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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부터 달감독은 4번 김현수, 5번 김동주, 6번 최준석으로 타선을 짜겠다고 공언했었고, 저를 비롯한 많은 팬들이 왜 이렇게 하나씩 타순을 미뤄야 했는지 많은 의문이 갔습니다. SK전 3경기를 보다 보니 이 타선 배치는 김현수와 김동주를 위한 것이 아닌 이성열을 위한 타선인 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걸 좀 설명해볼까 합니다.

김경문 감독이 야구를 하는 것 보면 대단히 세심하게 타선을 구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팀 감독님도 그렇겠지만, 제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팀은 두산인지라 김경문 감독의 세심함만을 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달감독은 대단히 세심한 사람이라는 걸 그간의 여러 일들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최근 예가 이현승을 넥센전에 기용하지 않은 건데요, 시범경기에서 이현승이 등판할 차례를 미뤄가며 넥센전에 기용하지 않았고, 시즌 들어와서 로테이션도 이현승을 기아전에 기용하면서 넥센을 비켜갔습니다. 물론 다음 넥센과 만날때 로테이션이 걸리면 이현승이 등판하겠지요. 미디어데이때도 한화와 넥센을 지목하며 2약이라고 했는데, 이순철 해설위원의 말로는 이것이 구단관계자들 들으라고 한 것이었다고 하네요. 그 정도 선수 구성가지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구단관계자"에게 말하고 지원을 더 할 것을 넌지시 말하는 수법이라고 합니다. 물론 해석의 여지는 다양하고, 제가 달 감독을 대단히 우호적으로 보기에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타선도 보면 달감독의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입니다. 특히 이성열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조금 있다 얘기로 하고 일단 왜 이성열에 달감독이 집착을 하는지부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달감독은 원래 뻥야구를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처음 감독자리를 맡았을 때 거포 포텐이 있던 이승준과 유재웅, 강봉규, 정원석을 중용하면서 장타력을 가진 팀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게 잘안되었고, 결국 이승준을 내주고 최준석을 받아오고, 강봉규를 내주고 강동우를 받아왔습니다. 강동우를 받아온 것은 중대한 변화였습니다.

당시 장타력이 좋은 선수 대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가 전상렬, 이종욱, 고영민과 같은 발빠른 선수였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강동우, 오재원, 민병헌, 임재철 같은 선수를 잇따라 영입하고 중용하여 팀을 육상부로 만들었습니다. 성적을 위해서는 팀의 선수 구성에 따라 자기 스타일을 죽였던 거라 봅니다.

그러다 김현수가 등장하고, 이 넘이 장타력까지 갖추고, 최준석이 물이 오르기 시작하자 달감독은 자기가 바라던 뻥야구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이보다 먼저 달감독은 뻥야구 로망을 준비했는데 2008년 아끼던 이재영과 김용의를 내주고 이성열을 받아온 겁니다. 이때 최승환은 팀 사정때문에 그랬지만, 이성열은 달감독의 로망때문에 받아온 겁니다. 이성열의 스윙과 거기서 나오는 장타는 정말 유혹당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하지만 어느 이유에선가 이성열의 성적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달감독은 이성열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부담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담감을 줄이고자 오랬동안 기용을 하여 압박감을 덜어주기로 했지요. 이에따라 트레이드 직후 2008년 순위 경쟁이 한창인데 이성열을 한달간 붙박이 주전 우익수로 기용합니다.

그렇지만 같은 전략을 썼던 김현수와 다르게 성적이 시원찮았고, 2009년에  임재철과 정수빈의 활약이 좋자 이성열은 2군에서 오랜 기간 머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달감독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이성열이 성장을 못하니 2009시즌이 끝나고 이성열의 포지션을 바꾸게 합니다. 수비 부담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기고 원포지션이었던 포수로 바꾼 겁니다. 사실상 이건 지명타자로 쓰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말이긴 합니다. 3년간 포수를 쉬었는데 다시 포수를 보는 건 3년간 투수 쉬었는데 다시 던지란 말과 비슷하니까요. 그렇지만 포지션을 주기는 했으니 타격에만 절망적으로 매달리지는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 이성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 겁니다.

올해 2010년 이성열은 3번 지명타자로 기용됩니다. 초반 3경기에서 2할대 초반의 빈타를 쳤지만 SK전에서 계속 3번에 기용을 한 것지요. 달감독이 3번에 기용한 것은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 이성열이 타격을 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현재 두산의 타선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종욱-고영민-이성열-김현수-김동주-최준석-유재웅-양의지-손시헌

이성열 앞에는 발빠르고 출루능력이 좋은 이종욱과 좋았'던' 고영민이 배치되어 있고 뒤에는 김현수-김동주-최준석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앞에 있는 타자들 보다 뒤에 있는 타자를 주목해야 하는데, 뒤에 있는 타자가 한국 최고의 좌우타자들입니다. 그러니 투수들은 이성열을 상대로 정면승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성열을 처리하려 쉽사리 볼로 유인구를 던지지 못합니다. 만약 이성열을 볼넷으로 내보내면 그 뒤에는 김현수와 김동주가 버티고 서 있으니 이성열에게는 최대한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지요. 변화구 유인구에 약했던 이성열로서는 좋은 상황이 온 겁니다.

그리고 이성열 입장에서는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뒤에서 김현수와 김동주가 해결해주기 때문에 자신은 최대한 살아나서 연결해주면 되는 것이고 거기서 꼭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은 안해도 되는 상황이 되죠. 그러니 마음의 압박이 덜해집니다.

여기에 덧붙여 달감독이 한달간은 이성열이 못해도 계속 3번에 기용하겠다고 이성열 자신에게도 직접 말하고, 언론에다가도 백날 약속하고 있으니 이성열 입장에서는 성적에 대한 압박도 덜느끼게 됩니다.

이로써 달감독은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 이성열이 타격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3번 타자게 집어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심함 뒤에는 달감독 본인이 추구하는 뻥야구를 이루고 말겠다는 집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