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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이번 FA에서 세 명의 선수를 잃었습니다. 지난 8년간 팀의 중심을 지켜왔던,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이 그들이지요. 이들이 있던 기간, 정확히는 이종욱이 입단한 2006년 이후 군입대나, 부상 등으로 조금의 부침은 있었지만 이들 세 명은 늘 팀의 타격과 수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들이 팀을 나가는 것은 언제나 두려움이었고, 과거 FA에서 정수근, 홍성흔, 박명환 등을 잃었던 과거에 비추어 못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늘 있었습니다.

1. 두산의 결정 현명했나?
먼저 두산의 결정이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를 따져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종욱의 이적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라는 결론입니다. 이종욱에게 40억 + a를 제시했고, 이종욱은 이를 거부하고 팀을 떠났습니다. 한국 나이로 내년에 36세가 되는 이종욱이 50억 원의 가치가 있는지는 저도 잘 판단할 수 없습니다만, 팀 재정의 한계선이 정해져 있고, 또 대체 가능한 선수가 있으므로 50억 원을 지불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개 팬인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쉽습니다.)

손시헌은 올해 이미 제 포지션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과거 그의 짝이었던 고영민 조차 1군에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간 5억 원을 받는 내야수를 1군과 2군을 오가며 뛰라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이미 팀에는 충분히 성장해 1군에서 기회를 얻기만 기다리는 내야수, 최주환, 김재환, 김동한, 윤석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손시헌에게나, 두산 팀에게나 이번 이적은 서로를 위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최준석은 조금 애매합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두산은 최초로 외부 FA를 영입했습니다. 최준석과 포지션이 겹치는 홍성흔으로, 이미 이 포지션에는 최준석을 제외하고도 오재일, 김재환, 윤석민, 오장훈, 김강, 국해성이 1군에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러므로 홍성흔의 영입은 불필요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팀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홍성흔을 영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31억 원을 투자한 포지션에 그 이상인, 40억 원을 넘는 중복 투자를 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으로써는 지난해 평소와 다른 선택을 했고, 그 결과가 최준석을 놓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국내 선수는 물론 외국인 타자까지 들여와야 하는 현 상황에서 최준석에게 중복 투자하는 것은 현명하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두산은 치솟아 가는 FA 시장에서 냉정함을 지킨 유일한 팀이 되었습니다. 이 선택은 최선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 예상되는 팀의 전력 공백은?
팀의 선택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두산은 내외야 수비의 중심축을 잃었습니다. 두산은 대대로 수비가 좋은 팀이었습니다. 이종욱은 전상렬, 최경환, 강동우, 임재철 등 허슬 플레이를 아끼지 않는 수비 좋은 선수들과 함께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들과 함께 뛰며 수비가 일취월장 했습니다. 빠르기에 비해 최초 타구 판단이나 수비 전술의 이해도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으나 갈수록 노련해졌고, 어느새 부터는 김현수, 민병헌, 정수빈 등의 신예들을 이끄는 위치로 올라섰습니다. 손시헌도 마찬가지 인데, 작은 키, 느린 발을 만회하는 재능과 노력으로 김민호의 자리를 그대로 이어 받았고, 고영민, 김재호, 오재원, 이원석 등 젊은 선수들을 일찌감치부터 리딩했습니다. 이들의 공백은 내외야 수비를 이끄는 리더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NC는 이들로 인해 팀의 수비를 한 단계 도약시킬 노하우를 전수 받을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톱 타자와 장타력의 손실입니다. 현재 두산에서 위기 상황에서 출루를 해 수비를 흔든 다음, 이어서 바로 장타를 때려줄 수 있는 선수는 이종욱과 최준석입니다. 이 둘의 공백을 메울 가능성을 지닌 선수가 있지만,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정수빈은 자신의 가능성을 100% 완벽히 보여주지 못했고, 민병헌은 이종욱이 가진 날카로움이 아직 부족합니다. 홍성흔은 해가 갈수록 장타력이 감소할테고, 오재일은 아직 가능성만 지니고 있습니다.

3.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내야는 지난 2년 간 손시헌 없이 야구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김재호는 1차지명자다운 수비 실력과 공격력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빛나진 않더라도 조용히 팀을 이끕니다. 거기에 개성이 강한 오재원이 함께할 것으로 보입니다. 허경민, 이원석도 안정된 수비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관건은 이들의 백업이 되어야 할 최주환, 윤석민의 수비 실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야 할 것입니다.

외야는 당분간 임재철이 리더 역할을 하며 정수빈, 민병헌에게 안정감을 더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2년간 5억 원에 계약한 FA가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임재철의 경우 잔부상이 많으므로 민병헌이 주전 중견수로써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장타력의 공백은 일단 외국인 선수로 채울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두산의 외국인 선수로 장타력 있는 우타 우익수가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중심타선에서 우타자로써 김현수와 오재일 사이에서 장타를 때릴 수 있는 4번이 필요하고, 또 이 선수는 숫적으로 부족한 외야 포지션을 채워줘여 합니다. 대신 김동주의 공백으로 인한 3루의 장타력 부재는 윤석민와 이원석이 번갈아 가며 채워줘야 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민병헌, 정수빈이 톱타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 주면서 팀 외야 수비의 리더가 되주어야 합니다. 특히 정수빈이 지금 정도에 머문다면 이종욱이 시즌 내내 그리울 겁니다. 또 하나는 팀에서 맷 왓슨이 아닌, 카림 가르시아를 영입해 주어야 합니다. 돈 아낀 만큼 잘 영입해줘야.... (하지만 별 기대가 안 되는 건....)


P. S. 또 다른 여파는?
역시나 2년 앞으로 다가온 김현수의 FA가 걱정입니다. 이거 100억 원으로 잡을 수나 있을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