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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4일은 차례 지내고 세배하는 데에는 꽤 긴 시간이다. 이 참에 2주 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메이저리그를 미리 살펴보면 어떨까. 류현진이 뛰는 LA 다저스 선수들은 이제 국내 팬들에게도 충분히 익숙해졌지만 추신수가 새로 뛸 텍사스 레인저스는 아직 덜 익숙하다. 박찬호가 뛰었던 2000년대 중반과 비교면 선수들이 확 바뀌었다. 워낙 출신들이 다양해 ‘다국적군’이라고도 불린다. 1번 좌익수 추신수와 함께 텍사스 타선을 이룰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2번 엘비스 앤드루스(26·유격수·베네수엘라)

2007년 마크 테셰이라와 함께 애틀랜타에서 텍사스로 트레이드됐다. 전통적으로 명 유격수를 배출한 베네수엘라 출신 유격수다. 비교적 많았던 실책 수도 해가 거듭될수록 줄어들고 있다. 리그에서 작전수행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라 추신수를 잘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6시즌 중 3번이나 리그 최다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연평균 33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발도 빨라 병살을 잘 당하지 않는다. 텍사스는 지난해 4월 앤드루스와 2015년부터 시작되는 8년·1억2000만달러의 대형 계약을 했다.

■3번 프린스 필더(30·1루수·미국)

이름 프린스는 한글로 왕자. 목덜미에 한글로 ‘왕자’라는 문신을 새겨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홈런왕을 2번이나 차지했던 세실 필더의 아들이다. 아버지 세실 필더가 도박 문제로 파산하는 등 사생활이 좋지 않아 아버지와는 연을 끊었다가 최근 관계를 회복했다. 아버지와 흡사한 거포 스타일의 타자다. 2007년 이후 7시즌 동안 30홈런-100타점을 6번이나 달성했다. 타점 생산 능력이 뛰어나 추신수의 득점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몸무게 조절을 위해 채식주의를 선언했다가 최근에는 고기를 조금씩 먹는 식단으로 바꿨다.

■4번 애드리안 벨트레(35·3루수·도미니카공화국)

1990년대 후반 LA 다저스에서 박찬호와 함께 뛰었던 선수라 국내 팬들에게 낯설지 않다. 통산 4차례 3루수 골드글러브를 받았을 정도로 메이저리그 최상급 3루 수비를 선보인다. 2005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시애틀로 이적한 뒤 타율이 뚝 떨어져 ‘먹튀’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2010년 보스턴으로 이적한 뒤 3할2푼1리로 부활했다. 데뷔 후 한 시즌을 빼고는 꾸준히 두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최근 3시즌 동안은 꾸준히 30홈런을 이상을 기록했다. 홀로 지키던 텍사스 중심타선에 필더가 가세해 부담이 줄어들었다.

■5번 알렉스 리오스(33·우익수·미국)

1999년 토론토 1라운드 지명을 받을 때만 해도 최고 수준의 능력을 지닌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교육리그에서 함께 뛴 경험이 있는 SK 김강민은 리오스에 대해 “평범한 타구라고 생각하고 글러브를 댔는데 타구의 힘이 너무 좋아 글러브가 벗겨졌다. 괴물이다”라고 떠올렸다. 하지만 2009시즌 이후 타율이 2할대 중반으로 뚝 떨어지며 침체기를 겪다가 2012년 3할4리로 회복했다. 지난 시즌 후반 텍사스로 트레이드됐다. 우익수 외 다른 포지션으로 가면 수비 실력이 뚝 떨어져서 그 대신 추신수가 좌익수로 들어가게 됐다.

■6번 미치 모어랜드(29·지명타자·미국)

2007년 드래프트에서 17라운드에 텍사스에 지명됐다. 2010년 7월29일 오클랜드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2011시즌 16홈런, 2012시즌 15홈런을 때렸고, 지난 시즌 23홈런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삼진 117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 45개를 얻은 전형적인 거포 스타일이다. 1루 수비는 필더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필더와 1루수·지명타자를 번갈아가며 나올 가능성이 높다.

■7번 주릭슨 프로파(21·2루수·큐라소)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큐라소 섬 출신이다.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네덜란드 대표로 나서 한국과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유망주 랭킹 1위에 오르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1순위로 꼽혔지만 텍사스 내야진의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아 85경기에서 2할3푼4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텍사스는 프로파를 위해 주전 2루수 이안 킨슬러를 필더와 트레이드했다. 발은 빠르지 않지만 파워가 넘친다. 매 시즌 20홈런 이상이 기대되는 선수다. 출전기회가 보장되는 올시즌 프로파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8번 지오바니 소토(31·포수·푸에르토리코)

시카고 컵스와 2001년 계약한 뒤 마이너리그 생활이 길었다. 2005년 데뷔했지만 출전 경기 수가 많지 않았고 2008년 첫 풀타임 시즌에서 존재감을 뚜렷하게 알렸다. 23홈런을 때렸고, 올스타전에 참가한 것은 물론 그해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2012시즌 중반 텍사스로 트레이드됐고, 지난해까지 A J 피어진스키의 백업 포수로 뛰었다. 54경기만 뛰었어도 장타율(0.466)이 만만치 않았다. 올 시즌에는 텍사스의 주전 포수가 된다.

■9번 레오니스 마틴(26·중견수·쿠바)

LA 다저스 야시엘 푸이그보다 먼저 쿠바를 탈출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선수다. 2012시즌 24경기만 뛰었지만 지난 시즌 풀타임을 뛰면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푸이그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발도 빨라서 지난 시즌 36도루로 리그 5위에 올랐다. 출루율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지만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경기 후반 누상에 살아나갔을 때 1번 추신수를 편하게 해 줄 수 있다. 쿠바 탈출 당시 마틴을 협박했던 브로커 일당이 지난해 12월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