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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야겠노. 감독, 선수를 떠나 야구 선·후배 사이 아이가···”

2010년 4월이었다. 당시 조범현(현 kt) 감독은 KIA 사령탑이었다. 조 감독 야구 인생에서 최고 정점을 찍던 시절이었다. 전해 한국시리즈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데다 이해 4월에도 KIA는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즈음.

조 감독은 어떤 문제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문제의 중심은 바로 장성호였다.

1996년 해태에 입단해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시즌 연속 타율 3할을 기록했던 장성호는 타이거즈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러나 2007년 메이저리그 출신의 최희섭이 KIA에 입단하며 조금씩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여기다 개인 성적까지 떨어지며 출전경기수도 급감해 2008·2009년엔 2년 연속 88경기 이하에만 출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9시즌이 끝난 뒤엔 5억 5천만 원하던 연봉이 2억 5천만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설상가상으로 조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겹치며 장성호는 절벽 끝으로 몰린 신세가 됐다.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장성호는 연봉 협상을 끝낸 뒤 구단에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KIA는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의 트레이드 요청에 난감하기만 했다. 이때 가장 입장이 난처했던 이가 조 감독이었다.

장성호의 충암고 선배이기도 했던 조 감독은 “(장)성호 같은 선수를 놓치고 싶은 감독이 어딨겠느냐”고 반문하며 “가능하다면 성호와 함께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긴 한숨을 내쉬며 “우야겠노. 감독, 선수를 떠나 야구 선·후배 사이 아이가···”하며 트레이드 가능성을 열어놨다.

결국 조 감독은 전자 대신 후자를 택했다. ‘다른 팀에서 뛰고 싶다’는 장성호의 강한 의지를 재확인한 조 감독은 장성호를 불러 “네가 원하는 데로 트레이드해줄 테니 포기하지 말고 야구를 계속 하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곧바로 김경문(현 NC) 두산 감독에게 장성호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경험 많은 좌타자가 절실했던 두산과 투수진 보강이 필요했던 KIA는 일사천리로 트레이드 논의를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트레이드 카드가 ‘장성호-김상현’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트레이드는 현실화하지 못했다. KIA 구단 홈페이지에 장성호 트레이드를 반대하는 글이 폭주하며 KIA 고위층이 재가를 미뤘고, “선수에게 질질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 일부 프런트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두산에 “1주일만 시간을 달라”던 KIA는 결국 ‘장성호-김상현’ 트레이드 논의를 없던 일로 했다.

당시 기자는 KIA 감독실에서 “성호한테 참 미안하게 됐네”하며 한숨을 내쉬던 조 감독의 낙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조 감독과 KIA가 트레이드 논의에서 완전히 발을 뺀 건 아니었다. 2달가량이 흐른 뒤.

KIA는 한화와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고, 우여곡절 끝에 장성호와 우완 이동현, 외야수 김경언이 한화로 가고, 우완 안영명과 박성호 그리고 외야수 김다원이 KIA로 오는 3대 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조 감독은 장성호 트레이드가 확정되자 “성호 덕분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었는데···”하며 “성호가 한화에서 ‘펄펄’ 날았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들려줬다. 대신 “지금 내 말을 기사화하지 마라”고 당부했는데 “선수를 떠난 보낸 감독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덕담도 사치”라는 게 그 이유였다.

롯데 시절 장성호와 조성환(사진=롯데)

# 조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한화 유니폼을 이은 장성호는 예전의 그 장성호가 아니었다. 잦은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장성호는 계속 하향세를 탔다. 롯데로 또다시 트레이드된 뒤에도 장성호는 과거의 ‘스나이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이 조 감독도 KIA를 떠나 한동안 야인생활을 했다.

영원히 재회하지 못할 것 같던 두 이가 다시 만난 건 올 시즌이었다. 재회 장소는 퓨처스리그가 진행되던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이었다. 당시 kt는 롯데 2군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마침 1군에서 제외돼 2군에서 뛰던 장성호도 롯데 유니폼을 입고 성균관대 야구장에 도착했다.

장성호와 함께 2군에서 뛰던 조성환(은퇴)은 kt 감독실에 찾아갈 요량이었다. 장성호처럼 조성환도 조 감독의 충암고 후배였다. 이때 조성환이 장성호의 팔을 잡아 끌었다.

“같이 가자.”

조성환의 말에 장성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조성환은 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조 감독과 장성호는 KIA에서 헤어진 뒤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만약 마주쳐 대화를 나눴다면 앙금과 오해를 풀 수 있었겠지만, 두 이는 그 기회를 잡지 못한 채 5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낸 터였다.

사실 조 감독은 앙금과 오해가 남아 있지 않았다. 장성호가 KIA를 떠날 때 ‘프랜차이즈 스타를 버린 냉혈한 감독’이란 지탄과 비난을 한몸에 받았지만, 조 감독은 그와 관련해 한 번도 변명하지 않았다. 그 흔한 언론 플레이도 삼갔다.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그것이 선배 야구인이 취할 태도라고 생각했다.

장성호도 마찬가지였다. KIA 시절엔 아픔도 있고, 서운함도 있었으나 KIA를 떠나고 난 뒤엔 조 감독에 대한 미안함만이 남아 있었다.

사실 장성호는 수원에 가지 않으려 했다. kt전에 빠지고 싶어했다. 구단 버스에서도 내리지 않으려 했다. 조 감독이 보는 앞에서 뛴다는 게 몹시도 어색했고, 조 감독을 볼 낯도 없었다. 조 감독과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웠을지 모른다.

그걸 설득한 이가 조성환이었다. 장성호의 충암고 선배인 조성환은 다시 한 번 후배를 설득했다.

“성호야, 만약에 네가 조 감독님께 인사드리지 않고 바로 타석에 선다고 생각해봐라. 네 등이 얼마나 따갑겠냐. 다른 건 몰라도 조 감독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건 후배로서의 당연한 예의다. 그냥 형 뒤로 따라오기만 해라. 형이 다 알아서 할 테니.”

반강제로 장성호의 손을 잡은 조성환이 kt 감독실 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조성환이 꾸벅 인사를 하자 조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후배를 반겼다.

“어, 성환이. 반갑다. 요즘 몸은 어떻노?”

그때였다. 조 감독 눈에 문 밖에서 쭈빗쭈빗 서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장성호였다.

조성환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마 성호는 조 감독님 입에서 ‘장성호, 저 놈은 꼴도 보기 싫다’는 말이 나오리라 예상했을지 모른다”며 “나 역시 감독님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궁금했다”고 회상했다. 그때 조 감독이 꺼낸 첫 마디는.

“어이, 장성호. 남자가 인사를 하러 왔으면 들어와서 당당하게 인사를 해야지 거기서 뭐 하노?”였다.

조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장성호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장성호가 감독실 안으로 들어와 고갤 숙여 인사했다.

조 감독은 장성호에게 “몸은 괜찮냐”고 물은 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려줬다. 그건 바로.

“나중에 나랑 같이 뛸 수 있겠나?”였다.

조 감독은 “사람 일을 우찌 알겠노. 몸 잘 만들고 있다가 나중에 기회 되면 다시 나랑 뛰자”며 장성호의 등을 다독였다.

5년간 쌓였던 오해와 어색함의 장벽은 그 한마디로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조성환은 “감독님의 ‘나랑 뛸 수 있겠나’하는 한마디에 은퇴까지 생각했던 성호가 다시 용기를 내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돌아오는 길에 성호가 ‘형 덕분에 조 감독님과의 오랜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감독의 사적 감정에 따라 선수들은 뛰어난 성적을 내고도 타의에 의해 팀을 떠나곤 한다. 그것을 가리켜 누군가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카리스마도 팀보다 우선하진 않는다. 조 감독은 장성호를 끌어안으면서 자신의 감정보단 팀의 장래를 우선했고, 오해로 인한 자신의 상처를 떠올리기보단 선수의 미래를 생각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올 시즌 종료 후 롯데에서 나온 장성호는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만약 장성호가 수원에서 열린 kt전에 불참했다면, 만약 구단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버텼다면, 감독실로 향하는 조성환의 팔을 놓았다면 그는 영원히 조 감독과의 오해를 풀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현역생활의 불꽃을 태울 kt 입단에도 실패했을 것이다.

5년 전 조 감독은 장성호를 떠나보내며 미움과 원망 대신 “성호 덕분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었는데···”하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어쩌면 그 고마움이 미움과 원망을 눌러 장성호가 kt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인지 모른다.

이젠 장성호 차례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베테랑으로서 그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kt 후배들에게 가감없이 전수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조 감독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사람이 보살입져....  

장성호-조범현.   최희섭-선동열,이순철이 트러블 난 발단은  비슷하긴 합니다.   선후배사이라서  자기 입장을 더 관철시키려다가 망했어요.    

(다만  제가 장성호에 더 비판적인건 장스나는 4년 42억 받고 뛰고 있는 중이고  최희섭은 3년동안  그 1/6 도 안받고 뛰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져.  프로는 돈값을 해야죠?  )

그런데  장스나는 집요하게 조감독 비판을 하고  조감독은 침묵하면서    전 오히려 조감독의 대응이 신사답다는 생각을 했는데...   

당시 야구 전문기자들이  간접적으로  적는 장스나의 조감독 비난사례는  더 많았습니다.

아무튼  기사만 보면 사람이 보살이란 생각이 들지만..  이게 또  야구인들 펌프질 할때는  구라가 섞인 부분도 나중에 밝혀지는  박동희라    걸러서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