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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깔끔히 1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로써 2승 째. 어제, 오늘 경기 모두 선발 무게가 두산이 가벼웠던 관계로 1승 1패만 해도 좋다라는 심정이었습니다.

특히 오늘 선발 세데뇨에게는 전혀, 아무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있었어요. 사실 제가 의심이 많은 관계로 세데뇨는 위장선발일거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시즌 중반 진야곱을 위장 선발 비슷하게 내서, 2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김명제가 이어던져 선발에 준하는 이닝을 던지고 승리를 따냈던 기억이 생각나더군요.

제 생각은 1/4 정도만 맞았습니다. 맞은 것은 달감독 또한 세데뇨가 긴 이닝을 먹어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음 투수들을 계속 준비시키더군요. 위기 상황이 오면 바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갖으셨으리라 봅니다. 이건 PO에서라면 누구라도 그리 생각하였겠지요.

요 것 빼고는 다 틀렸습니다. 세데뇨의 제구가 그리 좋으리라고는, 바깥쪽 커브와 낮게 깔리는 직구가 대단히 좋더군요. SK타자들이 감각을 못찾은 탓도 있겠지만 세데뇨의 구위가 상당했습니다. 재계약이 걸려서 그런지... 입단했을때는 "투수도 아니다"라는 말이 딱 맞았는데 지금은 마치 이혜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틀린 것은 이것 뿐이 아니었습니다. 짧은 이닝을 세데뇨가 던지고 홍상삼이 바로 나와 긴 이닝을 책임져 줄 것 같았는데, 달감독은 홍상삼에게 최대한 휴식을 주기 위해 홍상삼을 쓸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달감독은 홍상삼이 롯데전에서 타구를 맞았기에 최대한 휴식을 주어 가장 좋은 몸상태를 만들어 등판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홍상삼의 몸상태를 생각하지 않았었네요.

또 다른 예측의 착오는 달감독의 뚝심입니다. 달감독이 투수를 계속 준비시키긴 했지만, 좋은 분위기를 탄 세네뇨를 5회에 강판안시켰습니다. 5회 2사후에 연타를 맞은 상황, 2사 12루 상황에서 세데뇨를 바꿀 줄 알았지만, 달감독은 그냥 두더군요. 고창성을 투입할 만한 상황이었는데, 불펜에서 몸풀고 있던 건 김상현. 윤석환 코치가 컨디션 확인할 겸, 분위기도 환기시킬 겸 나갔다 들어온 후 세데뇨는 정상호를 3루 땅볼로 처리. 승리 투수 조건을 만들고 내려갔습니다. 달감독이 조급하게 생각하여 한 박자 투수를 일찍 교체할 법도 했는데 계속 갔고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오늘 이겼던 것은 사실 예측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봅니다. 두산의 투수진은 임태훈, 고창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물음표입니다. 두산의 선발 불펜진들이 모두 좋은 투수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올 시즌 내내 믿음감을 준 투수들은 임태훈, 고창성을 제외하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지수였던 세데뇨가 등판하여 5이닝 무실점을 거두었지요.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도 대단히 예측하기 힘들었으리라 봅니다. 어제 잠깐 나와 한타자를 상대했던 세데뇨를 놓고 전적으로 세데뇨를 공략하기 위한 라인업을 짜기도 힘들었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데뇨, 1구와 2구의 제구력이 확연하게 차이 나는 세데뇨를 두고 어디에 중점을 두어 공략 포인트를 놓아야할지 예측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리오스, 랜들과 같은 강력한 선발이 있던 과거의 두산은 예측 가능한, 계산 가능한 팀이었지만 이번 시리즈의 두산은 예측이 불가능한 물음표로 가득찬 투수진을 가진 팀입니다.

타선에서도 물음표로 가득찬 선수들이 대활약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타선의 수훈은 정수빈과 이종욱, 고영민입니다. 그 중 정수빈이 가장 SK를 혼란스럽게 했으리라 봅니다. 정수빈이 1군에 등록되어 파악한 시기는 올 여름 이종욱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수빈이 홀연히 시즌말 확장엔트리에 등록되었고, 포스트시즌엔트리에 포함되었습니다. 여름의 정수빈과 가을의 정수빈은 또 크게 달랐습니다. 좋았던 선구안은 여전히 좋았지만, 수비와 주루가 세련되어졌고, 심리적으로는 담대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박경완에게 당했던 안좋은 기억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3회 한차례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했지만, 8회초 2사 동점 상황 누구라도 큰 압박을 상황에서 볼넷을 얻어 출루 한후 초구에 과감히 도루를 시도하여 성공하였습니다. 정수빈의 주루 플레이는 이종욱이나 고영민보다 SK전력 분석팀에게 덜 드러난 상태이니 가능했던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예측할 수 없음의 끝은 고영민이었습니다. 어제도 바람탄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려 결승점을 따낸 고영민은 오늘도 쐐기포를 날렸습니다. 고영민이야 말로 예측 불가능함의 결정체. 별 이상한 공에 삼진 당하다가도, 또 이상한 코스의 공을 이상한 타이밍에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괴상한 손목힘과 독특한 선구안의 소유자. 고영민... 그의 투런으로 오늘 경기의 분위기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임태훈과 고창성이란 단 두 장의 카드로 달감독은 승리를 지켜냈고 이제 잠실로 돌아가 한국시리즈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SK의 투수진이 두산보다 2단계 앞선다고 봅니다. SK는 저력이 있는 팀이며, 두산의 예측불가능함에 말려 그대로 시리즈를 포기할 만한 팀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두산이 승리로 가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카드였던 김현수 김동주가 여전히 봉쇄되어 있기 때문에, 두산은 승리로 가는 확률이 여전히 적습니다.

다만 예측불가능한, 물음표 가득한 패들이 어떤 효과를 내어 두산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지 궁금할 뿐입니다. 올해 두산의 가을 야구! 정말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