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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철도의 마지막 모습 - 경전선 답사기. 9

작성일
12-07-13 20:51
글쓴이
퍼스나콘 앙겔루스노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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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문산역




남문산 가는 길
열차를 타고 갔네요. 열차가 제일 좋음...

이 동네는 경상남도 진주시 문산읍입니다만... 문제는 문산역이라고 이름을 붙이려니 이미 경의선에 떡하니 파주시 문산읍에 문산역이 있어버린지라... 조선시대에 세워진 북문산역을 제끼고 남문산이 문산이란 이름을 달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이 '남' 자를 붙여서 남문산이 되어버렸다는 슬픈 옛이야기...--

옛 이야기 하니 이 노래가 떠오르네요. 즐감하시면서 보라능... 이 이야기 자체는 며칠전의 일들이지만, 이야기의 무대는 말 그대로 옛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곳들이기도 항께...

옛 이야기 - 김규민








 도시의 회색빛이 안스러 가끔 가로수를 심어 녹색을 곁들인다면 이곳에서는 가도가도 푸르러서 가끔가다 공구리 뿌려 회칠도 해 주고 그러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경남서부권에서 단연 최대의 도시인 진주의 중심지가 다가오는지라, 이제 보이는 시가지들은 정말 도회지스런 느낌이 나네요. 그래도 기찻길옆에는 슬레이트 지붕 얹은 오막살이가 있어주는군요~

원래 진주는 진주군이었는데, 그 중에서 진주읍이 커져서 진주시로 독립하였고(1931년) 나머지 지역이 진양군이란 이름으로 되었어요. 진양군이란 이름 들어보신 분도 있을법한게... 이게 1994년까진 있었거든요. 1994년에 진양군과 진주시가 합쳐서 오늘날의 진주시가 된거고... 그 전에는 읍이 커지면 독립해서 시가 되었는데, 그러면 원래 같은 생활권인 동네들이 다른 행정구역이 되고, 독립해 나간 지역이 핵심지역인데, 핵심지역을 잃은 기존 행정구역이 더더욱 위축되는 바람에 도농복합시라는 이름으로 재통합하는 정책에 따라 이렇게 된거라네요. 선산군이란 이름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이 곳도 구미시와 합쳐지면서 이름이 사라진 곳이라네요.




기찻길옆 오막살이 또한 낭만의 상징중 하나지만, 실제로는 궁핍의 표상인 면이 크죠... 기찻길옆이라는 곳은 아무래도 소음, 진동때문에 주거환경이 좋을 수가 없는지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와서 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그러다보니 집들도 새로 짓지 못해서 낡은 옛모습을 유지하는 측면이 있는지라... 그렇지만, 그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찻길옆 오막살이라는 이름에 어떠한 낭만이 깃들어 있다는 것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고 보거든요.

이 둘 사이의 위화감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리고 꽤 오랜동안 어떻게 대하는게 좋을지 명쾌한 답을 내리기 힘들거 같습니다.




철길건널목에서 제가 타고 있는 열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차들이 쪼로록 서 있네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닌지라 한 컷~




남문산역에 도착하여 제가 타고온 열차를 찍습니다.




대개 열차는 앞에 기관차가 달려있고, 뒤에는 객차들이 따라가는 형태인데... 그런 형태는 동력효율과 가감속, 운용효율이 떨어져서 점차 도태되고 있는 구형기종들에서 많이 보이고, 새로 나오는 열차들은 객차들에도 각각의 기관을 달아, 전체적인 출력효율을 향상시키는 동차방식(이 표현이 맞는건가...)을 사용하는 걸로 압니다. 서울지하철의 열차도 그런 식이구요. 맨 앞에는 얄팍한 운전석만 있고, 열차의 밑에 달린 두툼한 기계들이 동력을 제공하는거죠. 10칸에 골고루 나뉘어서... 대개 이러한 동력분산식 열차는 전동차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제가 타고온 RDC 동차는 특이하게 디젤기관을 사용하면서도 동력분산식이라 생긴 형태가 서울지하철하고 조금 비슷합니다. 전철처럼 생긴 열차가 들어오는 사진 몇번 올린거 꾸준히 보신 분이라면 기억하실 거에요~

그러다보니 저렇게 각 칸마다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배출구가 달려있어요.

뭔가 사설이 길다, 라는 느낌이 슬슬 오실텐데(뜬금없는 음악도 들어있고...)... 사실 이번 편은 컨텐츠가 쩜 적어서... 다른걸로 채우느라 무리수가 쩜... 쉬어가는 화라고 생각해 주시라능. 낄렵낄렵~~




전동차처럼 생긴 디젤기관차가 떠나갑니다.




기차역에서 가장 허전한 순간은 열차가 승강장을 가득 채웠다가 부산히 떠나간 다음의 적막이 감도는 그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행선판도 적적해 하는거 같습니다




왠지 의자만 보면 앉아서 인증샷을 찍고 싶지만, 자꾸 얼굴 들이미는 것도 민망한 짓이니 찍기만 하고 올리지는 않습니다. 낄낄~~




남문산역의 역사가 보이는군요







남문산 역사는 깔끔한 양옥집 느낌이 납니다.




승강장에서 역사내부 너머 역전광장까지 꿰뚫어 내다봅니다.




제가 저번 편에 댓글에서 실수를 하나 했는데... 남문산 역도 무인역입니다... 역무원이 없네요. 이런 실수를...-- 남문산역에는 진주역장의 공고가 붙어있던걸로 기억이 납니다. 설마 이것조차 잘못 기억하고 있는건 아니겠쥐...--




무인역사지만 화장실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고 휴지도 있네요. 슬쩍 들러 일을 보고 갑니다~




승강장을 슬쩍 돌아보고 역사 밖으로 나갑니다. 비단 철길만이 그런건 아니고 길이라면 다 그렇지만, 철길은 내가 어딘가를 지나왔기에 지금 여기에 있고 또 다시 어딘가로 나아가는 선이지요. 뒤를 돌아보면 나를 보낸 그 길들이 있고, 그 길들은 또 누군가를 어딘가로 보내줄 것입니다.

그 길들을 돌아보는 것은 어디에선가 와서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 존재인 우리 인간들이 그 여정에 보내는 가장 큰 경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역명판이 달려있는 건물의 모양새가 여태까지의 역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건물 소재는 그리 좋은것도 아닌, 가건물스런 느낌이 나지만, 다른 역사들이 80년대 이전의 전형적인 콘크리트 건물인데 비해, 남문산 역사는 비교적 신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네요. 비교적, 이라 말한건 요즘 짓는 번드르르한 역사들과는 또 세대가 다르기 때문이네요.




요즘 지어지는 신역사는 다 이런 스타일입니다. 물론 이런 역사들은 상당히 최근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남문산 역사는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의 작은 역, 그나마 나중에 지어진 편이지만, 그 지어진 시기가 되게 미묘하게 낀 세대라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말 그대로 특이한 형태의 역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달까요. 물론 이것도 철덕한정입니다만... 다만, 젊은 세대도 아니고 든 세대도 아닌 낀세대로 스스로를 느끼는 처지에서 남문산 역의 저러한 처지는 왠지 공감이 갔달까... 그런 느낌입니다.

 그리고 전에

http://www.baseballpark.co.kr/bbs/board.php?bo_table=bullpen2&wr_id=1183354&sca=&sfl=wr_subject&stx=%B0%E6%BB%EA&sop=and

이런 글을 쓴적이 있었네요. 저 경산역도 전에는




이런 모습이었다능... 이야말로 진짜, 아직도 동네 구탱이 어딘가를 뒤져보면 나올거 같은 양옥집을 철도역이라고 간판만 달아놓은거 같은 그런 모습이랄까나요... 좀 더 철덕취미를 일찍 들였으면 저런것도 다 찾아가 보고 그럴 수 있었을 것이거늘...--







독특한 모양새긴 한데, 왠지 스키장 리조트라던가 펜션같은 느낌도 들고 그러네요. 지어진 시기를 생각하면 나름 세련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세련됨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세월이 지나면서, 말 그대로 빛바래어 의미를 잃게 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어지기 전의 모습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일단은 지금 여기 서 있는 남문산 역을 바라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어김없이 있는 대한통운...--




남문산역이 멀어져갑니다. 왠지 멀리서 보는게 더 이뻐보이기도 하고 그러네요.




남문산역전의 모습. 진주로 이어지는 간선도로상이다보니 꽤 번화한 모습입니다...




만, 허름한 작은 집들은 여기서도 많이 볼 수 있네요. 이 집은 별거 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저 모습이 길가에서 바로 찍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이라 찍어봤네요. 아마 전에는 가게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이 집도 대문이 인상깊어서 찍어 봤어요. 저 어렸을때는 대문이든 담벼락이든 저러한 철망? 철침? 같은 것을 세워놓곤 했죠. 좀도둑이 워낙 기승이던 시절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저런다고 좀도둑이 못들어가는 것도 아닌데요 뭐... 저도 일부러 저 철침들 넘어 몰래 집안에 들어가기도 하고 그랬는데, 꼬꼬마도 넘어다니는걸 뭐 좀 털어보겠다고 덤비는 도둑들이 못들어갈까요... 마치 허수아비 세워놓으면 새들이 낟알을 쪼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인달까나요...

다만 저런 모습들도 이렇게 세월이 지나고서 보니까... 그 또한 옛스러워졌달까요. 도둑들에게 겁을 주려는 허풍의 흔적조차도 세월의 더께가 얹히면 이렇게 향수를 일깨우게 된다는건 참...




하늘색 벽과 슬레이트 지붕만으로는 별 것 아니지만, 그 사이를 가로지은 기둥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주니 나름 눈길이 가는 집이 된거 같네요. 자동차만 없으면 참 좋겠구먼... 이렇게 풍경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니다보니 3대 주적이 있더군요.

자동차, 아파트, 전선

이것들좀 어떻게 해 줬음 좋겠구먼...




깨끗하게 비질이 되어 있는 너머로 손길이 많이 간듯한 화단이 보이는 마당입니다. 남의 집 마당 찍은거지만, 이뻐서 찍은거니 뭐라 안하시겠죠?




고양이들은 좁은곳만 보면 겨들어가려한다 그러던디... 제가 고양이 기질이 있는지, 이런 좁은 골목만 보면 괜히 하앍하앍 거리게 됩니다.




남문산역과 그 주변엔 이런 모습들이 있었네요. 적어도 제 눈엔...

개양역으로 떠납니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7 09:00:59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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