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정근우, 이용규가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축하합니다.

(겸연쩍은 목소리로) 뭘 축하해? 축하는 무슨 축하. 내가 계약했나 뭐, 선수들이 했지.

별로 안 기쁘신 모양입니다.

(작은 목소리로) 그야 뭐, 기쁘기야 기쁘지. (좀 더 큰 목소리로) 좋은 선수들이 오는 거잖아. (환한 목소리로) 이야, 이거 말이야. 죽다 산 기분이야(웃음).

두 선수가 한화와 계약하리라 예상은 하셨습니까.

한화는 못 잡으란 법 있나(웃음). 예상을 떠나서 구단이 “지난해 실패했으니까 올해는 반드시 (FA를) 잡겠습니다” 하더라고. 그 말을 계속 믿고 있었지.

올 시즌 스토브리그엔 대형 FA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정근우, 이용규를 선택한 배경이 뭘까 궁금합니다.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기간이 끝나고, FA 시장에 나온 선수 중에서 두 선수가 제일 괜찮았다고. 강민호, 장원삼 이런 친구들이 시장에 나왔으면 모를까, 소속팀과 모두 계약하면서 잔류를 선언했다고. (FA 영입 계획이) 포수, 투수 다음으로 야수였는데 시장에 포수, 투수가 없으니까 야수로 눈을 돌렸던 거지.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실한 선수들이 오게 돼 다행이야.

두 선수의 영입이 확정됐다는 보고는 언제 받으셨습니까.

어젠(16일) 초저녁부터 잤다고. 새벽에 일어나서 TV를 보면서 소식을 기다렸지. 그러다 새벽 6시 30분인가 운영팀장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감독님 잡았습니다” 하지 뭐야(웃음).

뭐라고 답하셨습니까.

뭘 뭐라고 답해. 그냥 “수고했다” 했지. 지난해 FA 못 잡아서 (운영팀이) 나한테 욕을 많이 들었다고. 그런데 올해는 참 잘해줬어. 고맙지 뭐(웃음).

감독께서 직접 두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한화에서 뛰어달라”는 요청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요즘은 감독들이 FA 선수들한테 전화 걸어서 ‘함께 뛰자’고 한다면서? 아니 쑥스럽게 그런 걸 어떻게 해?”하셨던 분이 바로 감독님이었는데요. 어찌 된 일입니까(웃음).

감독보다 중요한 게 팀 아니냐고. 팀이 필요하면 도와야지. 전화해서 “야, 같이 한 번 해보자. 우리 좀 도와주라”했지.

감독님 전화받고 선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깜짝 놀랐을 듯싶은데요.

놀라긴 뭘 놀래. (잠시 침묵하다가) 놀랐을까?

그럼요. 평소 감독님 스타일을 아는 선수들이라면 깜짝 놀랄 만도 하지요. 일부에선 감독님의 전화가 두 선수 영입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뭐 (정)근우나, (이)용규나 그러더라고. “감독님이 전화까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뭐 같이 뛰자니까 “네, 생각해보겠습니다”하고 대답은 잘 하던데(웃음). 그런데 그게 뭔 효과가 있었겠어? 어차피 다 쩐(돈)이지.

정근우, 이용규 영입으로 1·2번 테이블 세터진과 내·외야가 동시에 강해졌습니다. 두 선수를 어떻게 활용하실지 궁금합니다.

근우, 용규라고 예외가 있나? 다른 선수들과 포지션 경쟁에서 이겨야 주전을 꿰찰 수 있는 거라고. 지금 근우와 용규를 가리켜서 ‘주전 2루수, 중견수’라고 확정하면 다른 선수들 기분이 어떻겠어. 둘이 왔으니까 이제부터 본격적인 포지션 경쟁이 시작될 거 같아.

올 시즌 이용규는 어깨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는데요. 그 때문에 내년 시즌 전반기 출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만약 이용규가 전반기에 결장한다면 내년 시즌 한화 팀 성적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있는데요.

아니야, 아니야. 오늘 통화하니까 “감독님, 4월까지 몸을 맞출 수 있습니다” 하더라고. 걘 원래 프로의식이 넘치는 선수라고. 자기가 그라운드에 뛰고 싶어서라도 몸을 잘 만들 거라고 봐.

이용규는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분을 참지 못하는 선수다. 그리고 그 분을 훈련과 연구를 통해 극복하려는 선수다. 이런 선수가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는 건 한화에겐 큰 행운일지 모른다(사진=KIA)

두 선수 영입을 통해 감독께서 가장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뛰는 야구와 수비 안정 아니겠어? 둘 다 발 빠르지, 방망이 잘 치지, 수비까지 좋잖아. 올 시즌 우리 팀이 팀 도루 꼴찌였다고. 둘이 왔으니까 이젠 기동력 야구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아. 수비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 괜찮은 외국인 선수들만 잘 뽑으면 올 시즌보다는 확실히 괜찮아질 거야.

정근우, 이용규면 둘이 합쳐 한 시즌 60도루도 가능할 듯싶은데요.

무슨 소리야. 한 놈씩 60도루 해야 하는 거 아니야?(웃음)

두 선수에게 거는 감독님의 기대가 정말 크신 것 같습니다. 감독님의 구상대로만 전력 보강이 진행된다면 한화의 내년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도 꿈은 아닐 듯 싶은데요.

뭐 4강? 프로 세계에서 4강이 뭔 의미가 있나? (강한 어조로) 프로는 무조건 우승이지. 안 그래?(웃음)

머 김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 정도로 절박하긴 했나봅니다. 김감독이 그런 유연함도 있죠. 보기와는 다르다는..

솔직히 올해 김감독의 운영은 F학점짜리였죠. 혹사는 혹사대로 욕은 욕대로 먹으면서 성적을 꼬라박았으니까;;;

이젠 국대급 선수가 두명 합류하면서 4강이상을 노릴수 있는 팀이 되었습니다. 이젠 김감독의 능력을 보여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