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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12

작성일
12-07-20 21:32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IP
2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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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별 역순 댓글
 - 내동역



내동역 가는 길 버스타고 갔네요.
근데 사진상의 글자들 잘 보이시나요? 사실 보지 않아도 상관없긴 하지만... 어차피 인근지역 주민이거나 직접 가보지 않은이상 지명이나 표지를 봐도 실감은 잘 안날텡게...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는 이 구간은 필히 걸어가리라 마음 먹었었는데요. 이유인 즉슨...



 한쪽에는 산이 서있고, 다른 쪽에는 그 산자락을 따라 남강 물이 흐르는 사이에, 산기슭을 따라 낡은 옛 철길이 달리는 이 모습이 너무 운치있어 보여서... 결과적으로 이 구간을 걷지 못한걸 지금은 엄청 후회하고 있네요. 사진에서는 맑은 날인데, 그 날은 낮게 구름이 깔린 음울한 날씨가 또한 나름의 분위기를 더 했기도 한지라...

 걷지 못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너무 지쳐서...-- 전체 26개 역중에, 26일 하루동안 총 14개를 답사해야하고... 그 14개 역중의 상당수가 접근성이 나쁜 상황이며 접근성이 좋지 않은 역들은 진주 이후로 더 많은(다솔사, 양보, 횡천등) 상황에, 이미 삼천포선 답사로 오전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 이제 오전을 지났을 뿐인데 벌써 10킬로미터 이상을 걸은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를 더 걸어야 할 지 모르는 상황(다솔사~북천~양보~횡천 구간중 한두구간은 걸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는 다솔사부터 양보까지 걷다가 뻗기도 뻗었고 밤도 깊어서 횡천은 결국 이 날 중으로 가지 못했습니다)인지라... 결과적으로는 이 뒤로 20킬로미터를 더 걸었기에, 여기서 체력과 시간을 세이브한 판단은 옳았긴 합니다.

그러나, 체력과도 시간과도 바꿀 수 없는 2012년 6월 26일의 기억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군요. 경춘선이 사라질 때 가장 아쉬운 모습이 북한강길을 따라 걷는 옛 철길의 사라짐... 이었달 수 있는데... 남강과 철길이 함께 가는 이 길도 사라지면 그만큼... 사실 그 만큼 아쉽기까진 않겠죠. 그 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엠티의 추억"

버프를 받아서 그렇게까지 기억되는 길이기도 하니께... 다만, 강과 철길의 어우러짐이란 것은 그 또한 형언할 수 없는 '맛' 이 있는 것인즉... 분명 꽤 시간을 들여서 나름 공들여 답사를 했습니다만, 이렇게 돌아보면 아쉬움들만 남는군요. 한건 한대로 또 해보고 싶어서, 못해본건 못해봤으니까.

정 가보실 상황이 안되시는 분이라면, 위에 올린 짤처럼 로드뷰 답사라도 해 보세요~ 가끔 농담만은 아니게, 로드뷰로 여행을 즐긴다는 글도 올라오곤 합디다만~



저번회에도 올렸지만, 진주역앞의 현대적 모습. 사실 이 사진을 올린건 그런걸 볼라 그런게 아니고...



그 틈바구니에 있는 요 작은 집이 재밌어 보여서 였더랬습니다. 구시가지, 옛 골목이란게 좋은건, 저런 큰 건물틈새에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콕콕 박혀있어서일테고... 홍콩이란 도시가 매력있는 큰 이유중 하나는 좁은 부지때문에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어찌보면 무질서한듯하지만, 어떻게 보면 자유분방하고, 사실은 치열할지도 모르는 그 규정하기 힘든 다양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홍콩섬의 번드르르한 건물들은 또 나름의 멋이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구룡성이라고 알려진



이 모습이 사라진게 저로서는 참 아쉽습니다. 뭐 없애는데에야 이유가 없겠습니까만, 모든 공간에 이유가 붙는 세상에, 때로는 이유없이 남겨지는 곳이 있는 것이야말로 여유가 있는 삶의 바탕이 아닐까 싶네요.



진주의 시내버스에는 저런 노동자관리, 노동자 조합? 그런 성격의 회사임을 알리는 간판이 많이 붙어있더군요. 자본주의적 근대화의 경로가 표준화에 바탕한 집권이었다고 한다면, 그것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할 대안으로서 분산화에 기반한 분권으로서의 저런 모습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보다 공동체적으로, 보다 생활 - 지역밀착적으로. 물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저는 관악구든 진보신당 관악당이든 지역모임같은데에는 별로 나가지 않긴 합니다만... 그건 단순히 제 성격이 폐쇄적이기 때문일 뿐입니다... 헴헴...


아까 올린 로드뷰짤처럼 멋진 사진을 저 또한 찍어보고자 했는데... 의외로 가로수들이 높더군요... 길이 한산해서 버스는 빠르고... 그래서 올려드린 남강과 철길이 병행하는 구간의 직찍사진은 구하질 못했... 로드뷰로 보시기 바랍... 어헝헝~~

그런고로 갑작스레 내동역 사진이 툭 튀어나옵니다.



정말 툭 튀어나온거 같지 않습니까? 이건 딱 보기엔 그냥 흉가 폐가 같은 느낌이...-- 귀신이 툭 튀어나올거 같습니다... 만 사람이 살더군요. 사람이 산다, 라기보다는... 내동역 옆에 SK주유소가 있는데, 그 주유소 주인(으로 보이는 아줌마)이 이 건물의 소유주인 모양이더군요. 안에 뭔가를 넣어놓았고 그 안에서 나오더라능... 제가 어정쩡 하게 서 있으니깐, 뭐 볼일있냐기에, 여기가 옛 역이라기에 구경왔다, 그러니 겉에서만 보라, 라고 하더군요. 묘하게 쌀쌀맞더라능...-- 하긴, 거지꼴 하고 돌아다니는 산도적 같이 생긴 놈이 수상하게 서성거리는데 한다는 소리가, 아무도 기억못할거 같은 옛일을 들추며 역이랍시고 보겠다는데 누가 살갑게 대하겠냐, 싶긴 합니다만서두... 나두 호감형의 샤방샤방 미소년이고 싶다긔~~



3대주적이 즐비하군요. 뒤엔 아파트 앞에는 차... 저 차들이 없으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올거 같은데... 주변에 빈 터도 많드만...



사정이 허한다면 안에 들어가보고 싶었네요. 혹시 역이었던 시절의 흔적이 있지 않을까, 해서. 아예 버려진 건물이었다면야 들어갈 수도, 흔적도 남았을 수 있지만... 이 곳이 진주 시내 중심가는 아니지만, 중심가에서 가까운 곳이다보니 유동인구도 있고, 마을도 있고 해서 그런지... 이런 역사도 버려지지는 않더군요. 물론 잊혀는 졌지만...



어찌보면 이것이 역사였던 흔적이랄 수 있겠네요. 공공화장실터. 일반 가정에서 이런 식으로 화장실을 짓지는 않을테니까요.



대충 전체모습? 저런 양옥집의, 높은 다락방에서 다락방 창밖으로 세상을 내다보고 싶어했습니다. 어렸을때는. 만화 소공녀를 너무 인상깊게 봐서 그런지... 엄마찾아 3만리에도 그런 장면이 나오고... 다락방은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곳이 아니었던가 싶어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중 얼마나 주니어(잇힝~)를 보는데 성공하실진 모르겠는데, 주니어에게는 다락방을 만들어주세요. 적어도 이 글을 쓰는 이처럼 삭막하게 자라진 않을거 같아요...



지붕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무슨 소재인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낡아서...



저 덩쿨은 담쟁이 덩쿨일까요? 굳이 저렇게 기른거 같지는 않고, 알아서 자란거 같은데... 건물의 옛 정취 VS 쓸쓸함 을 둘 다 더해주는거 같습니다. 버려진 것도 아니고 관리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라 더 처연해 보인달까요. 아예 버려졌으면 제 멋대로 향수에 취할 수 있겠건만, 주유소 사장 아줌마의 냉정한 시선과, 미심쩍은 눈초리로 보는 주유소 직원의 눈매 때문에 충분히 감정에 취하기도 힘들었더랬습니다. 그림에 그 두 사람은 나오지 않지만...--

위치 또한, 진주라는 대 도시의 중심가 근처이지만 주소가 진주시 내동면 독산리 인데서 알 수 있듯이, 구 진양군 지역으로서 농촌이었던 곳이기도 해요. 마을도 있는것도 아니고 없는것도 아니고... 바로 옆에는 신식으로 지어진 면 사무소가 있기도 하고 남강 건너에는 진주시의 번화한 시가지가, 옆의 망진산 너머에는 경전선 최대의 역중 하나인 진주역이 있기도 하지만 이 곳에는 엘피지 충전소가 덜렁 있을 뿐이고... 바로 뒤에는 아파트가 서 있지만, 그 옆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기도 하고...

송두율이 자신을 경계인이라고 일컬었었지요. 내동역이야말로 경계지, 경계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시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같이 있으면 부조리하다고 일컬어질 만한 것들이 같이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러면서도 위화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낡은 폐역이라는 것이 주는, 한때는 최 선두에 있던 것이지만, 이제는 가장 기억의 먼 곳에 있는 것이라는 특이한 성격 때문이 아닐까 시프요.



물론 이렇게 보면 또 그냥 깊은 숲속의 잊혀진 건물같기도 하고... 왠지 김전일이나 코난이 튀어나올것도 같은 모습입니다? 물론 여기는 통화권 이탈 그 딴 일은 없긴 합니다만. 낄낄~~



뒤로 돌아가보면 아직도 열차가 달리는 철길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아직이래야 올해 12월까지지만...



그리고 이제는 철거된 옛 철길의 흔적도 볼 수 있지요. 단선철도의 경우는 마주오는 열차를 피해야하니, 틈틈이 신호대기선을 만들어줘야하고, 역이라면 말할것도 없겠죠. 어차피 틈틈이 대기선이 필요한데, 뭐하러 굳이 없앴나, 하면 이 곳을 잊지 않고 찾는 떠돌이가 더 감흥에 쉽게 취하라고... 따위는 절대 아니고, 4킬로미터 밖에 진주역이 있는데 굳이 여기서 신호대기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ㅤㅉㅡㅂ~



내동마을의 할매할배젊은이중년어린이이장면장여행자행려자나그네떠돌이들이 한때는 타고 내리던 승강장의 모습... 잡초만 무성하다, 가 이 곳에서는 관용구가 아닙니다...



내동역은 1984년에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그 때라면 내동역에게 네가 없어져도 나는 달릴거야, 라고 속삭였을지 모를 이 철길도 이제는 내동역과 같이 시간의 무덤속으로 들어갈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길이 사라지면 내동마을은 기본적으로 마산, 순천과 별 상관이 없는 동네가 되겠네요. 한때는 내동마을의 흙먼지를 묻히고 열차들이 힘차게 달려갔었지만... 제가 시인이라면 시를 읊겠습니다만, 저는 시인이 아닌고로 그저 묵묵히 모습들만을 파인더와 기억에 담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내동역을 뒤로하고 유수역을 향해 길을 떠납니다.

사진이 별로 없어서 좀 짧네요. 유수역까지 같이 올릴까, 하다가... 오늘은 내키지가 않아서 여기까지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7 09:00:59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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