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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13

작성일
12-07-23 21:39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IP
2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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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연재 페이스가 좀 떨어지는 느낌이... 7월 내에 끝내기는 힘들게 된거 같네요. 오늘부터라도 꾸준히 하루에 하나씩 올려야지...

- 유수역



유수역 가는 길. 대부분은 버스를 탔고 막판에 버스에서 내려서 산길을 좀 걸었어요. 아주 호젓한 산길이 펼쳐집니다~
저렇게 뱅뱅 돌아가는 이유는... 이 일대가 남강과 남강댐으로 인해 형성된 진양호 일대의 계곡이 많이 얽히고 지천도 복잡하게 흐르는 지형이다보니 외진 골짜기 마을들이 좀 많더군요. 그 마을들마다 버스노선을 놓자니 채산성이 안맞는지, 한 노선이 이 계곡 죽~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다음 계곡 죽~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를 반복하는 상황이라 그렇네요. 사실 지금 그린 저 노선도 제가 갔던 길이 맞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길이 복잡했던...

원래는



이러한 계획도까지 그려서, 내동역에서 유수역까지 걸어갈 생각이었어요. 그니까 당초에는 진주역 - 내동역 - 유수역까지 걷는 것을 생각했는데... 내동역을 보고 돌아서려는 순간 드디어랄까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게다가 저 길은 정말로 외진 산속 길... 네이버나 다음에서 로드뷰도 제공 안하는... 물론 험한 산속은 아니긴 하지만, 우산도 없는데 비가 제대로 내리면 곤란해질 상황인데다가... 이미 말씀드렸듯이 갈 길은 먼데 시간이 늦어서(내동면사무소 앞을 출발한게 거의 15시 다 되어서 였어요) 버스를 타야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올라올 사진을 보시면 알게 되시겠지만, 정말 외진 곳인데 과연 가는 버스를 제대로 탈 수 있을까, 싶었기에... 내동역 바로 옆에 있는 내동면사무소에 들어가서 길을 물어봤더니 친절히 알려주고 버스 노선안내까지 프린트해주더라구요. 정말 고마웠다능.

말 나온김의 이야긴데... 이번 여행에서 제가 길을 물어본 사람이 아마 100명도 넘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 분들이 없었다면 절대 이 여행은 성공하지 못했겠죠. 새삼 감사드린다능.



마을버스크기의 작은 버스안의 모습. 하루에 두대오는 버스입니다. 때마침 제가 탈 시간이 갔을까 말까 아리까리한 시간인지라... 이거 혹시 간거 아녀? 간거면 조ㅈ되는디... 생각하며 초조했는데... 다행히 오더라구요. 것도 금방. 결과적으로는 정말 타이밍을 잘 맞춘 것이 된거죠. 15분만 늦게 도착했어도 영락없이 걸어가야 했을테니...

하루에 두번 밖에 오지 않는 버스지만 그런데도 한산합니다.



창밖으로 철길이 달리네요. 버스에 타면 습관적으로 진행방향 오른쪽에 앉는데, 이 장면에서만은 왼쪽에 앉지 않은게 너무 후회됐다긔...



뭐 워낙 변화무쌍한 코스를 달리는지라, 이렇게 제 쪽에도 와 주긴 했습니다만... 어ㅤㅎㅓㅎㅤㅎㅓㅎ허~ 열차가 나란히 달리기라도 했으면 나이스샷이 될 뻔 했는데 말이죠.



나베르 지도에는 가화강이라고 나와있는데, 현지에서 봤던 명판에는 가화천이라고 붙어 있었던 큰 개울을 건너는 가화강(천)철교.



버스에서 내려서 골짜기마을을 올라갑니다. 내려서도 아지매한테 길 물어봤네요. 여기 유수역이 어디냐니까 여기서 반대쪽인디... 하시며 저 사진의 중간께 보이는 골짜기를 넘어 가라고 하시더군요.



골짜기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있는



바로 요 골짜기를 말하는 것이지요. 언덕사이의 숲틈에 숨은 아주 작은 고개가 뭐라고 해야할까요... 아 또 표현력 한계 느끼는데, 아주 아늑한? 그런 기분이 들게 했더랬습니다.



비록 공구리가 깔려있긴 하지만, 이만하면 멋진 오솔길 아닙니까?



고개의 마루로 향하는 길을 따라 오르면서...



골짜기 마을을 돌아봅니다. 다시 갈 일 없는 곳이긴 하지만... 하나의 큰 기억을 만들어가는 길에 들렀던 길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아련합니다.
철도가 아니라면 제가 이런 작은 마을에 갈 일같은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경전선 철길이 맺어준 인연이랄수도 있겠지요.



고개와 마루와 하늘과 숲과...



이 길은 뭘까요? 분명 차바퀴자욱이 만든 길 같긴 한데, 저기가 끝입니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없는디...--



끊임없이 수풀들이 공구리와 어울리는 길을 따라 가면...



조금쯤은 트인 골짜기가 나오네요. 여기도 어김없이 텃밭들이 있습니다.



밭일이란건 고되면서 또 은근히 장비도 필요한 일이죠. 요로한 작은 가설창고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서 있어요. 몇년전까지 경기도 양평의 산속에 저희 선산이 있었는데, 완전 산속이다보니 잡초가 엄청났고... 잡초를 뽑는 장비를 두는데에도 아빠가 작은 가설창고를 만들었었던 일이 있네요. 산소의 잡초제거에도 창고가 필요한데, 밭이라면 더 하겠죠.



호젓하다, 말고 뭐 좋은 표현 없습니까? 이런 길 너무 좋습니다...



숲을 지나 틈새틈새 있는 계곡마다 있는 농경의 흔적들도 좋구요. 요만큼 숲길을 걸어가면 조만큼 두렁길, 조만큼 두렁길을 걸어가면 요만큼 숲길인 그런 길입니다.



굴다리가 보이는군요. 형이 10초줄테니 냉큼 굴다리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굴다리 = 기차역 아니겠습니까~ 잇힝~~



바로 옆에 철길도 있네요. 굴다리를 지나 역으로 가기전에 살짝 철길좀 밟고 가려고 철길에 홀려 홀롤롤로~ 하며 걸어가니...



.....

이 사진은 제가 이번 여행에서 베스트로 꼽는 사진중 하나입니다...

외로움과 쓸쓸함, 한갖짐 한적함 고요함 아늑함 고즈넉함... 그 모든 것이 이 장면에서 가슴속에, 이 조용한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제 마음속에서는 폭풍우를 쳤더랬습니다... 지금도 살짝 감동의 눈물이 한방울 찔끔 나는군요...


 
마산에서 달려오는 길 위로 한발짝 올라서서...



그 길, 아득히 먼듯한 그 길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다시 아득히 먼 길을 달려가지만 그 전에 여기서 잠시 쉬어갑니다. 아니 쉬어갔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곳은 쉬어감의 기억만이 남아, 아니 기억조차도 흐려가고 있는 그런 곳입니다.



승강장에 올라서서...



한걸음



한걸음



유수역사에 다가섭니다.



숨막히는 뒷태.jpg



지어진 양식을 보니 원북역사보다는 많이 나중에 지어진거 같습니다. 그러나, 역 주변의 마을은 오히려 원북마을보다도 작더군요. 열차가 서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겠지요...



카메라야 뭘보니. 너무 오랜만에 사람이 잡혀서 신기하니?





딱히 멘트할 말은 없지만 유수역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드리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요금판도 시각표도 없습니다만... 그것이 붙어있던 자리도 깨끗이 정리되어 있는걸 보니 누군가가 공들여 관리하고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나, 너무 깨끗하기에 오히려 그 때의, 열차가 다니던 시절의 흔적이 없구나, 생각하면 더 쓸쓸해지기도 하고 그럽니다...



창문, 다리, 건널목같은 것들은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지만, 오히려 그들이 있다는 것은 그들이 있어야 할 정도로 이쪽과 저쪽이 끊겨 있다는 말도 되기에... 창밖을 내다보고, 다리를 건널때는 왠지 마음에 석연치 않은 개운함이 느껴지는거 같기도 합니다.



역사의 낡은 의자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며 하릴없이 사람들이 내다보았을 그 모습을 저도 바라봅니다.



철길과 역사



유수역의 행선판. 내동역의 이름은 너무 오래전의 기억이기에... 유수역 자신조차 오래되었건만 그 기억에 조차 없습니다...



출구가 보입니다. 나가야 할 때이군요...



잘 있어... 또 올께...








유수역이 멀어져갑니다. 사실은 내가 멀어져가는 거겠지만... 사람들의 기억이, 이 길이 사람들을 실어날랐던 시절이 멀어져가는 거겠지만...



모든 잊혀져감이 안타까운 이유는 결국 나도 잊혀져갈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내가 잊혀져갈 때까지, 최대한 많은 것을 잊지 않으리라 생각하렵니다.

완사역으로 떠납니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7 09:00:59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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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나콘 텔레만 12-07-23 21:57
 59.♡.♡.177  
좋군요. 요즘은 앙겔님 이 연재글 보는 재미로 베팍 들어오네요.

부산에서 뵐 때, 시간표를 짜신다는 의미를 몰랐는데, 마을버스 염두에 둔 이동이라면 그야말로 엄청난,,,,,

혹시 이거 가끔 가신다는 디씨 철겔에도 올리시나요? 그 동네에서는 정말 폭팔적인 반응이 나올 글인듯해서,,,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12-07-23 21:59
 219.♡.♡.57  
베팍하고 제가 자주가는 다음카페 두군데만 올립니다. 만약 디씨에 올린다면 국내여행갤러리에 올릴까, 했는데... 그냥 안올리고 있네요... 힝...
          
퍼스나콘 텔레만 12-07-23 22:00
 59.♡.♡.177  
아, 그렇군요. 뭐,,, 그거야 저작권자인 앙겔님 맘이니,,,,
퍼스나콘 [아이유]깊은슬픔 12-07-23 21:57
 121.♡.♡.168  
길이라는 게 결국 사람의 흔적인데 사람은 없고 이제 길도 없어지겠죠.

잘 봤습니다.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12-07-23 22:00
 219.♡.♡.57  
지방분권으로 유수에도 사람이 살게 해야합니다? 낄낄~~

다만 뭐랄까... 어찌보면 바로 그 사라져감 때문에 쓸쓸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는 여행이라는 면도 있기에...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잊혀지지 않는다면 어찌보면 그게 더 무서울지 모르겠다, 는 생각도 들긴 하는군요.
멍멍 12-07-24 06:29
 210.♡.♡.37  
시골이랬봤자 맨날 관광지 였는데요.
정말 근사한 숲길!!

오늘도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12-07-24 13:34
 219.♡.♡.57  
참으로 보석같은 길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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