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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을 보면서 올시즌 성적이 당연하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감독이 조금 더 잘 했다면 한 5승 정도는 더 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 송일수는 아주 평범한, 한국 야구에서 특출나게 뛰어나지도, 못 나지도 않은 그런 감독입니다. 특별히 선수를 혹사시키거나 무리시켜 성적을 올리지도 않고, 또 반대로 확 무너트리지도 않은 그런 감독이지요.

두산은 작년 페넌트레이스 4위에서 올해 6위로 떨어졌습니다. 순위보다 승률이 더 많이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김진욱이나 송일수나 비슷하다고 봤을 때(제 생각에는 김진욱 보다 송일수가 낫다고 생각하지만), 두산은 지난 오프시즌 상당히 많은 선수 유출이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특출난 보강이 없었죠.

FA로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이 나가고, 2차 드래프트 등으로 김선우, 임재철, 이혜천, 김태영(김상현)이 팀을 떠났어요. 이 선수들이 어떤 역할을 했냐면 주전 중견수, 주전 유격수, 주전 1루수, 백업 외야수, 5선발, 스윙맨, 원포인트 릴리프를 맡았던 선수들입니다. 그에 반해 들어온 선수들은 두산에서 주전으로 뛰기에는 한참 모자란 선수들이었습니다.

두산의 성적 하락은 어찌보면 당연한 거고, 세대 교체 변화과정에서 나오는 당연한 전력 하락입니다. 여기서 감독을 바꾼다고 해서 팀 전력이 급격히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물론 4위로 올라가냐 마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정규 시즌 우승을 노릴만한 팀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두산은 오랫동안 투수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군에서 쓸만한 투수의 숫자가 10명이 안 됩니다. 두산에 오기 전 꽤 던졌던 김수완, 두산에서 방출되고 잘 던지는 신재웅, 박정배, 이재학 등을 봤을 때 두산은 투수 육성 능력이 아주 부족합니다. 최근 입단한 상위 라운드 지명 투수 중 윤명준, 변진수 말고는 1군 엔트리에 꾸준히 있는 투수가 없습니다. 박명환 이후 에이스 자리는 언제나 외인 투수의 몫인 건 말할 필요도 없고요.

두산의 문제는 투수 육성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지, 1군 감독이 한 두 경기 말아 먹고, 말 몇 마디 잘 못했다고 변할 그런 게 아니라는 겁니다.

사실 두산은 대대로 투수 육성을 잘 못하는 팀이었습니다. 두산 투수 중 리그를 지배했던 투수가 있었나 생각해 보면 사실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김상진, 진필중, 박명환 정도만이 5년 이상 리그 에이스급으로 활약했을 뿐이지 그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감독이 아닌 프런트가 답을 내려야 두산의 우승이 가능해 질 겁니다.

많은 팬들이 감독을 욕하며 팀 전력의 미비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 하는 점이 많이 아쉽긴 합니다. 물론 정말 중요한 건, 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프런트가 팀 전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법을 잘 모른다는 게 큰 문제 같고요.

삼성, 넥센, NC 정도만이 현대적인 방법으로 팀을 빌딩하고 있고 그 성과가 올해 순위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산은 최근 10년간 적은 돈으로 효율적으로 팀 빌딩을 하다 이제 힘 떨어진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