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야구계는 “지금이라도 삼성이 할 일은 하나”라고 말한다. 강도 높은 자체 조사를 벌여 선수들의 원정 도박 사실 여부와 관련자를 가감없이 밝혀내는 것이다. 그리고 구단 자체적으로 더는 '도박'과 관련된 일로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구단 차원에서 힘들다면 모그룹이 나서 해마다 지속되는 '도박 의혹'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 무엇보다 만약 불법 도박을 경기력을 이유로 묵인하는 이가 있었다면 사람을 교체해서라도 이런 부정의한 묵인을 막아야 한다.

지금처럼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건 책임있는 구단이 할 소리가 아니다. 되레 ‘그 정도로 무책임한 구단이었으니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지’하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성공했던 몇 번의 ‘무마’가 삼성에겐 무용담으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여론이 잠잠해지면 이번에도 잘 넘어가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무용담들도 ‘판도라의 상자’처럼 언제 열릴지 모른다는 걸 삼성은 알 필요가 있다.

KBO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터진 삼성 원정 도박 의혹은 가뜩이나 저조한 포스트 시즌 흥행에 카운트 펀치를 날린 격이다. 언론의 보도대로 삼성 일부 선수가 조직폭력배로부터 판돈을 받아 억대 원정 도박을 벌였다면 이는 스포츠면이 아닌 사회면에 실릴 사안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형법상 엄연한 도박죄이자 KBO 야구규약에 명시된 품위 유지를 저버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서야할 이는 다름 아닌 KBO다. 일부 선수들의 원정 도박으로 포스트 시즌과 전체 프로야구가 흔들린다면 KBO 총재와 사무총장이 나서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KBO 야구규약엔 총재를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고 이를 관리통할’하는 이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나 총재의 권한으로 ‘야구의 발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위원회에 속한 단체에 대해 지시를 내릴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지금 KBO 총재와 사무총장이 할 일은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는 대신 ‘검찰 수사와 관계없이 KBO가 자체 조사를 벌여 시시비비를 가리고, 만약 원정 도박이 사실일 경우 엄중한 처벌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상식적인 사회의 상식적인 리그 관리통할자가 할 일이자 마땅히 사무국이 해야할 업무이다.

물론 요미우리 후쿠다의 야구 도박과 삼성 일부 선수들의 원정 도박 의혹은 사안의 성격이 다를지 모른다. 삼성 일부 선수는 “우린 그저 여느 관광객처럼 국외에서 카지노를 했을 뿐”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후쿠다가 처음부터 야구 도박에 베팅한 건 아니었다. 야구 도박에 뛰어들기 전 후쿠다는 경마, 경정, 파친코 등 다양한 도박에 베팅했던 ‘도박광’이었다. 그러다 더 큰 돈을, 더 쉽게 만질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자신이 몸담고 있는 야구계를 베팅의 대상으로 삼는 일생일대의 어리석음을 범했다. 도박이 무서운 건 그래서다. 

연예인들이 원정 도박으로 법정에 서고 나면 1년 이상의 자숙기간을 가진다. 법원도 과거처럼 ‘정상 참작’이나 ‘관용’으로만 일관하지 않는다. 그런 덕분에 연예계의 원정도박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한다. 프로야구 선수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처벌받을 일이 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

야구계에 만연해 있는 ‘온정적 도박 문화’와 근본적 문제 해결 대신 임시 봉합에만 급급한 풍조를 일신하기 위해서도 이번 문제는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 어떤 로비와 압박에도 사법기관에서 제 할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성, KBO도 뒷짐만 지지 말고, 상식적인 역할을 담당하길 바란다.

장성우 SNS건과 삼성 원정 도박 의혹은 터질 일이 터진 게 아니다. 터져선 안 될 일이 터진 것이다. 선수, 지도자, 구단 등을 비롯한 야구계 전체가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대오각성하길 바란다.

.

.

박동희는 딱 이런 기사류만 쓰면 진짜 좋은 기자 소리 들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