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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KBO-심판 주장 "비디오 판독 포괄적 합의", 거짓 해명이었다

작성일
17-08-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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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나콘 플레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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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가 열린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선 황당한 장면이 연출됐다. ‘황당한 장면’은 3회 말 벌어졌다. 
 
무사 1, 2루에서 KIA 김민식이 번트를 댄 게 논란의 시작이었다. 넥센 포수 박동원이 바운드 된 번트 타구를 잡아 3루로 송구해 2루 주자 나지완의 진루를 막았을 때까지만 해도 ‘논란’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작 논란은 이때 발생했다. 


이계성 구심이 넥센 투수 하영민이 던진 공이 ‘김민식의 방망이에 두 번 맞았다’는 이유로 파울을 선언한 것이다. 이 구심은 ‘바닥에 튀었던 공이 배트에 다시 맞았다’고 봤다.
 
이에 넥센 장정석 감독이 곧바로 항의하며 4분간에 걸친 비디오 판독이 시작됐다. 판독 결과 공이 배트에 한 번만 맞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원심이 번복됐다. 3주 주자 나지완은 아웃, 1루 주자 이범호는 2루, 타자 주자 김민식은 1루로 출루했다.
 
원심이 번복되자 이번엔 KIA 김기태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왔다. 김 감독은 “방망이에 공이 두 번 맞았는지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항의했다. 

김 감독의 항의엔 근거가 있었다. ‘2017 KBO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 판독 3항’이 근거의 핵심이었다. 3항 6번엔 ‘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이라고 명기돼 있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아웃이 된 상황 자체는 맞았다. 그러나 규정대로 한다면 ‘방망이에 공이 몇 번 맞았는지’는 비디오 판독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현장에 있던 나광남 대기심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민식 건은) 3항 6번에 해당하는 경우다. 괄호 안에 들어가는 단서 조항이 문제가 될 순 있으나, 타자의 파울/헛스윙 여부가 맞다”며 “괄호의 단서 조항처럼 몸에 맞는 경우도 포함하지만, 이처럼 방망이에 두 번 맞는 경우도 비디오 판독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타석 내에서 일어나는 파울 상황은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시즌 전 심판진끼리 합의된 부분”이라며 “구단에 홍보가 되지 않아 김기태 감독이 판독 대상임을 알지 못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KBO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배터 박스에서 일어나는 파울, 헛스윙, 몸에 맞는 볼 등 전반적인 사항이 비디오 판독 대상”이라며 “비시즌 심판진 미팅을 통해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충격 증언' KBO 심판 “심판위원장이 KBO에 전화 걸어 ‘비디오 판독 대상이 맞느냐’고 물었다.”

엠스플뉴스는 심판진과 KBO의 설명과 해명 그리고 강조가 사실인지 취재했다. ‘논란 주체’의 설명과 해명 그리고 강조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보단 전후좌우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는 심판진, KBO의 설명과는 판이했다. 
 
당일 논란이 벌어지자 KBO 김풍기 심판위원장이 KBO 문00 홍보팀장에게 전활 건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심판은 “김 위원장이 KBO에 전화한 건 배트에 두 번 공이 맞은 것도 비디오 판독 대상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KBO로부터 ‘비디오 판독 대상이 맞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전화를 끊었다”고 털어놨다.
 
한마디로 김 위원장도 ‘배트에 두 번 공이 맞은 것’이 비디오 판독 대상인지 몰랐다는 뜻이다. 
 
이 심판은 “배트에 공이 두 번 맞는 건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 비디오 판독은 리그 규정에 적용 범위가 정확하게 규정돼 있다. 이 범위를 제외하면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KBO 관계자가 잘못된 설명을 하는 통에 김 위원장 역시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엠스플뉴스는 이 심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 팀장과 김 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우선 문 팀장은 “김풍기 심판위원장이 전화를 걸어와 ‘저건 무조건 비디오 판독 대상이 맞다’라고 먼저 단언했다”며 “자기에게 자꾸 기자들 전화가 걸려오니 ‘KBO가 나 대신 판독 대상이 맞다고 설명해달라’는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에게 전화를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내가 먼저 ‘비디오 판독 대상이 맞다’라고 얘기한 적이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역시 “홍보팀장에게 먼저 ‘비디오 판독 대상이 맞느냐’고 물어본 적이 없다”며 “KBO도 알아야 할 거 같아 경기가 끝난 후 홍보팀장에게 전화를 한 것이지, 뭘 확인해보려고 전화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홍보팀장에게 ‘기자들에게 심판진 입장을 설명해달라’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과연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KBO 심판들 “‘포괄적 합의’는 금시초문. 그런 대화 나눈 적 없다.”, KBO "포괄적 합의와 관련해 증명할 서류나 문서 존재하지 않는다.“

KBO 문00 홍보팀장의 말대로 김풍기 심판위원장이 “‘KBO가 나 대신 기자들에게 설명을 해달라”는 차원에서 전화를 걸었다면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어째서 김 위원장은 운영팀장이 아니라 홍보팀장에게 전화를 건 것일까. 비디오 판독 대상과 관련해 가장 확실한 정보를 쥐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운영팀장이다. 비디오 판독 운영 자체가 KBO 운영팀 소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의문은 ‘과연 시즌 전 심판진이 배트에 두 번 공을 맞으면 비디오 판독 대상이라는 포괄적 합의를 한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복수의 심판은 “솔직히 말해 그런 이야기를 이전엔 들은 기억이 없다.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만약 그런 사실을 있었다면 문서라거나 서류 등 기록이 있을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엠스플뉴스 확인 결과 ‘심판진의 포괄적 합의’와 관련한 공식 문서나 서류, 기록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KBO도 “그런 문서나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사석에서 심판들이 모여 그런 이야기를 확실하게 했다. 누가 모른다고 하느냐? 분명히 심판 팀장들이 모여서 시즌 전에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손 쳐도 ‘사석’에서 ‘심판 조장들이 모여’ 합의한 사항이 실제 경기에 적용됐다면 이는 크나큰 문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비디오 판독 범위는 ‘KBO리그 규정’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명시된 사항에 대해서만 비디오 판독을 시행한다. 비디오 판독은 심판진 판정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덧붙여 강조한다면 ‘심판진 재량이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하는 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말을 종합한다면 KBO 심판진은 ‘포괄적 합의’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재량을 ‘비디오 판독 범위 확대’로까지 적용했다. 이는 비디오 판독이 왜 탄생했는지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두 번째는 비디오 판독 범위 확대가 ‘사석’에서 ‘심판 팀장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정하고, 실제 경기에 적용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디오 판독처럼 리그 경기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는 KBO 이사회를 거쳐 확정돼야 한다. 최소한 구단 단장들이 모이는 실행위원회나 그도 아니면 구단 운영팀장을 모아놓고 설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심판들은 “비시즌 기간에 심판진과 관계자들이 모여 합의한 내용”이라며 “감독들을 비롯한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혼란이 빚어졌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다. 만약 심판들의 주장이 맞다면 ‘감독들을 비롯한 현장에 심판들의 ’포괄적 합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사람’이 누군지 반드시 찾아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감독을 비롯한 현장에 알리지 않았다면’ 이는 누가 봐도 징계감이다. 하지만, 심판진은 ‘감독을 비롯한 현장에 알리지 않은 사람’이 누군지 지목하지 못하고 있다. ‘비시즌 기간에 심판진과 관계자들이 모였다’고 하는데 그 ‘관계자’가 누군지와 관련해서도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이날 경기의 구심이던 이계성 심판은 엠스플뉴스 취재진의 질문에 "포괄적 합의가 있었던 것 같다. 나보단 심판위원장이 가장 잘 아니 그분께 전화를 걸라"며 "머리가 아프니 이만 끊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이들이 이런 궁색한 변명을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심판은 “'관계자'가 죄다 실체가 없는 가공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라며 “몇몇 심판의 거짓 해명에 KBO의 추가 거짓 해명이 보태지면서 심판진 전체가 ‘거짓의 늪’으로 계속 빠져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KBO 관계자 역시 "왜 우리 쪽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심판진의 말에 동의를 해줬는지 모르겠다"며 "'포괄적 합의'는 들은 적도, 아는 바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KBO와 심판위원장의 거짓 해명.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징계가 뒤따라야할 사안이다.

이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KIA의 김기태 감독은 10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최대한 말을 아꼈다. 왜 말을 아껴야 하는지는 이미 팬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같은 날 양상문 LG 감독은 “심판진이 합의했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없다. 사전에 결정된 사안이 있다면 구단과 감독들에게도 알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 감독뿐만이 아니다. KBO리그 구단 감독 누구도 심판진의 ‘포괄적 합의’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도 들은 바가 없다. 왜냐? 애초부터 거짓 해명이었기 때문이다. 
 
각종 논란 때마다 축소·은폐로 일관했다가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KBO는 이번엔 ‘심판진과 결탁해 조직적 거짓 해명을 내놨다’는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됐다. 
 
KBO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사건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도덕적이어야할 심판진이 KBO 일부 세력과 합심해 ‘포괄적 합의’라는 거짓 해명을 늘어놓은 건 있어서도, 있어서도 안 될 행위였다. 
 
"'KBO 수뇌부'부터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으니 심판진과 일부 직원들까지 야구계를 우습게 보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게 아니냐"는 한 야구인의 한탄은 허투루 들을 소리가 아니다.
 
야구계와 야구팬들은 자신들을 우롱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KBO와 KBO 심판진의 책임있는 답변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관련자 징계를 강력하게 바라고 있다.
 
KBO가 이번에도 '거짓 해명'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또 다시 축소·은폐로 일관할지 엠스플뉴스는 추가 취재를 통해 이를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거짓 해명과 관련해 외부 기관이 이를 조사하겠다고 나설 시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 취재 후 : 한 심판은 "만약 KBO 심판 팀장들이 '포괄적 합의'를 했다면 KBO 운영팀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 사람이 핵심 키를 쥐고 있다"고 했다. 엠스플뉴스는 KBO 운영팀장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의 목소릴 들을 수 없었다. KBO 다른 직원은 "외근 중이라, 우리도 왜 전화가 안 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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