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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무시나는 300승, 3000K,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반지의 꿈을 모두 포기했다. 올해 무시나는 데뷔 18 years 만에 처음으로 20승을 달성했다. 20승 이상을 올리고 은퇴한 선수는 역대 5번째이며 샌디 코팩스 이후 처음이다. 코팩스는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었지만 무시나는 아니다. 그야말로 전격적인 은퇴 결정이다.

그렇다면 무시나는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을까. 무시나는 270승-2813K를 기록했다. 흔히 선발투수의 기준은 300승-3000K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자 투표를 통해 입성한 선발투수 30명 중 이 기준을 만족시킨 선수는 7명에 불과하다. 300승을 달성한 선수도 13명뿐이다. 디지 딘(150승) 샌디 코팩스(165승) 대지 밴스(197승) 밥 레먼(207승)을 비롯해 절반에 해당되는 14명이 무시나보다 적은 승수를 기록했다(평균 285승). 승수로 따지면 무시나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명예의 전당 입성 기준은 크게 <얼마나 오랫동안 활약했는가>와 <얼마나 위력적이었나> 2가지다. 레너드 코페트는 이를 <현역시절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자기 포지션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활약했는가>로 정리했다.

월터 존슨은 '오랫동안' '위력적'이었다. 코팩스는 165승과 12년 활약에 그쳤지만 마지막 4년간 보여준 모습(사이영상 3개, 트리플 크라운 3회, 리그 MVP 1회, WS MVP 2회)은 그야말로 '위력적'이었다. 12년간 150승을 올리고 은퇴한 디지 딘도 비록 짧았지만 '시대의 지배자'였다. 반면 돈 서튼은 평생 따낸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타이틀이 1개에 불과하고 사이영상도 받지 못했다(3위 1번). 하지만 그는 무려 23년이나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324승-3574K를 적립했다.

1991년 이후에 입성한 퍼기 젠킨스(284) 게일로드 페리(314) 톰 시버(311) 스티브 칼튼(329) 필 니크로(318) 돈 서튼(324) 놀란 라이언(324) 7명에는 300승 달성자가 6명이나 된다. 가장 최근에 무시나와 가장 비슷한 승수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투수는 '볼티모어 선배' 짐 파머(1990년 입성)다.

파머　 : 19년 268승152패(.638) 2.86(조정 126) 3948이닝 2212삼진
무시나 : 18years 270승153패(.638) 3.68(조정 123) 3563이닝 2813삼진

파머는 300승도 3000K도 달성하지 못했지만 첫번째 투표에서 들어갔다. 입성 동기인 '위대한 2루수' 조 모건(82%)보다 무려 10% 이상 높은 득표율(93%)이었다. 무시나의 승수-승률-조정 평균자책점은 파머와 거의 같다. 탈삼진은 오히려 앞선다. 하지만 큰 차이가 하나 있다. 파머는 1970년부터 1978년까지 9년간 8번의 20승을 따내며 그야말로 리그를 초토화했다. 사이영상도 3개나 거머쥐었다. 무시나는 17년 연속 10승이라는 꾸준함을 뽐냈지만 그가 위력적이었던 해는 사이영 투표 2위에 오른 1999년이 유일하다(타이틀은 다승 1회).

헌터　　　 : 15년 224승166패(.574) 3.26(조정 104) 3449이닝 2012삼진
블라일레븐 : 22년 287승250패(.534) 3.31(조정 118) 4970이닝 3701삼진

버트 블라일레븐은 캣피시 헌터보다 7년을 더 뛰었고 63승-1521이닝-1689삼진을 더 기록했다. 하지만 블라일레븐은 올 1월에 11번째 미역국을 마셨다. 다행히 전년도 대비 무려 14.2%나 상승한 61.9%의 득표율을 얻어(입성 기준 75%) 15번의 기회를 다 쓰기 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혹독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반면 헌터는 어렵지 않게 3번째 도전에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이는 헌터가 1971년부터 1975년까지 5년간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로 활약한 반면, 블라일레븐은 한 번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라일레븐과의 비교에서 무시나가 내세울 것은 승률밖에 없다. 그것도 블라일레븐이 선수 생활 내내 지독한 불운과 싸운 반면, 무시나는 볼티모어에서의 마지막 해인 2000년(11승15패 3.79)을 제외하면 크게 억울한 시즌은 없었다. 일단 무시나는 명예의 전당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블라일레븐과 같은 어려운 과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이버 매트리션들은 명예의 전당에도 통계적으로 접근했다. 이들이 만든 지표 4가지는 다음과 같다.

*블랙 잉크(리그 1위시 점수 부여) :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4점, 이닝-승률-세이브 3점, 완투-9이닝당 볼넷-9이닝당 피안타 2점, 출장-선발-완봉 1점(명예의 전당 선수 평균 40점)

*그레이 잉크(리그 10위 이내시 점수 부여) :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4점, 이닝-승률-세이브 3점, 완투-9이닝당 볼넷-9이닝당 피안타 2점, 출장-선발-완봉 1점(명예의 전당 선수 평균 185점)

*HOF 스탠다드 : 50점-명예의 전당 선수 평균, 100점-만점 (크리스티 매튜슨 84, 월터 존슨-사이 영 82) 

*HOF 모니터 : 100점-명예의 전당 가능성 높음, 130-확정적

블랙 잉크는 각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을 경우 점수를 주는 반면, 그레이 잉크는 10위 이내에 들면 점수를 준다. 즉 블랙 잉크는 '위력' 그레이 잉크는 '꾸준함'을 나타낸다. 무시나도 그레이 잉크에서는 244점으로 명예의 전당 선수 평균인 185점을 크게 넘는 반면, 블랙 잉크에서는 15점으로 입성자 평균인 40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계산이 좀더 복잡한 HOF 스탠다드와 HOF 모니터에서 무시나는 54점과 121점으로 입성자 평균인 50점과 '가능성 높음' 100점을 넘어선다(블라일레븐 블랙-16, 그레이-237, 스탠다드-50, 모니터-121).

따라서 무시나가 명예의 전당 기준에서 모자란 것은 '위력'뿐이며, 이를 위해 10번에 가까운 투표 기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은퇴를 번복하지 않는다면, 무시나에 대한 첫번째 투표는 2014년에 이뤄진다. 한편 명예의 전당을 기대해볼 수 있는 현역 투수들의 4가지 지표 점수는 다음과 같다.

김형준 generl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