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투수'인 이혜천의 일본 진출과 관련해 삼성 양준혁의 솔직한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두산에서 FA로 풀린 왼손투수 이혜천은 일본행이 확실시된다. 일본 팀들이 보기에도 매력적인 스펙을 갖춘데다 때마침 몇몇 팀들의 왼손 전력에 대한 필요성이 급증한 상태. 일본 진출은 확정적이고 어느 팀으로 가느냐만 남은 상태다.
이혜천이 거론될 때마다 함께 언급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베테랑타자 양준혁.
몇몇 팬들 사이에선 요즘 "이혜천이 일본으로 가면 양준혁은 만세를 부를 것이다", "천적이 사라지게 됐으니 두발 뻗고 잘 수 있겠다" 등 촌평이 쏟아지고 있다.
정작 본인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일단 농담부터 시작했다. 양준혁은 12일 "내 때문에 먹고 살던 녀석이..., 잘 가라고 전해주소"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내가 그동안 너무 키워줬어. (일본) 가서 잘 했으면 좋겠네"라고 덧붙였다.
양준혁은 이혜천에게 무척 약했다. 통산 상대 성적은 69타수 18안타로 타율 2할6푼1리에 1홈런 13삼진. 4사구 11개가 있었고 2루타와 3루타가 1개씩이었다. 이같은 수치만 놓고 보면 천적 수준까지는 아닐 수도 있다.
최근 3년간 전적은 11타수 1안타로 타율 9푼1리에 삼진 3개, 4사구 1개. 무엇보다 양준혁은 "혜천이 만난 날 못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다음 며칠 동안 타격감이 꼬이는 게 문제"라고 말하곤 했다. 때문에 이혜천이 선발로 나오는 날에는, 선동열 감독이 아예 양준혁을 라인업에서 빼는 경우도 있었다.
영 아쉬웠는지 양준혁은 "혜천이가 정말 일본으로 가는 게 확실한가?"라고 되물었다. "확정적"이라고 대답하자, 양준혁은 "가지 말고 나랑 다시 겨뤘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혼쭐내줄텐데. 이젠 붙을 일이 없어졌나"라며 읊조렸다.
"이혜천에게 여비라도 보태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네티즌도 있다"고 농을 건네자 양준혁은 크게 웃으며 "아~, 여비는 무슨, 내가 키워줘서 일본도 갈 수 있게 된 거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더 높였다. 이어 "일본에서도 성공할 친구"라며 후배의 앞날을 축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