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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18

작성일
12-07-28 22:36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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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 횡천역



하동에서 횡천까지는 저렇게 멀지는 않은데... 아침에 일어나, 하동에 왔으니 섬진강물길을 한번 봐 줘야지 않겠는가~ 하고 역과는 완죤 반대쪽인 섬진강까지 한참을 걸어갔다가 다시 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저래 길어졌네요. 원래 하동에서 횡천까지는 7.4킬로미터니 3킬로미터를 또 아침부터 밑도끝도 없이 걸은 셈... 웃긴게... 횡천으로 떠나는 열차는 10시 43분 발이었고... 대충 9시 30분쯤 찜질방에서 자고 일어나 10시쯤 씻고 나왔는데, 섬진강변정도는 금방 갔다 올 줄 알았는데, 이게 위에 써 있듯이 생각보다 멀어서... 그나마 섬진강변까지 걸어갔더니 제방넘어 강변까지 또 한참을 걸어가야 해서 섬진강 사진은 사진대로 제대로 못 찍고, 하동역으로 허겁지겁 가는 바람에 아침부터 헛힘 썼다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시다...-- 오후나 되어야 일어나는 요즘의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하동의 아침. 숙소는 하동버스터미널 3층의 찜질방이었네요. 몇년전만해도 찜질방이, 군단위 지역에는 잘 없어서... 그 때는 지금처럼 여행을 다니진 않았지만 간혹 지방에서 묵을라고 찜방을 찾을때면 없어서 많은 돈 주고 여관방에서 자곤 했는데... 이제는 왠만한 동네는 다 있어서 저렴하게 묵을 수 있어서 좋아요. 물론 여관방처럼 편하진 않지만, 일단 목욕탕이니 최소한의 위생은 확실하고(여관방도 그래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이 간혹 있는지라...) 무엇보다 여행의 피로로 지친 몸을 뜨뜻~한 탕에 푹~~~~ 담거서 녹일 수 있다는게 엄청난 메리트죠. 서울에 있을때는 정작 목욕탕에 잘 안가는데 오히려 여행갈때면 거의 매일을 목욕을 다니게 되다보니 피부가 뽀송뽀송~~

하기엔 이미 낡아버린 거죽입니다만, 하여튼 여행다닐때가 오히려 여러모로 더 깨끗합니다, 저는~~



저 산들은 섬진강 너머의 산이니 전라남도의 산입니다. 어젯밤의 그 일들은 전부 꿈이런가... 싶더군요. 어차피 현대인의 삶이란것이 뻔하고 그저 그런 것일텐데, 그 정도의 일이나마 모험이랍시고 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지나놓고 나니 즐거웠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뭐 무사히 잘 끝내고 지난 다음의 일이지만... 무사히 끝나지 않아 산속에서 밤새 헤메기라도 했으면 어떤 기분이었을지...--



하동국민학교를 지나가는데... 마침 타종하니 학생들이 우르르 뛰어들어가더군요.



유서가 깊은 동네다보니 오래된 옛집들도 쉬이 볼 수 있었네요. 이런 집들 참 예뻐요.



삼거리에 삐죽 튀어나온 집 옆에 난간이 있는 집이 서 있는 골목을 지나 걸어갑니다.



요렇게 계단이 아기자기한 집도 참 좋아해요. 어렸을때 동화책을 보면서, 집안에 계단이 있고 복도와 방이 어지러이 얽힌 집들에 대한환상을 가졌었는데, 그 환상이 이런 집들을 보면 떠오르거든요.



이건 정말 오래된... 그니까 양옥집이라는게 지어지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집이네요. 문의 낡은 모양새부터 측간건물이 따로 나와 있는것도... 섬진강까지 길지 않은 길이었지만, 제게는 현대 고건축 탐방과도 같은 느낌이었어요.



예쁜 길냥이가 공터에 놀고 있어요.



섬진강 철교에까지 닿기는 했지만... 길을 건너 다시 강가까지 가려니 열차시간이 너무 촉박하더군요. 부랴부랴 섬진강물 구경한걸로 만족하고 하동역으로 돌아갑니다.



낮에 보니 역명판이 무진장 크군요... 그렇게까지 존재감을 폭발시키지 않아도 자네가 하동역이란거 다 아네...



함안, 반성, 하동역같은 경우가 가장 표준적인 군단위 지역의 열차역사라고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좋게 말해 그렇지만 사실은 개성이 없다는...--



물론 그 안은 꾸미기 나름이지요. 다양한 화분과 분재들이 승강장 요소요소에 놓여져 있는 모습이네요.



승강장의 대기시설만큼은 진주역 부럽지 않습니다. 진주역 대기시설의 그로테스크하기까지한 아름다움과는 좀 다르지만, 하동역의 그것은 정석적인 멋이 있네요.(역시 개성없...)



두시간만에 오는 열차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저 처럼 꼴랑 한정거장만 갈 사람은 거의 ㅤㅇㅡㅄ겠지만... 대개는 진주에 가는 분들이시겠죠.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경상남도 하동군 횡천면과 전라남도 광양시 진상면을 잇는길에 하동역이 있습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서 경전선인 이 철길의 취지에 딱 맞는달까나요. 뭐, 진상역도 그렇긴 하지만... 다음에 보시면 알겠지만 진상역은 좀 작아서... 아니 많이 작아서...-- 아마 한국철도 최소의 역일 겁니다...--



이, 죽 뻗어서 어디까지라도 이어져 있을 거 같은, 철길의 모습이 제가 철도라는 것에 대해 애착을 갖게 된 첫 모습이었다고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역 바깥쪽의 명판이 얼마나 큰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모습이랄까나... 하동역의 바깥역명판은 왜 저렇게 큰걸까? 하며 고민하고 있는 동안...



열차가 들어옵니다. 순천에서 부전으로 가는, 경전선에서 가장 표준적인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입니다.







동영상만큼은 아니지만... 아니 어쩌면 열차가 들어오는 장면의 박력은 이러한 정지화상의 연속사진이 더 잘 전해주는지도 모르겠지 싶어요. 열차의 육중한 무게감은 그것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순간에 더 잘 느껴지는거 같아서 말이죠. 뻗어있는 철길만큼 매력적인건 육중한 기관차가 굉음을 울리며 달려가는 모습이죠. 그런 의미에서 왱왱거리는 전기기관차는 매력이 없... 디젤기관차를 죽이지 말라능!!!



나, 나의 경전선은 이렇지 않아... 사람이 왜 이리 많을까요?? 내일로 시즌이라 젊은 사람이 많... 다고 하기엔 아지매 아재들이 많은디... 하동이 워낙 대처라 사람이 많이 타서 그런가보다 생각해 봅니다.

이 역은 당분간 없어지지도 않을테니 앞으로도 한동안 많은 사람을 실어나르겠죠.



하늘은 흐려도 들판과 산은 푸르릅니다.



횡천역은 금방이죠. 저를 횡천역으로 데려다준 무궁화호 1952열차의 7367호 기관차는...





굉음을 울리며 부전을 향해 떠나가고...



그제야 고요해진 횡천역을 찬찬히 돌아봅니다.



횡천역에 어서오세요.



구름이 낮게, 하지만 은은하게 깔린 배경이 참 잘 어울리는 횡천역입니다.



이런 구도의 사진이 많은 이유는 제가 죽 뻗은 철로페티쉬이기 때문입니다. 항가항가...



횡천역도 무인역입니다만... 코레일에서 위촉한 명예역장이 관리를 담당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코레일쪽이 문제를 일으켜 지난 일이 된 모양입디다만...



사실은 명예역장이 있는줄 몰랐더랬어요. 근데, 횡천역사에 딱 들어선 순간... 뭐가 이래 잘 꾸며져 있나? 하고 눈이 휘둥그래졌었습니다...



이런건 진주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엄밀히 말하면 비슷한 전광판은 큰 역이면 있지만, 이런 작은역에, 역의 규모에 맞게 설치된 작은 역이 없었던거죠.



이런 안내지도도 명예역장과 그를 돕는 분들의 손길이 닿은 것이죠. 사진 우하단의 다음 레일플러스라는 글자 보이시나요? 다음카페중에서 가장 유서깊은 철도 동호회입니다. 당연 저도 거기 회원이죠. 눈팅도 아니고 유령회원이지만...



철덕들의 생활의 활엽수중 하나는 이러한 역들마다 있는 스탬프를 모아 찍는거죠. 저는 스탬프를 모으는 취향은 아니긴 하지만... 그런데 철덕중에서도 당연 이상한 사람들은 있고... 기물파손, 운행방해등을 일삼는 그런 부류들을 한국 철덕계에서는 철싸대(철도싸이코대원)라고 부르는데... 그런 넘들이 가장 노리는 것중 하나가 역마다 비치된 스탬프입니다. 다른 역중에 스탬프는 여기서 찍으세요, 라고 가보니 스탬프가 도난당해 없는 모습도 봤었던... 횡천역 명예역장님은 그런걸 고려해서 이렇게 도난이 힘들게 설치까지 하는 성의를 보여줬네요.

명예역장님의 블로그는

http://blog.naver.com/kge999k?Redirect=Log&logNo=50137975539

이곳입니다. 다만, 첫 대문에 걸린 글이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글이라 가슴이 아픕니다만... 철도를 사랑하는 사람의 열정과 애정이 남아있는 블로그이니 한번 둘러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저야 철덕심이 부족해서 저런 훌륭한 철덕이 되기는 힘들거 같습니다만... 그냥 헬렐레~ 하고 기차타고 돌아다니는 정도겠죠~



이러한, 경전선과 연결된 연계노선이 모두 표시된 노선도도 명예역장님의 공로입니다. 좌하단에 레일플러스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가장 빛난건, 횡천역의 과거 사진들을 모아놓은 갤러리였어요. 이 갤러리는 정말... 안구정화가 되는 느낌... 나중에 경전선을 지나치실 일이 있으신 분이라면, 횡천역에서 잠시 시간을내어 , 이 사진들 한번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몇개 샘플로 올려보자면...



1970년초의 횡천역



전에 코스모스역이라 소개해드린 북천역에 코스모스가 핀 모습



여행 첫날에 들렀던 원북역의 봄의 모습. 봉고기관차가 달려가는 모습은 이제 볼 수 없기에 희귀한 사진입니다.

등등 멋진 사진이 많습니다. 사진을 다시 찍은 사진이라 직접 보시는게 훨 좋으리라 단언합니다.



전에 깊은슬픔님이 올려주신 이규석의 노래가사같은 나무네요. 기차가 서지않는 간이역에 키작은 소나무 하나~

이곳은 기차가 서는 역이고, 저게 소나무인지 잘 모르겠는건 에럽니다만...^^



횡천역, 가로지르는 개울, 이라는 뜻인데 위의 지도에는 잘 안나와있지만, 횡천역을 둘러싸고 횡천강이 크게 굽이쳐, 이 일대를 완전히 휘돌아 지나갑니다. 아마 그 때문에 이런 지명이 붙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횡천역의 전경



다시 승강장으로 들어섭니다.



어제의 폭풍같은 밤을 지나치고 나서라 더더욱 마음이 놓여서 그런지...



너무나도 평온하고 아늑한 모습에, 벤치에 드러누워 하늘을 배경삼아 횡천역을 담아봅니다.



멀리서 제가, 드디어 경상남도를 떠나는 길에 타게 될 열차가 들어옵니다.





아까 내릴때는 저 혼자 내렸는데... 지금은 솔찬허니 내리는 사람이 있네요. 뭔가 반갑고 기쁘고 그렇습니다.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엇갈리는 곳으로서의 철도역이라고 생각하면 말이죠. 나갈 사람은 나가고, 떠날 사람은 떠나야겠죠.

횡천을, 하동을, 경상남도를 떠납니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7 09:01:30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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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12-07-28 22:54
 210.♡.♡.37  
아앗, 선추천. 이따 집에 가서 볼께용 ^^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12-07-28 22:55
 219.♡.♡.57  
아무래도 올림픽때문에 좀 묻히는 거 같긴 합니다만...^^
퍼스나콘 ▦드러븐세상 12-07-28 23:03
 220.♡.♡.106  
진상면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ㅎ
저 초등학교 때 광양 살았어서 ㅎ
진상면의 섬진강변으로도 피서 많이 다니쥬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12-07-28 23:06
 219.♡.♡.57  
오호, 그러시군요~ 이제부터는 연고지와 관계있는 동네들이 조금씩 나올듯요~ 뭐 광양과 순천이야 마지막날에 지나친 정도긴 하지만서두...
NiceTo in 이글루 12-07-29 00:14
 180.♡.♡.56  
으악~ 벌써 18편이네유,,, 오늘은 피곤해서 이만 자고... 천천히 읽고 천천히 댓글 달게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항상 고맙습니다~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12-07-29 00:21
 219.♡.♡.57  
베팍에서 여행을 담당하는 앙겔입니다~ 컨셉으로 가야할 듯~ 나이스투 어르신이 제 글에 댓글을 잘 주시는 편이 아니었는디...
퍼스나콘 [아이유]깊은슬픔 12-07-29 00:16
 121.♡.♡.168  
비행기 앞부분처럼 생겨서 잘 빠진 요즘 기관차보다 예전 투박한 기관차가 더 이뻐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ㅋ

잘 봤습니당~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12-07-29 00:23
 219.♡.♡.57  
매끈한 디자인이 그것이 거칠고 우악스러우며 때로는 비인간적이기까지 한 기계라는 것의 본질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라는 식의 이야기도 가능하겠죠. 다만, 저는 기계라는 거에 대해 비우호적인 사람이 아니기에, 단지 그러한 모습이 그것의 원형이다, 라는 점 때문에 그런다, 라고 답하겠습니다만... 물론, 그 원형이라는 거래봐야 저의 경험내에서의 원형이지만, 반대로 지금 시점에서 제가 겪지 못한 증기기관차를 볼 때 감흥이 없지 않을거라는 점에서 보면 어떠한 보편은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젤을 새로이 겪은 사람들이 디젤이 증기를 몰아내는걸 어떻게 생각했을지를 생각해보면... 음... 제가 마뜩치 않아하는 진기기관차를 그것이 사라져갈 때 누군가는 향수의 눈으로 볼 것이라 생각해보면... 음...

은근히 철학적인 문제이지 시프요...
멍멍 12-07-29 00:42
 182.♡.♡.195  
북천역... 코스모스.... 저리 핀 코스모스는 본적이 없어요!!

아이들 뛰는 모습 보기 좋아요. 트뤼포 영화 중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꽤 되거든요.
주로 (본인이 그래서 였는지) 불합리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요.
그리고 또 많이 나오는 소재는 바람둥이들... ㅋㅋ
여튼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 사진을 좀더 오래 쳐다봤어요. ^^

하동역은 사진 참 잘 찍히게 꾸며졌어요. 열차가 꼭 동화나라 진입하는거 같다능요.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12-07-29 00:52
 219.♡.♡.57  
아, 본문에선 개성없다고 했는데... 오히려 그렇기에 무대로서 들어오는 주인공을 더 돋보이게 하는 효과는 있겠군요... 멋진 하동역~

부조리에 처한 아이라... 그거 참 매력적인 소재군요. 처음부터 동심같은거 없었다고 회상되는 스스로를 돌아볼 때, 나하곤 상관없는 이야기같긴 하지만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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