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고, 그것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래도 그런 점에서 이 사회는 희망을 가져봐도 좋을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위에부터 역이 정말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라는 말을 써 왔는데... 이 쯤되면 거의 '쓸데없이 고퀄' 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아, 물론 이 또한 정말 좋은 의자들을 넉넉히 갖췄다는 점에서 칭송받아야 할 일인데, 옥곡역의 사용인구를 생각해보면 좀 많다, 싶을 정도더라구요... 역사가 넓지 않은데 하여튼 저런 편의시설들이 꽉꽉 차 있습니다. 코레일에 건의해서 옥곡역 관리직원분 표창이라도 받게하고 싶을 정도로요.

다만 저 개인 취향은 좀 허~ 한듯 하면서 여유로운 공간을 좋아하기도 하는지라, 너무 많아서 답답하다, 라는 느낌도 있긴 했...--



승강장입구의 화단들도 잎흐네요. 뭐, 이 쪽은 하동역쪽이 더 잘 꾸며놓은거 같긴 합니다만서두... 하동과 옥곡은 역의 규모가 다르니께네...



대피선까지 잘 갖춰진 옥곡역의 승강장이네요.



하앍하앍~



의자들의 모습. 옥곡역은 단지 코레일 직원들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함께 가꿔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네요. 철도를 매개로 지역공동체가 공고해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요.



이 다음 행선지는 폐역인 골약역이지만... 뭐 폐역의 이름이 지워진 행선판을 보는게 처음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쓸쓸해요...



많이 왔습니다. 삼랑진으로부터 158.4 킬로미터.

순천까지는 20킬로미터 정도 남았어요.



화물작업선, 대피선, 승강장, 운행선을 나란히 찍어봤어요.



옥곡역은 여기까지





이야말로 기차역이다, 라는 느낌의 옥곡역이었던거 같습니다. 오히려 다른 눈길끌 거리가 없어서, 기차역으로서의 모습을 더더욱 선연히 드러냈다는 점에서요. 개성이 없었단 말도 이렇게 표현하면 좀 낫지 않습니까? 낄낄~~ 물론 저는 즐겁게 잘 봤습니다만~

골약역으로 떠납니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7 09:01:30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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