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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11

작성일
12-07-16 22:12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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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별 역순 댓글
- 진주역



진주역가는길. 버스타고 갔어요.
좀 새로운 분위기를 내 보고자... 사실은 위성사진으로 지도 보는 법을 어제 알아서... 흙흙~~ 신기한 김에 위성사진으로 했습니다. 어느쪽이 더 나은가요? 알아보기는 그림지도쪽이 더 좋은거 같기도 한디... 일단 이 쪽은 축소를 하니 좀 많이 일그러지긴 하는군요...--

일단은 여기까지가, 올해 말에 복선전철 개통으로 기존 역들이 전부 폐쇄되거나 이설되는 구간입니다. 그렇기에, 당장 시급하게 찾아가보지 않으면 안되는 역의 답사는 일단락이 된 것이지요. 그러나,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다음의 구간들도 현재 공사가 진행중이기도 하고... 여기까지 온 김에 그래도 좀 더 가봐야지 않겠나, 싶기도 한데다... 가장 중요한건, 5대근성노선중 하나인 순천발 - 삼랑진 경유 - 서울행 무궁화 열차를 타고 돌아갈건데, 이왕이면 간지나게 순천까지 답사한 다음 타 주는게 좋지않겠습니까? 그런고로 진주를 찍고 더 멀리로 나아가 보기로 합니다. 뭐, 사실 여행 떠나기 전에 그럴 작정이긴 했지만...

문제는 지쳐서... 전날인 25일에 도합 20킬로미터를 넘게 걸었고... 26일에 들어서도 벌써 10킬로미터를 넘게 걸은지라... 하루에 10킬로미터 정도 걷는거야 시시때때로 하는 일이긴 합니다만, 20킬로미터를 넘기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다... 그런 짓을 연일 하고 있자니 죽겠네요... 다행히 전날밤 모텔에서 잠을 잘 잤긴 했지만, 이미 여행이 7일째에 접어든데다, 여행 내내 찜질방같은데서만 자버릇 하다보니 몸 상태도 영 좋지 않기도 하고... 그러나, 왠지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같은건 털끝만큼도 안들더라구요. 원래 애가 그렇게 근성이 있는편이 아닌데... 조금만 힘들면 안해안해~ 하고 나자빠지던 애였는데, 나 자신도 몰랐던 근성을 발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낄낄~~

전체 답사역이 중리역 포함 26개 역이고... 진주역이 13번째 역이니 이제 반환점이군요. 여행중에 진주역에 도착했을때, 앞으로 방문해야 할 역들의 목록을 보면서 살짝 아득~ 했던게... 그나마 진주까지의 길은 비교적 순탄하고 견적도 나오는 구간이지만 이 다음부터가 길들이 더 험하기도 해서였고... 이렇게 힘든데 아직 반밖에 못왔나... 라는 생각때문이기도 했네요. 지금도 참 오랫동안 많이 올렸다, 싶은데 아직 반이라니... 뭐, 사진 올리고 글 올리는게 힘든건 아니지만, 정말 많이 왔다, 싶은데 아직도 갈 길이 반이다, 라는 느낌이, 진주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씹을때 저의 기분과 좀 비슷한것도 같아서 넋두리좀 늘어놔 봤습니다.



진주하면 남강이죠. 수많은 전설과 애환이 깃든... 시내를 굽이쳐 흐르는게 참 아름답기도 하더군요. 다음에는 진주를 좀 더 자세히 가까이 느껴보도록 해야겠어요.



반성이나 함안같은 정도가아닌 "진짜 대도시" 에 도착했습니다. 그래봐야 관악구보다도 인구가 적긴 하지만...-- 모처럼 느껴지는 매콤한 매연과 희번득한 공구리 건물들이 왜 이리 반갑던지요. 근데 생각해보면 대도시를 떠났대봐야 전날 낮의 일이니 만 하루일 뿐이긴 하지만... 대도시를 떠나서 지낸 일이 통 없다보니 이 정도만으로도 정말 오랜만인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무엇보다 그 동안의 모습들이, 도시의 모습들을 뇌리에서 씻겨내버릴 정도로 다른 세계의 모습들이기도 했으니까요.



애초에 예산이 얼마 안되기도 했지만... 서울에 돌아가면 문명확장팩을 사야되기에 그 돈을 남겨놓느라 여행 막판, 하필이면 제일 힘든동안에 엄청 궁핍하게 지냈습니다... 이 맥도널드에서의 한끼는 저로서는 정말 큰맘먹은 한끼였죠. 그동안 걸어오느라 수고한 나에게 주는 상이었달까나요~ 사실, 여기를 떠나면 최소한 광양까지는 또다시 도시물 먹을 일이 없는지라, 도시의 시꺼먼 물(콜라~)을 좀 먹어둘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요~

흙흙... 햄버거는 맛있었다...



사거리의 신호등도 부산을 떠나고서는 처음 보는거 같은 느낌이... 아, 마산에서 봤던가... 어쨌건 사거리 너머로 진주역이 살풋 보입니다.



역전에는 나무 몇그루 심어 공원을 만들어 뒀습니다. 자연속에 간신히 비집고 들어가 있는 인공들을 보아오다가, 오랜만에 자연이 모자라 억지로 자연을 흉내낸 모습들을 보니 기분이 쌍콤합니다~



큰 역이다보니 역전에는 여관도 많더군요. 여기서 잘 수 있으면 정말 좋겠구먼... 그러나, 여관에서 자면 문명을 못사기에 오늘도 내일도 찜방에서 자야합니다... 잉잉...ㅜㅜ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는... 울산버스터미널앞에는 공중전화 박스조차도 몇개... 아니 박스도 없었죠. 그냥 전화 몇대놓여 있었고 사람들이 전화를 하곤 했었어요. 기억나실텐데 오렌지색의 그 공중전화기... 그 시절 - 80년대중반 - 엔 아직 집에 유선전화조차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공중전화를 쓰는 사람도 한정이 되어 있었던거지 싶네요. 물론, 서울터미널에 오면 박스가 즐비하게 서 있고 박스마다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줄을 서 있었긴 했죠. 서울이니까...

진주역 자체가 한산해서이기도 하지만... 역전의 텅 빈 공중전화 박스또한 이제는 향수의 대상이네요. 이야말로

전화박스는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다...

랄까나요...



진주역의 모습. 왠지 오래된 시골의 국민학교 건물처럼 생긴 느낌입니다. 저로서는 참 정감있게 느껴지더라구요. 더더우기 그랬던게...



뭐니뭐니해도 역전이고 진주시의 중심지이며 한블록 건너에는 버스터미널도 있는 중심가중의 중심가인지라, 역전의 건물들은 삐까번쩍 하기 때문에... 그것들과 저 예스러운 진주역사의 모습이 더더욱 대비되어서 정감이 더 깊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같은 공간의 다른 시대라면 이런 것이 아닐까...



무지 크다는 느낌이었던건 앞서의 역들과 비교되어서 였을까요. 지금 보니 왜 이리 작나요... 그 때는 되게 크다, 라고 느꼈는디...-- 역시 시간이 지나면 감흥도 옅어지는군요... 사진을 찍어오고, 이렇게 글로 남기려 마음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아무 기록도 없이 기억에만 남겼다면 서서히 옅어져가기만 했겠죠... 물론 이런다고 옅어지지 않는건 아니지만, 누차 말하듯이 사람은 기억의 존재이고 기억은 기록을 통해 전해지는 것일테니까요.



충절의 고장입니다. 김시민이란 이름 하나로도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테지요.

유명하기야 논개가 더 유명할테구요.



진주역의 역명판. 요즘은 역명판을 달기보다는 역이름을 간판처럼 만들어서 다는... 그니까...



 이런 식으로 역명판을 다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이 사진은 한참 뒤에 올라와야 하는 것이지만...-- 교보재로 이게 딱이어서리... 낄낄~~ 지금 짓고 있는 신 진주역은 아무래도 한옥식으로 짓는지라 저것과는 좀 다르겠지만, 분명한건 지금 진주역의 역명판과는 더더욱 다를 것이라는 거겠죠.



다양한 시설들이 놓여있네요. 여엑가는 열차표와 입장권도 팝니다.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도저히 갈 형편이 될거 같진 않네요... 로또안 되나...--



그래봐야 경전선인지라... 다른 역들이 대개 하루 왕복 5편인데 진주역이래도 하루 6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침 열차가 도착했고... 그래도 대도시이다보니 다른 역과는 내리는 사람의 규모가 다르네요. 봉천역보다도 좀 많을거 같습니다^^




저 말고도 진주역의모습을 열심히 담는 분이 한 분 계시더군요. 이 분도 철도 동호인이시려나요~



꾸준히 봐 주신 분이라면 이놈이 이제 RDC 동차라는 것을 기억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많은사람들을 싣고 진주에 왔군요. 몸이 불편하신 분이 한분 내리고 계신데, 보조장비로 그 분을 내리느라 살짝 지연이 되고 있습니다.



선로도 많고 화물열차도 서 있는 모습. 마산역 이후 최대의 역답습니다.

현재 예정으로는 중부내륙에 부설되는 새 철도계획이 있는데, 그 철도가 진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욱 큰 역이 되겠지요.



대기시설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마치 시장통에 씌워놓는 구조물 같은 모습이네요.



승강장으로 올라섭니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 드디어 내렸습니다. 아무리 여유롭게 다니는 경전선이라지만, 그래도 열차는 시간을 지켜야기에 서둘러 문을 닫고...



열차는 순천으로 걸음을 재촉합니다. 역직원 분들은 보조장비를 치우고 있고, 대기실의 의자에서는 노인 한분 젊은분 한분이 망중한을 누리고 있네요.





요즘에는 보기 힘든 거대한 적벽돌 건물입니다. 물론 90년대 중반쯤에 벽돌건축이 유행이 되어 한때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들이 몽창 적벽돌로 지어지던 시절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 유행이 가기도 했거니와... 지붕에 슬레이트가 쓰인 것으로 보아 저 건물은 상당히 오래 된 것으로 보이네요. 무엇보다 산업 혹은 상업용 시설인데 적벽돌로 지었다는 것은... 어지간히 오래되었음을 온 몸으로 웅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역의 위치가 위치인 만큼 이 곳은 아무래도 재개발이 이뤄질 거 같은데... 이런 건물은 어떻게 보존할 수 없을까 싶네요... 이런 건물의 활용이라면 으레 런던의 테이트모던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곳도 그런식으로 사용되면 좋을거 같습니다.



진주역의 행선판.

어쩔 수 없다, 싶으면서도 섭섭한건... 진주 다음이 완사, 라고 나와있는데... 진주에서 완사의 사이에는 이제 그 역할을 다한 폐역이 두 개나 있다는 것입니다. 내동역과 유수역이 있지요. 다음회에는 그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행선판이야 어차피 다음 역을 알려주는게 목적이니 역이 아닌 것들을 올릴수는 없는거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서글픔이 깃듭니다.



부전을 떠난이래, 큰 역에서 내리지는 못했던터라... 이렇게 여러개의 선로가 병렬해 있는 모습은 거의 처음 찍는거 아닌가 싶군요.



대기실에서 내다본 승강장은 휑합니다. 사람들은 다들 역을 빠져나가 자신의 길을 떠났고... 역 자체가 워낙 크다보니 더더욱이나 허전하고 쓸쓸한 모습이랄까나요...



자판기가 있었군요. 자판기 또한 이 답사기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등장한거 아닌가 싶은데... 함안역에 있었던가?



이런 입식 역명판도 처음이네요. 대개 승강장의 끝에 세워서 들어오는 열차들에서 선명히 볼 수 있게 해 놓곤 하죠. 꽤 큰 역중에도 이게 서 있는 역도 있고 없는 역도 있는데, 저는 이게 서 있는 역이 좋더라구요. 너는 지금 진주에 오고 있어! 라는 느낌을 저 입식 역명판을 볼 때마다 강하게 느낄 수 있어서 말이죠. 환영해주는 느낌이랄까나요~



조 위에 자판기 찍은 사진과 같은 방향을 찍은 겁니다... 역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나시나요? 이 넘의 진주역이 터무니없이 커버리는 바람에(서울역보다 승강장이 더 긴거 같더라능...) 엉겁결에 진주역에서만 대략 1킬로미터 이상은 걸어버린거 같더라구요...

윗윗윗 사진에서 더더욱 쓸쓸해보인다고 했던게... 이런 거대한 텅 빔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다시 돌아와 대기실의 천정을 바라봤어요. 이런 가설건물 스러운 모습이 어찌보면 황량해 보이기도 하지만, 제게는 치부를 솔직히 드러내는것도 같아서 좋더라구요. 뭐, 단순히 감성이 삭막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 돌아오느라 힘들었습니다. 헥헥~



이 대기실이 진주역의 특징스런 모습이었달 수 있겠지 시프요. 건너편의 적벽돌 창고도 인상깊었지만 그건 역의 시설은 아니니께... 저 대기실의 벤치에 앉아서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러 다시 오고 싶습니다. 그 때는 진짜 좀 더 여유있는 일정으로 오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제 나가야 합니다.



원북역이나 진성역처럼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의 모습은 아니지만... 저 묵직한 모습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으로 제 가슴을 눌러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또한 건물을 보존하고 다른 용도로 썼으면 좋겠는데... 아직 이 시대는 과거를 지키기에는 앞 날을 더 바라는 시대이기에... 그러나 앞 날은 불투명합니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도로원표를 발견했네요. 아까 역전의 공원 안에 있더라능... 3번국도가 지나가는 곳이긴 하지만, 딱히 도로교통의 기점? 그런 곳은 아닌거 같긴 한데... 뭐 경남서부지역에서는 어쨌든 가장 중요한 교통의 거점이기에 있는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언젠가 찻길과 철길을 따라 함흥과 의주에 닿을 날이 오겠죠. 그리되면 북한철도 답사도 할거라능. 하앍하앍~~

진주역은 여기까지.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7 09:00:59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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