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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훈기 기자님 네이버글이네요...
 
 

한국 시간 28일, 월드시리즈 5차전이 열리기 3시간 반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조 매든 레이스 감독에게 오늘의 우익수는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레이스는 PS 들어 게이브 그로스와 벤 조브리스트, 페르난도 페레스, 그리고 로코 발델리 등 4명의 우익수를 번갈아 기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발델리를 내보내고 싶다.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발휘될 것 같다.’-매든 감독은 그냥 간단하게, 평범하게 답을 하는 일이 없습니다.

특별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사실 로코 발델리는 이미 너무도 특별한 일은 이뤄내고 있습니다. 그가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기적일지도 모르니까요.

올 봄까지도 야구는 물론 생존도 불투명하던 발델리가 재기에 성공, WS 2차전에서 2루에 진루한 모습입니다. 무릎을 꿇은 것이 상징적입니다.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로코 발델리.
-1981년 9월25일 생.
-미국 동북부의 작은 주 로드아일랜드의 운소켓 출신의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자손.
-2004년 로드아일랜드 주 이탈리안-아메리칸 명예의 전당에 들어감.
-비숍헨드릭슨 고교 시절 4.25 평점에 물리학은 학생들을 지도했을 정도.
-야구, 농구, 배구 스타로 2000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탬파베이에 뽑힘.
-프린스턴 대학과 웨이크포리스트 대학 장학금 포기.
-2003년 빅리그 데뷔, 2할8푼9리에 11홈런, 78타점, 89득점, 27도루 기록.
-2004년 2할8푼, 16홈런, 74득점, 79타점, 17도루에 빅리그 중견수 중 ‘레인지 팩터’ 1위(3.03)
*여기까지가 수퍼 스타의 길로 치닫던 발델리의 야구 인생 전반기 이력서입니다.* 

발렐리가 야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전설’ 조 디미지오를 연상했습니다.
발군의 운동 신경과 똑같은 중견수에 등번호도 5번으로 같았고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것마저 똑같았습니다. 오히려 스피드는 발델리가 훨씬 빨랐습니다.
타석을 벗어나 1루까지 달리는 발델리의 스피드는 이치로를 능가한다는 비공인 기록(?)도 나왔습니다. 참고로 발델리는 오른손 타자입니다.

그러나 2005년 시즌에 앞서 형과 농구를 하다가 오른쪽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시작으로 발델리의 야구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무릎이 나을 무렵 재활 운동 중에 팔꿈치를 다쳤고, 결국 토미존 수술을 했습니다. 1년 반 만에 돌아온 2006년 후반기에만 3할2리, 16홈런 57타점에 10도루를 기록, 천재성을 과시했지만 그의 고난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007 스프링 캠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또 고생한 발델리는 시즌 초반 35게임을 뛴 후에 다시 부상자 명단(DL)에 올랐습니다. 마이너에서 재활 경기를 치르다가 부상은 더 악화됐습니다. 

결국 현역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2007년을 보낸 발델리는 몸에 이상을 느껴 몇 차례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왜 그렇게 근육에 힘이 없는지, 무엇 때문에 조금만 운동을 해도 곧 지치고 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의사들도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5툴’을 지닌 천재적인 플레이어였던 그를 덮친 무력감은 부상이나 이상 증상보다 더욱 발델리의 의지를 꺾어 놓았습니다.
올 3월의 스프링 캠프 중 경기에 뛸 수 없는 지경이 된 발델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미스테리 증상을 치유하기 위해 다시 DL에 간다고 발표했습니다. 은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원인도 알 수 없는 무력증에 시달리는 그의 재기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해 보였습니다.

또 다시 정밀 검사가 반복됐고 결국 나온 병명은 ‘Mitochondrial myopathy.’

의학 쪽으로 문외한이라 영어 사전과 백과사전을 찾아봐도 정확한 한국어 병명도, 그리고 증상도 명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약학 박사에게 물었더니 ‘마이토코드리아’라는 것은 적혈구를 제외한 모든 세포의 DNA 존재하는 것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활력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이것이 이상을 일으킬 경우 몸의 여러 부분들, 뇌와 심장과 간과 콩팥 등이 모두 이상을 일으키거나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장 큰 증상은 급격히 피로해지고 회복이 잘 안된다고 합니다.

크게 보면 일종의 근육 무력증 같습니다. 지난 3월에도 발델리는 타격 훈련이나 달리기, 심지어는 동료들과 캐치볼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조금만 운동을 해도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ALCS 3차전에서의 결승 3점 홈런은 펜웨이파크의 가족 친지들 앞에서 터뜨려 더욱 극적이었습니다.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레이스 트레이너 론 포터필드는 경기를 준비하던 작년 여름의 어느 날,  오후 4시쯤에 받은 전화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베로비치의 싱글A에서 재활 경기를 치르던 발델리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발델리는 울먹이며 “뭔가 크게 잘못됐어요. 다리가 너무 아파서 타석에서 발로 땅을 팔 수도 없어요.”라고 호소했습니다.
로터필드 트레이너는 ‘그 친구는 통증 정도가 아니라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고 했습니다. 빅리그의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던 26살 청년은 야구뿐 아니라 생을 포기해야할 지도 모르는 위기에 빠진 것입니다.

몇 개월간의 검사와 검사를 거듭한 끝에 병명과 원인을 찾아냈지만 아직 이 병에 대한 완치 방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가 빅리그로 복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아니 그 누구도 거의 기대를 걸지 못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올 해초에 ‘탬파베이가 PS에 가는 것에 돈을 걸래, 아니면 발델리가  그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것에 돈을 걸래?’하고 물었다면 대부분이 ‘암만 그래도 발델리의 복귀보다는 만년 꼴찌 레이스의 PS 진출 확률이 높다’고 했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발델리는 매일 치료를 받고 비타민 등 필요한 약과 식품들을 섭취하고 그리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재기를 노렸습니다. 
발델리는 ‘내 첫 번째 목표는 운동장에 나가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배팅 연습에 참가하는 것이었다.’고 회상합니다. “그러나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내 야구 생애는 거의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배팅 연습 때도 공을 쳐낼 수 없다면 빅리그에서 어떻게 뛸 수 있다는 말인가.”

당시 레이스의 시니어 어드바이저인 단 짐머씨는 당시 발델리의 상태에 대해 지역 신문과 인터뷰에서 “처음 이 팀에 왔을 때 난 그저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위대한 슈퍼스타를 발견했다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불행한 일이 발생하다니”라며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발델리 본인은 물론이고 주위에서는 그의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그러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한 발델리는 지난 5월30일 익스텐디드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게임을 뛰기 시작했고, 6월 중순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8월11일 로코는 현역으로 복귀해 시애틀 마리너스전에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습니다. 그리고 5회가 끝나고 교체되기 전에 적시타와 다이빙 캐치로 변함없는 재능과 열정을 과시했습니다.
2007년 5월16일에 마지막으로 빅리그 경기에 뛴 후 1년 3개월만에 불가능을 뛰어넘어 다시 메이저리그의 녹색 잔디를 밟은 것입니다.

그날 레이스는 11-3으로 대승했습니다.
그리고 그 승리는 레이스 팀 역사상 한 시즌 최다승인 71번째 승리였습니다. 마술의 2008년 시즌을 이뤄가고 있던 레이스, 그리고 바로 그 71승째 경기에 불가능을 뛰어넘은 우익수 발델리가 선발 출장했다는 것을 기연이하고 해야 할지 숙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복귀 후에 발델리는 28게임을 뛰었습니다.
주로 지명 타자와 대타, 또 가끔씩 외야수로 기용됐습니다. 2할6푼3리에 4홈런 13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아직은 두 경기를 연속으로 뛰기가 벅차고 때론 한 경기를 풀로 뛰는 것이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든 감독은 포스트 시즌 로스터를 구상하면서 고민하지 않고 발델리를 25명에 포함시켰습니다. 매든은 “누군가가 로코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내 역할은 내가 직접 할 수도 있다.”고 농담을 했지만 ‘발델리의 작은 기적’이 레이스 팀에게 얼마큼 큰 자극과 힘이 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발델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ALCS 3차전에서 인근 로드아일랜드에서 온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결승 3점포를 터뜨렸습니다. 그가 운동장을 돌면서 계속 두리번거린 것은 선수석의 가족들을 찾아 손을 흔들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발델리는 레드삭스와 최종 7차전에서 다시 스타팅 멤버로 출전해 상대 에이스 레스터를 상대로 결승 안타를 터뜨렸습니다. 그 전까지 발델리는 레스터에게 6타수 무안타 5삼진으로 꼼짝도 못했지만 그 순간만은 지구상 최고의 타자였습니다.

팀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앤디 소낸스타인 투수는 “이 친구가 올 해 걸어온 길은 아마 스포츠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가장 극적이고 가장 덜 알려진 휴먼스토리일 것이다.”라며 자기 일처럼 발델리의 재기를 기뻐했습니다.
레이스의 선수들이나 직원들 모두 똑같은 마음입니다.

이제 40여분이 지나면 WS 5차전이 시작될 필라델피아는 아주 춥습니다. 폭우와 강풍이 불던 3차전보다 기온은 더 떨어졌고, 지금은 가랑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밤 최저 기온은 섭씨 3도까지 떨어진다고 하고 현재 체감 온도는 5도 정도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람이 강해져 현재 시속 20km 정도의 강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외야수들에겐 최악의 조건입니다.
몸도 정상이 아닌 발델리는 아마 매든 감독이 바라는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늘 월드시리즈 5차전에 우익수로 출전한다는 것만으로도 로코 발델리는 이미 너무 특별한 것을 이뤘고,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생의 소중함에 대한 가치와 의지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아..발델리 ㅡㅡ 짠하네요...그나저나 매든은 정말 로맨티스트매니저 같다는.ㅋㅋ
결혼식올린다는데 결혼생활도 행복할듯.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