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커브
- 작성일
- 13-02-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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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적고 싶은데 그렇게 되려나 모르겠네요.
일단 첨부된 사진은 왼쪽이 스카이라인 국내공입니다. 프로야구 공인구는 아마 현재는 맥스일건데 크게 다르지않아요.
오른쪽은 물론 롤링스 공인구.
딱봐도 실밥 두께부터가 다릅니다. 공 가장자리를 더 보면, 롤링스는 실밥이 공 안으로 박히는 느낌이고, 국내 공은 밖으로 도드라져있죠. 만져보면 더 달라요. 게다가 가죽 느낌마저도 다릅니다. 왼쪽 공은 쫀쫀하고, 오른쪽은 부드럽습니다. 그런 느낌이 투수에게 미끌거린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거죠.
이런 공의 특징은 패스트볼의 무브먼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제구에는 크게 영향이 없습니다.
류현진에게 생긴 문제는 커브의 제구입니다. 류현진은 종슬라이더를 던지죠. 종슬라이더와 횡슬라이더 구분은 보통 릴리스하기 전 손목의 각도로 결정됩니다. 종슬라이더의 경우는 커브와 아주 비슷해요.
다른게 있다면 커브는 머리 뒤에서부터 손목을 고정시켜나오고, 슬라이더는 던질때 틀어준다는 거 정도? 두 구질의 본질이 비슷하다보니 중간 구질인 슬러브라는 말도 생기고 그러는거죠.
이 사진에서 위에서 아래로,
써체, 슬라이더, 커브, 포심입니다.
커브를 실밥에 걸어던진다는 거 알수 있죠. 김광현의 데뷔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김광현의 제 1구질은 커브였다는 걸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걸 김광현은 슬라이더라고 했죠. 자기는 느린 슬라이더와 빠른 슬라이더를 던진다고
전 류현진의 커브는 그런 맥락에서 느린 슬라이더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류현진의 손도 작은 편이고 실밥도 도드라지지 않다보니 공이 손가락에 잘 걸리지 않고 그게 제구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국내에서도 류현진의 커브는 지속성(constancy)이 나쁜 구질이었습니다. 체인지업이나 직구의 커맨드가 꾸준히 좋았고 안쪽과 바깥쪽에서 모두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했던 반면, 커브는 좌우 안따지고 낮은 스트라잌 존이나 더 밑만을 공략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구가 들쭉날쭉했죠. 그래서 결국 4구질로 밀린거구요.
슬라이더는 아직 봉인한 상태에서 커브의 제구에 계속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공이 미끄럽다는 얘기를 계속 했는데 직구 제구는 칭찬을 받은 걸로 봐서 이 커브가 문제인 겁니다. 그리고, 오늘 샌디 쿠팩스가 그립을 전수하기에 이르죠. 이거 외국에서도 관심있게 다뤄지고 있는 모양이에요.
"류현진은 한국 최고의 투수이자 베테랑이라, 아무나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쿠팩스는 아무나가 아니지. 그리고 류현진은 꺼리지 않는 모습이다. 류현진은 언제나 최고로부터 배우는 걸 좋아했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기사가 났어요. 기사를 쓴건 이제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거닉"씨. 다저스 전담기잔데 류현진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하여간, 쿠팩스가 지적한 부분이 무척 재밌는데요. 그립지적은 자기가 하던거 가르쳐줬을테고요. 더 흥미로운 건 공을 더 깊게 잡으라는거죠. 전 이 지적이 지금까지 류현진이 십년을 던져왔지만 놓치고 있던 하드 커브의 본질이자 보통의 슬라이더와 가장 큰 차이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드커브는 손가락 장난하는 구질이 아닌거죠.
사진을 보면, 손가락 끝을 실밥에 걸쳐서 던지는 순간 긁는 식이 아니죠. 실밥에 평행하듯이 걸쳐서 공을 잡는 형식입니다. 그립이 다르다는 걸 지적하기 보단, 커브를 던지기 위해 손가락 끝을 실밥에 꼭 걸어야 하는 걸 아니라는 걸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 글에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재밌는 사진 보여드릴께요
선동렬의 슬라이더입니다. 샌디쿠팩스의 커브와 그립이 비슷합니다. 선동열은 그런 슬라이더를 샌디쿠팩스가 말한것처럼 손바닥에 공간을 거의 남기지 않고 깊숙히 잡고 던집니다. 삼성 감독시절에 선동렬이 자기가 슬라이더 그립 잡는 아귀 힘이 엄청나다고 자랑할 때 찍은 사진입니다.ㅋㅋㅋㅋ
공을 꽉 잡고 안놔주듯이 던지는 거로 손가락 장난은 치지 않습니다. 좀 특이하죠. 일반적인 슬라이더가 아닙니다. 그래서 종슬라이더가 있느니 없느니 별 논란이 다 생기는거죠.
류현진이 꼭 그립을 쿠팩스처럼 하지 않더라도, 공을 좀더 깊숙히 잡고 던지라는 쿠팩스의 조언을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말해왔듯이 슬라이더와 커브는 비슷한듯 비슷하지 않은 구질입니다. 그래서인지 슬라이더와 커브를 둘다 동시에 잘던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개념에 충돌이 오거나, 둘의 특징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현상 아닐까요?
물론 류현진의 손이 작은 편이라 저런 쿠팩스 식의 커브그립이 공이 쉽게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줄지도 모르겠어요. 어느게 자신에게 맞느냐는 전문가인 류현진의 몫이고.
다행히, 쿠팩스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둘다 아주아주 잘던졌던 레전드이며, 커쇼도 그렇죠. 커쇼 역시 두 구질을 아주아주 잘던집니다. 그런 둘에게서 좀 제대로 두 구질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럼 좌타자 상대하기가 아주 편해질 거고,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투수로 안착할 겁니다.
근데 이 녀석, 저 조언을 귀담아 들었을런지 모르겠어요. 요즘 하는 짓 보면 -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