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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는 상식 아닌 상식이 있다. “삼성은 막아줄 거야”다. ‘삼성그룹 법무팀’의 위명은 법조계에 드높다. 실체와 관계없이 삼성그룹의 힘은 사법당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야구에서도 그렇다. “삼성 선수 사이에선 웬만한 일은 조용히 덮여진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하는 이는 여럿이다.

삼성 선수들의 도박 스캔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는 온라인 도박 문제로 삼성 선수 13명이 조사를 받았다. 2011년은 프로야구가 승부조작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던 해다. 정통한 소식통은 “당시 승부조작과는 별개로 삼성 선수들의 원정 도박 정황이 수사 당국에 포착됐다. 삼성 구단에서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몇 년 전에는 삼성 선수들이 국내 카지노에서 거액을 탕진해 변호사 선임을 알아보는 등 소동을 겪었다. ‘상습적’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하지만 2008년 온라인 도박 사건은 이듬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삼성 소속 선수 한 명에게 경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다른 사건들은 조용히 무마됐다.

'삼성'이라는 이름은 파장난 도박판의 뒤치다꺼리용으로 전락했다. 한 야구계 인사는 “그동안 알고도 덮어줘 왔으니 선수들 간이 커진 게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의혹 선수들을 제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삼성 구단은 그저 ‘윗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모기업에 종속된 야구단의 고충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성인이다. 구단이나 KBO의 관리감독 소홀을 탓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러나 고질이었던 문제를 방치하고 덮어왔다는 게 문제다. 터질 게 터진 것이다. 이번 삼성 도박 의혹은 복수의 수사기관이 내사를 진행해왔다. 꼬리가 너무 길었다.

불법 도박은 프로스포츠 존립을 위협하는 일로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번 도박 사건에는 조직폭력이 개입돼 있다. 대만 야구 전문가인 김윤석씨는 “대만 폭력조직이 승부조작에 선수를 ‘엮는’ 고전적인 수법이 도박빚”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불법 스포츠 도박의 규모는 엄청나다. 조용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삼성 장학생들이 법조계 곳곳에 포진되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