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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16승에 13경기 연속 승리로 최고의 시즌 보내고 있는 넥센 밴헤켄. 한국에서 뛴 지 벌써 3년이지만, 매 시즌 성적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넥센은 내게 가족이나 마찬가치다라며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목동 | 이석우 기자

타고투저현상이 극심한 올해 9개 구단 투수들이 대부분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돋보이는 투수도 있다. 넥센 왼손 투수 앤디 밴 헤켄(35)이다. 밴 헤켄은 12일 현재 다승(16)과 방어율(3.01), 이닝(140.2), 퀄리티스타트(15)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승률(0.800)과 삼진(124)에서는 2위다.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기록과 타이인 13경기 연속 선발승도 기록하고 있다.

밴 헤켄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 이후 7년 만에 20승을 달성하는 투수가 나올 수 있다. 또 역대 최초로 트리플크라운을 이루는 외국인 투수도 된다. 하지만 이런 기록들은 밴 헤켄에게는 그저 곁가지일 뿐이다

지난 11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밴 헤켄은 “나는 참 운이 좋은 선수”라고 했다. 득점 1위, 홈런 1위인 넥센 타선의 지원을 듬뿍 받고 있어 승리를 많이 챙길 수 있었다는 의미였다.

“내 기록은 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이루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13경기 연속 승리하는 동안 완봉을 한 적도 없었고, 최다 이닝이라 해봐야 8이닝이었다. 그냥 평균적으로 6이닝 정도 던졌는데 동료들이 수비와 득점지원을 잘해줬고, 뒤에 등판하는 불펜 투수들도 승리를 잘 지켜준 결과다.”

미국 중북부 미시건주 출생인 밴 헤켄은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그렉 매덕스 등 최 정상급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는 것을 보며 자랐다. 그 중에서도 매덕스와 톰 글래빈을 가장 좋아했다. 이유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잘 보여준 투수들이었기 때문이다.

“내겐 존슨이나 마르티네스처럼 타자들을 압도하는 구위가 없다. 그에 비하면 매덕스나 글래빈은 힘이 아닌,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투수들이었다. 내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제구에 신경쓴다고 하더라도 주무기 1~2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 밴 헤켄에게도 스플리터라는 좋은 결정구가 있다. 트리플A에서 뛰고 있던 24살때 한 투수코치로부터 조언을 받아 배운 뒤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 투수코치가 바로 현재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투수코치로 있는 제프 존스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스플리터 그립을 익혔다. 다른 선수들은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던졌는데 나는 그냥 그립만 잡고 던져도 각이 나와서 그냥 그렇게 던지고 있었다. 투수코치로부터 제대로 던져보라는 조언을 받은 뒤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왔다. 내 스플리터는 로저 클레멘스가 던진 스플리터보다는 포크볼에 가깝다.”

밴 헤켄의 메이저리그 경력은 1년, 그것도 고작 5경기에 불과하다. 반면 마이너리그에서는 13년을 뛴 베테랑이다. 이런 밴 헤켄이 넥센과 인연이 닿은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한국 야구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2005, 2006년 쯤이다. 2007년 대만에서 뛰었는데 그 때 한국 야구에 대한 더 많은 점들을 알 수 있었다. 2011년 트리플A에서 좋은 시즌을 보냈는데 그럼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나를 부르지 않아 메이저리그에 대한 기약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때 마침 넥센으로부터 트라이아웃을 받아보지 않겠냐는 전화가 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한국으로 오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 다행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얼마전 선수들의 팀내 기여도를 묻는 질문에 “팀 플레이적인 면에서 따지면 밴 헤켄이 박병호, 강정호보다도 위에 있다”고 했다. 붕괴된 넥센 선발진을 홀로 떠받들고 있는 밴 헤켄이 없었다면 올 시즌 넥센이 2위를 달리기는 힘들었다. 넥센 팬들도 밴 헤켄을 ‘구세주’처럼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밴 헤켄은 얼마 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년 시즌에도 넥센에서 뛰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그에게 넥센은 야구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정거장이 아닌 것이다.

“매일 전쟁같은 경기를 함께 치르면서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선수들도 그렇고 코치들도 그렇고, 넥센은 내게 있어 가족이다. 팬들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안 좋았을 때도 비난보다는 짧은 영어로라도 더 좋아질 것이라며 응원해준 팬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내년 시즌 후 밴 헤켄의 거취가 실제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넥센이라는 팀이 가지는 존재감은 무척 크다. 그런 그에게 넥센에 남고 싶은 이유를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밴장관님 내년에도 당연히 함께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