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없이 편안했다…류현진 ‘침대야구’
- 작성일
- 14-03-23 21:33
류현진(27·LA 다저스)이 2014시즌 메이저리그 첫 등판에서 ‘침대 야구’의 정수를 보여줬다.
중동 팀들이 보여주는 ‘침대 축구’는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툭하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걸 가리키는 부정적인 말이다.
하지만 류현진의 ‘침대 야구’는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 침대에 누워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편안한 야구’다. 류현진은 동료 내야수가 병살 타구를 놓치고 실책을 저질러도 끄떡없이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편안한 상황을 만들었다. ‘미스터 컴퍼터블(Comfortable)’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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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다저스 류현진 사진|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침대 야구’의 진수는 4회말 수비 때 나왔다. ‘천적’으로 꼽히는 애리조나 3번 폴 골드슈미트의 평범한 내야수 직선 타구를 2루수 디 고든이 놓쳤다. 또 1사 뒤 5번 미구엘 몬테로의 타구는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성 타구였는데 이번에는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와 2루수 고든의 호흡이 맞지 않으며 주자 2명을 모두 살려주는 플레이가 이어졌다.
류현진은 그래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보여줬다. 6번 마크 트럼보를 상대로 바깥쪽 체인지업과 빠른 패스트볼을 효과적으로 섞어 뜬공 처리했고, 7번 헤라르도 파라에게는 과감한 몸쪽 승부를 걸며 좌타자를 상대로 잘 사용하지 않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삼아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손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최고구속이 148㎞로 빠르지 않았지만 공 끝에 힘이 있었다”며 “좌타자 상대로 과감한 몸쪽 승부와 체인지업 승부 등을 펼치며 전체적으로 다양한 볼배합을 했다. 상대 타자에게 류현진에 대한 올 시즌 계산을 모두 다시 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6-0으로 앞선 6회말 수비 때 크리스 위드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투구수는 87개였다.
류현진은 시즌 첫 등판에서 ‘1회 징크스’와 ‘낮경기 징크스’를 모두 떨쳐냈다. 골드슈미트에게 내준 안타 1개도 1루수 애드리안 곤살레스의 실책에 가까웠다. 외신들은 일제히 “류현진이 2년차 징크스 우려를 날리는 호투를 했다”고 전했다. 모든 걱정을 한꺼번에 털어낸 완벽한 첫 단추이자 올 시즌의 ‘편안함’을 예고하는 성공적 등판이었다.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류현진 등 2명의 선발 투수가 11이닝 동안 1점만 내주는 호투 속에 애리조나에 2연승을 거뒀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커쇼와 류현진이 매우 좋았다”면서도 “류현진이 강판한 이후 4이닝을 막기 위해 7명의 투수가 나온 것은 좋지 않았다”며 2차전 불펜 난조를 지적했다.
3회 주루 도중 3루에서 급하게 멈춘 장면, 5회 투구 도중 디딤발이 흔들리며 넘어지는 장면 등에서 발목 부상이 우려됐지만 류현진은 발목이 아닌 발가락에 미세한 통증이 있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은 “3회 3루 돌다 멈추면서 발가락을 다쳤는데, 괜찮다. 시간도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다음 등판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28일부터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 3연전을 치르고 31일 샌디에이고와 다시 정규시즌 경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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