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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심판 금품 수수에 대한 KBO(한국야구위원회)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 

 

‘엠스플뉴스’는 7월 2일 ‘두산, 2013 플레이오프 전날 구심에 돈 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탐사 보도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심판이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검은돈을 받은 의혹을 제기한 ‘엠스플뉴스’의 최초 보도에 KBO는 해당 심판과 구단에 대한 자체 조사와 징계를 약속했다. 그리고 후속 기사가 나오자 KBO 수뇌부가 나서 “프로야구 정화를 위해 반드시 이 문제를 명명백백 밝히겠다”고 답했다. KBO의 자정을 기대했지만, KBO는 실제론 아무런 후속 조처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던 2017년 7월 2일 ‘엠스플뉴스’의 탐사 보도가 나오자 KBO 입장이 돌변했다. 지금 와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듯한 발언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뿐이다.

 

KBO는 최규순과 두산 고위 관계자 모두 ‘돈을 받았고, 돈을 줬다’고 인정했음에도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두산에 서면 경고를 보낸 게 전부다. 이것도 엠스플뉴스 취재가 들어가자 어쩔 수 없이 공개했다. 이전까지 KBO는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2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시기가 묘했다. 2013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금전이 오갔지만, 두산은 구심 배정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말이 ‘경험’이지 포스트시즌 심판진은 연차 높은 심판이 독식하는 구조다. 왜냐? 포스트시즌 심판 수당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한 중견 심판은 “어중간한 연차의 심판은 베테랑 심판들의 수발만 든다고 보면 된다”며 “포스트시즌 심판 수당이 생각보다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포스트시즌만 되면 잠실구장 심판실 주변은 젊은 심판들로 북적인다. 

 

이들은 베테랑 심판이 지나가면 90도로 허릴 숙여 인사하고, 경기 내내 심판실 주변에서 정자세를 취한다. 심판실 주변을 처음 본 이들이라면 '조폭'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포스트시즌은 한 시리즈당 각 심판조의 조장 및 베테랑 심판위원 위주로 7명의 심판위원을 뽑는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선 각각 7명의 심판위원이 중복 없이 배정된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 출전한 14명의 심판위원 가운데 다시 7명을 추려 한국시리즈 심판위원으로 배정한다. 

 

베테랑 심판이었던 최규순은 2013년 당시 '심판 팀장'이라는 자리에 있었다. 2013 준플레이오프 심판위원 명단에선 최규순의 이름이 없었다. 따라서 최규순이 2013 플레이오프 심판위원에 배정되는 건 확실시 됐다. 이를 고려하면 두산도 최규순의 플레이오프 구심 배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특히나 최규순이 돈을 요구한 날짜는 플레이오프 1차전 바로 전날이었다.

 

정말 두산은 최규순이 포스트시즌 구심을 맡을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돈을 건넸을까. 그리고 최규순은 자신의 구심 내정을 숨기면서 돈을 달라고 요구했을까.

 

“시기가 묘했다”라는 양 총장의 말은 다른 의미로 맞는 말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