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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에이스로 활약했던 브랜든 나이트(사진=넥센)

2012년 평균자책왕이던 브랜든 나이트(39)가 넥센을 떠나게 됐다.

넥센은 5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며 “나이트를 대체할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넥센은 왜 나이트를 웨이버 공시했나

2012년 잠실구장 한쪽 복도에서 팀 동료 밴헤켄(사진 오른쪽부터)과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나이트. 나이트는 열악한 야구환경과 미국과는 다른 야구문화에도 한국야구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항상 KBO리그에 대한 존중심을 나타냈다. 특히나 넥센 팀원들과 하나가 되려 애썼다. 나이트는 퇴단이 결정된 날에도 "넥센이 내 퇴단으로 한층 발전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빼놓지 않으며 "삼성에서 버려졌던 내게 다시 기회를 준 넥센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나이트가 한국 땅을 밟은 건 2009년 7월이었다. 당시 삼성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 투수로 활약한 호투한 나이트를 시즌 중 교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삼성은 나이트를 “미국야구뿐만 아니라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프로야구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와 니혼햄 파이터스 등을 거치며 아시아 야구를 충분히 경험한 선수”라며 “무브먼트가 뛰어난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속구와 슬라이더가 돋보이는 투수”라고 소개했다.

그해 나이트는 11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평균자책 3.56으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2010년엔 21경기에 등판해 6승 5패 평균자책 4.54에 그쳤고, 그해 8월 오른쪽 무릎 연골 부상을 당하며 삼성에서 퇴단했다.

부진한 투구에 부상까지 겹치며 나이트는 더는 한국 무대를 밟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1년 넥센이 나이트를 영입하며 그는 다시 KBO리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당시 넥센 수뇌부는 “나이트가 삼성에서 부진했던 건 무릎이 좋지 않았고,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두 가지 문제만 해결되면 나이트는 KBO리그에 최적화된 외국인 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수술 이후 무릎이 좋아지면서 나이트는 이전과는 다른 투구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넥센은 나이트와 스플릿 계약(활동한 기간만 연봉을 지급하는 방식) 대신 풀 게런티 계약(시즌 중 퇴단해도 1년 치 연봉을 주는 계약)을 맺어 나이트가 한 시즌을 부담 없이 뛰도록 배려했다.

2011년 넥센 유니폼을 입은 나이트는 30경기에 등판해 7승 15패 평균자책 4.70을 기록했다. 넥센이 바라던 ‘베스트 성적’은 아니었지만, 나이트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넥센 선발진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나이트의 진가가 발휘된 건 2012년이었다. 이해 나이트는 30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208⅔이닝을 던져 KBO리그 투수 가운데 선발등판수 1위, 최다이닝 1위에 올랐다. 선발로 나갈 때마다 평균 6⅔이닝을 소화한 덕분에 리그에서 가장 긴 이닝을 책임지는 선발투수로 우뚝 서기도 했다.

성적 역시 좋았다. 16승 4패 평균자책 2.20을 기록해 평균자책 1위, 다승·승률 2위를 마크했다. 특히나 나이트는 이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27번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와 20번의 퀄리티 스타트+(7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하며 ‘KBO리그 최고 선발투수’라는 찬사를 들었다.

몇 년간 더 리그를 지배할 것 같던 나이트의 호투는 그러나 2013시즌 들어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해 3년 연속 30경기 선발등판에 성공했지만, 개인 성적은 12승 10패 평균자책 4.43으로 전해보다 확연히 떨어졌다. 퀄리티 스타트와 퀄리티 스타트+도 15, 8번으로 격감했고, 2012년 4실점 이상 경기가 4번에 불과했던 반해 2013년엔 13번으로 증가했다.

2014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넥센 감독이 “나이트가 올 시즌 우리 팀의 키를 쥐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2012년의 성적은 바라지 않는다. 지난해 성적만 거둬도 좋겠다”는 냉정한 바람을 들려준 것도 어느 정도 나이트의 하락세를 예견한 까닭이었다.

사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나이트의 투구는 인상적이지 못했다. 싱커의 날카로움은 전해보다 떨어졌고, 속구 구위도 2012년과는 판이했다. 그럼에도 염 감독은 “3년간 우리 팀에서 에이스로 뛰어준 투수인데, 스프링캠프에서 투구가 좋지 않다고 곧바로 바꾸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정규 시즌에서의 실전투구를 보고서 판단하고 싶다”며 나이트에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불행히도 올 시즌 나이트의 투구는 염 감독의 신뢰에 부응하지 못했다. 나이트는 6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 5.52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타는 단 1번이었고, 선발 평균책임이닝도 4⅔이닝에 그쳤다. 특히나 피안타율과 피출루율 그리고 피장타율이 각각 .310, .421, .491으로 동반 상승하고, 9이닝당 볼넷수도 6.75개로 급증하며 나이트는 ‘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쉬운 선발투수’가 돼버렸다.

나이트와의 인간적 끈을 놓지 못했던 넥센. 결국 선발 붕괴로 교체 결정

넥센은 4월 내내 나이트가 부진하자 신중하게 교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넥센의 한 코치는 “일시적 슬럼프면 두고 보겠지만, 지난 시즌부터 부진이 이어져 온 터라, 감독님께서 나이트 교체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신 줄로 안다”며 “5월 6일 목동 NC전이 마지막 시험 무대였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날 나이트는 NC 타선을 상대로 4⅓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져 11피안타(1홈런), 2볼넷으로 6실점했다. 앤디 밴헤켄과 함께 선발 원투펀치 역할을 하던 나이트의 부진이 5월까지 이어지자 염 감독은 결국 구단에 “나도 아쉽지만, 우리 팀 잔여 시즌을 고려할 때 나이트의 교체를 검토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구단은 염 감독의 뜻을 전달받자마자 “그렇잖아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 감독은 “구단에 나이트 교체 의사를 전달하자 구단에서 ‘그렇잖아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나이트를 보내는 게 무척 아쉽고, 안타깝지만, 올 시즌 팀의 비전을 고려할 때 교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시길 기다렸습니다’라고 대답해 ‘아, 벌써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싶어 놀랐다”며 “구단이 이미 작성한 외국인 선수 리스트를 토대로 발 빠르게 외국인 선수 영입 후보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넥센 관계자는 “나이트의 인품, 인화력, 프로정신을 고려할 때 교체 카드를 든다는 건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며 “하지만, 팀 내 사정을 감안할 때 ‘이대로는 안된다’는 현실론이 더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게 넥센은 정규 시즌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팀 평균자책은 5.01로 롯데와 공동 4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나 선발진 평균자책은 5.17로 리그 꼴찌다. 밴헤켄을 제외하곤 2점대 평균자책 선발이 아예 없고, 애초 선발진의 일원이던 강윤구, 오재영, 문성현은 죄다 평균자책 6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금민철, 하영민이 3점대 평균자책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두 투수 역시 선발 소화이닝이 4⅔이닝에 그치며 불펜진의 과부하를 막는 덴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넥센이 장고 끝에 나이트 교체를 결정한 것도 이처럼 붕괴 직전에 몰린 선발진을 복원하려면 밴헤켄과 원투펀치를 이룰 확실한 선발투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넥센은 대체 외국인 선수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한 뒤 이들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하고서 염 감독과 최종 선택을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염 감독은 “과거 외국인 스카우트를 담당한 경험이 있어 ‘외국인 선수는 동영상을 몇 번 보고 판단하는 감독보단 그동안 꾸준히 관찰해온 구단 결정이 유효하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구단 측에 내 의견을 전달하긴 했지만, 구단에서도 생각하는 선수가 있는 만큼 의견을 잘 조정해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넥센은 빠르면 이번 주, 늦으면 다음 주 초까지 대체 외국인 선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넥센의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한 구단 스카우트 팀장은 “넥센이 어느 정도 검증된 외국인 투수 영입하려고 분주히 움직이는 것 같다”며 “원체 미국 내 네트워크가 좋은 팀이라, 다른 팀보다 빨리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16일부터 열리는 사직 롯데 3연전을 준비하던 나이트는 넥센의 웨이버 공시 통보를 받고 담담하게 구단 결정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은 그간 나이트의 공로를 인정해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하고, 국내·외 어느 구단에서도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다.





저야 직관가서 던지는 거 보고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른 타이밍은 전혀 생각 못했네요.
부디 좋은 선수가 들어와서 팀에게도 나이트에게도 미련남지 않는 결과가 되었으면 합니다.
밤느님, 그동안 고생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