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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MLB] 매니 vs 로드 '누가 더 뛰어난가'

로드리게스와 라미레스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오프시즌 온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설적인 '떡밥'을 던지려 한다. 알렉스 로드리게스(33)와 매니 라미레스(36) 중 더 뛰어난 선수는 누구일까.

타점 & 클러치 능력
3,4번 을 맡는 두 선수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타점 능력이다. 라미레스는 162경기당 통산 133타점을 기록, 127타점의 로드리게스를 앞선다. 타수로 따져도 라미레스는 4.41타수당 1타점, 로드리게스는 4.89타수당 1타점이다. 하지만 이는 테이블세터진 등 '기회'의 차이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라미레스는 통산 득점권에서 타율 .329, OPS 1.061로 .303/.957의 로드리게스를 앞선다. 하지만 득점권에서만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메이저리그의 평균적인 타자는 주자 없는 상황에서 100타석당 2.7타점을 올렸다. 만루에서는 69.3타점이었다. 이에 비하면 둘의 통산 성적은 월등히 좋다. 로드리게스는 만루와 함께 주자 없는 상황과 주자 1루, 즉 득점권이 아닌 상황에서 라미레스를 앞섰다. 그가 다른 특급 타자들에 비해 득점권 성적이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해서 타점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반면 2루를 제외한 나머지 상황에서는 라미레스가 더 뛰어났다. 상황별 가중치를 적용하면, 평균적인 타자는 100타석당 11.08타점을 올렸다. 라미레스는 통산 17.77타점, 로드리게스는 17.80타점이다. 득점권에서 강한 라미레스와 비득점권에서 강한 로드리게스의 타점 능력은 사실상 같다고 할 수 있다. 

팀내 최고타자들인 이들은 중요한 순간에 한방을 쳐주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라미레스는 Close/Late 상황을 제외하면 중요도 상&중, 동점-1점차-2점차 상황에서 모두 통산 기록보다 좋은 OPS를 기록했다. 로드리게스도 중요한 상황에서 특별히 부진한 것은 아니었다. 정규시즌에서 차이가 크게 느껴졌던 것은 포스트시즌 성적이 만들어낸 선입견일 수 있다.                 

세련된 주자인 에이로드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주루 능력
로드리게스는 162경기당 22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성공률은 80.9%로, 100개 이상 현역 선수 중 7위다(6위 이치로 81.8%). 반면 라미레스는 162경기당 3도루다(성공률 54.4%). 도루 위험은 없다고 봐도 좋다. 발로 투수를 압박할 수 있는 주자는 타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투수가 마음 놓고 변화구 구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가 2번에서 75도루를 기록한 1997-1998년, 시애틀의 3번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는 패스트볼을 받아친 투런홈런이 유독 많았다.

주자는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로드리게스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판단력도 매우 뛰어나다. 반면 라미레스가 우전안타 때 1루에서 3루까지 뛰거나, 짧은 안타 때 2루에서 홈으로 질주하는 것은 장면은 진기명기급이다. 주루 능력과 도루 능력을 종합한 베이스러닝 점수에서 올해 로드리게스는 +9를 기록했다. 라미레스는 -12였다(오티스 -10).

세이버 매트릭스
그렇다면 세이버 매트리션들은 이들의 공격력을 어떻게 수치화시켰을까. 공격 승률(Offensive winning percentages)에서 라미레스는 통산 .732를 기록, .705의 로드리게스를 앞서고 있다. 라미레스보다 좋은 현역 타자는 앨버트 푸홀스(.777) 토드 헬튼(.763) 랜스 버크먼(.737) 3명뿐이며, 라미레스와 로드리게스 사이에는 프랭크 토머스(.732) 치퍼 존스(.721) 짐 토미(.719)가 있다(RC/27을 토대로 계산되는 공격 승률에는 도루도 포함돼 있다).

공격 승률이란 1번부터 9번까지 그 선수 1명으로 짜여진 팀의 가상 승률이다. 투수력과 수비력이 리그 평균 수준이라고 할 때, 타선이 라미레스 9명으로 구성된 팀의 승률은 .732, 로드리게스 팀의 승률은 .705라는 의미이다(역대 1위 베이브 루스 .858, 2위 테드 윌리엄스 .857, 3위 배리 본즈 .815). 하지만 이것은 수비에서의 공헌도가 누락된 것이다. 공격력으로만 평가한 다른 지표들에서도 라미레스는 대체로 로드리게스를 앞선다.

"나보다 네가 더 나아" "정말?"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수비
야수의 기여도는 공격력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지명타자가 리그 MVP를 받기 어려운 이유다). 이 점에서 로드리게스와 라미레스의 차이는 지금까지의 팽팽한 균형을 단번에 허물 수 있을 정도다. 로드리게스가 13시즌 중 첫 8시즌을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로 뛰었고, 그 이후에도 핫코너인 3루를 맡고 있는 반면, 라미레스의 포지션은 수비 부담이 가장 적은 좌익수다.

로드리게스의 수비는 유격수 내내 정상급이었다. 마지막 두 시즌은 골드글러브를 차지했다. 유격수로 머물러 있었다면 적어도 지터가 받은 3개는 그의 차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3루 수비는 어떨까. 2006년 심리적으로 무너지며 24개의 실책을 범하기도 했지만, 3루 수비 역시 평균 이상이다. 로드리게스는 올해 세이버 매트리션 투표에서 3루수 전체 10위에 올랐다(1위 벨트레).

반면 라미레스는 메이저리그 최악의 외야수로 꼽히는 선수다. 라미레스는 지난 3년간 +/-에서 -68을 기록, 전체 외야수 중에서 팻 버렐(-73)과 저메인 다이(-72)에 이어 세번째로 나빴다. 라미레스가 담당한 필드의 절반이 그린몬스터 아래 마련된 아담한 공간이었음을 감안하면, 잡을 수 있었던 공을 가장 많이 놓친 외야수는 라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출장 시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많이 써먹을 수 없다면 가치는 떨어진다. 2007년 뉴욕 메츠는 주전 좌익수로 모이세스 알루를 영입했다. 알루는 2006년 .301-352-571를 기록했다. 하지만 64경기를 결장했으며 만 40세였다. 2007년 알루는 .341-392-524를 기록했다. 하지만 75경기를 결장했다. 대신 내보낸 9명의 좌익수들은 모두 실망스러웠다. 결국 메츠 좌익수의 시즌 성적은 .250-330-407가 됐다.

풀타임 13년 동안 로드리게스는 1977경기를 소화했다. 연평균 152경기다. 같은 기간 그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는 없다(2위 지터 1970, 3위 데이먼 1941, 4위 델가도 1927). 반면 라미레스는 풀타임 14년 동안 연평균 143경기에 출장했다(1995년 단축시즌은 162경기 환산 후 계산). 라미레스 역시 비교적 건강했지만 로드리게스보다는 연간 9경기가 적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1승 차이로 갈릴 수 있음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차이다.

'가을 매니'는 올해도 공포였다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포스트시즌
올해도 증명한 것처럼, 라미레스는 현역 선수 중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강력한 포스를 뿜어내는 타자다. 통산 103경기 성적은 .286-399-550 28홈런 74타점이며, 1998년 이후는 66경기 .325-442-609 19홈런 56타점에 달한다. 반면 로드리게스는 '포스트시즌의 놀림거리'다다. 시애틀 시절 로드리게스는 포스트시즌에 약한 타자가 아니었다. 양키스에서도 처음에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리버스 스윕의 악몽이 시작된 2004년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 이후로, 로드리게스는 17경기에서 .148-316-262 2홈런 3타점에 그치고 있다.

라미레스는 밤비노의 저주를 푼 주역 중 하나다. 반면 로드리게스가 입단한 2004년 양키스에는 리버스 스윕이라는 대참사가 일어났으며, 그 이후로는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재계약한 올해는 1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중단됐다. 2005년과 2007년, 로드리게스가 없었다면 양키스는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양키스의 거듭된 포스트시즌 침몰에는 로드리게스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양키스가 원하는 것은 반지다.

메이크업
스카우트가 선수를 평가할 때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인성(makeup)이다. 로드리게스는 시애틀과 결별이 확정되고 나서도, 텍사스에서 마음이 떠나고 나서도, 경기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반면 라미레스는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경기를 망치는 것까지 불사하지 않는다.

라미레스와 보스턴의 파경에서 먼저 원인을 제공한 쪽은 보스턴이다. 언제나 그렇듯, 라미레스는 '매니 빙 매니'다. 하지만 2003년에 부임한 테오 엡스타인이 라미레스에 대해 강경자세를 취하면서 라미레스는 전혀 다른 환경을 맞이해야 했다. 또한 엡스타인은 계속해서 라미레스에게 상처를 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해 라미레스가 보스턴에서 탈출하기 위해 보여준 모습들(고의 결장, 고의 삼진, 동료와 싸움, 구단 직원 폭행)은 분명 도가 지나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차이는 반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로드리게스는 텍사스 시절 지나친 승부욕으로 동료 선수들의 반감을 샀으며, 양키스의 클럽하우스에서 목소리를 내려다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지나치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중압감으로도 작용한다. 반면 라미레스에게서는 '진다고 하늘이 무너지랴'는 여유가 느껴진다. 이는 팀이 최악의 분위기였을 때 그린몬스터 스코어보드 방으로 들어가는 돌충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포스트시즌처럼 상대투수가 아닌 중압감과 싸워야하는 상황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로드리게스는 타율-출루율-장타율-OPS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표에서 라미레스는 넘어서는 역사적인 성적으로 은퇴할 것이다. 명예의 전당 득표율도 더 높을 것이다. 하지만 훗날 선수 생활을 되돌아보라고 하면,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쪽은 라미레스일지도 모른다.

*억지로 결론을 내자면 정규시즌은 로드리게스, 포스트시즌은 라미레스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걱정된다면 로드리게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면 라미레스를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비위를 맞춰줄 자신이 없다면, 라미레스는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낫다. 맥이 빠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