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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 2연전에서 아쉽게 2연패를 기록한 빙그레

1985년 창단해 이듬해인 1986년부터 1군 리그에 합류한 빙그레(한화의 전신)는 빈약한 선수층과 경험부족으로 ‘꼴찌가 당연하다’는 예상을 들었다. 물론 이상군, 한희민 등 두 기둥투수와 국가대표 출신의 강타자 이강돈이 버티고 있어 파란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1군 무대는 그해가 처음이었다.

4월 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MBC(LG의 전신)와의 개막전은 그래서 MBC의 압도적 우위가 점쳐졌다. 가뜩이나 MBC 선발투수는 4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던 하기룡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MBC의 승리였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시종일관 팽팽한 접전이었다.

MBC는 빙그레 선발 장명부를 상대로 5회까지 6점을 뽑아냈다. 김재박과 차동열은 장명부에 홈런을 뽑아냈고, MBC 타선은 9안타를 때리며 장명부를 압박했다. 반면 빙그레 타선은 하기룡의 호투에 밀려 3회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승부는 이미 MBC 쪽으로 기운 듯했다.

그러던 4회 말. 빙그레는 하기룡을 공략해 역사적인 창단 첫 득점을 올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빙그레는 1대 6으로 뒤지던 5회 말. 고원부의 적시타 등을 묶어 대거 3점을 내며 4대 6으로 따라붙었다. 빙그레의 끈기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8회 초 MBC에 1점을 내줬으나 8회 말 2점을 내 6대 7로 따라붙었고, 다시 9회 초 1점을 내줬지만, 9회 말 무사 1, 2루 동점 찬스를 만드는 등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다.

3번 고원부가 천금 같은 1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빙그레는 7대 8, 1점 차로 따라붙었다. 주자는 무사 2, 3루. 언제든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후속 타자들이 삼진, 우익수 플라이아웃 때 홈으로 들어오던 3루 주자가 태그아웃되며 빙그레는 1군 데뷔전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당시 두 팀의 투·타 기록은 엇비슷했다. MBC는 하기룡-김용수-유종겸-오영일-김태원 등 최고의 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르고도 빙그레 타선에 12안타를 맞으며 7실점했고, 빙그레는 장명부-한희민이 등판해 MBC 타선에 14안타를 맞고서 8실점했다.

정작 두 팀의 승패를 가른 건 수비와 주루 등 ‘세밀한 야구’의 차이였다. 장명부와 한희민이 총 8실점하긴 했으나, 장명부의 자책점은 홈런 2방에 따른 2점뿐이었다. 한희민도 자책점은 1점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5점은 실책에 의한 실점이었다. 이날 빙그레 내야 수비진은 경기 내내 손발이 맞지 않았다. 주루 역시 결정적인 순간마다 빙그레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이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된 장명부는 후기리그까지 15연패를 기록하며 참담한 성적을 냈다.

다음날 대전구장에서 치러진 MBC와의 개막 2차전에서도 빙그레는 8회까지 2대 2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가 9회 초 1점을 내주며 2대 3으로 패한다. 이 경기에서 이상군은 8회까지 7피안타 2실점의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개막 2연전에서 빙그레 타선은 20안타, 10볼넷으로 9점을 올렸다. 경기당 10안타, 5볼넷, 4.5점을 낸 셈이었다. 반면 투수진은 22피안타, 11볼넷을 내주며 11실점(4자책)했다. 경기당 11피안타, 5.5볼넷, 5.5실점이었다.

기록만 놓고 봤을 때 타선은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투수진 역시 2경기 자책점이 5점밖에 되지 않아 ‘실패한 마운드’라고 부르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되레 이상군, 한희민등 걸출한 신인 투수들이 첫선을 보이며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빙그레는 3일 구덕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도 7대 8, 한점 차로 패하며 눈물의 3연패를 경험해야 했다. 당시 빙그레 창단 감독 배성서는 “1승하기가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며 “프로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말로 괴로운 심경을 나타냈다.

마침내 5일 인천구장에서 열린 청보전에서 빙그레는 5대 0으로 승리하며 감격의 창단 첫 승리를 맛봤다. 3연패 뒤 1승이었다.

이해 빙그레는 31승1무76패 승률 2할9푼을 기록했다. 순위는 7위. 꼴찌였다. 그러나 빙그레는 이 시즌을 교훈 삼아 향후 강팀으로 도약하고, 마침내 1999년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쥔다.

* 개막전에서 대승을 거둔 쌍방울

빙그레가 창단 3연패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면 쌍방울은 반대였다. 1군 데뷔 첫 경기부터 돌풍을 몰고 왔다. 공교롭게도 쌍방울의 데뷔전 상대는 빙그레였다.

1991년 4월 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쌍방울과 빙그레의 경기는 애초 ‘형님’ 빙그레의 낙승이 예상됐다. 전해 빙그레는 68승2무50패를 기록한 강팀이었다. 팀 득점이 OB보다 206점이나 많을 만큼 공격력은 리그 1위였다. 여기다 개막전 선발투수는 좌완 송진우였다. 전해 송진우는 11승7패 27세이브 평균자책 1.82를 거두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선 바 있었다.

반면 쌍방울 선발투수는 프로 1군 경험이 전무한 좌완 조규제였다. 당시 빙그레 타자들은 ‘루키’ 조규제에게 “프로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쌍방울 타자들은 송진우의 불펜투구를 보며 “역시 1군 투수답다”는 감탄사를 터트리기에 바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였다. 프로의 쓴맛을 본 쪽은 빙그레였다. 송진우를 상대로 1점도 뽑기 힘들 거라던 쌍방울은 경기가 시작한 지 21분 만인 2회 초 창단 첫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3, 4회에도 1점씩을 뽑으며 빙그레에 3대 0으로 앞서나갔다. 쌍방울의 거센 공격은 5회에도 계속됐다.

OB에서 이적한 김호근은 빙그레 구원투수 장정순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순식간에 점수 차가 6대 0으로 벌어졌다. 쌍방울은 6회를 제외한 매이닝 안타를 기록하며 마침내 개막전에서 빙그레에 11대 0 대승을 거뒀다.

빙그레 타자들이 “각오하라”며 윽박질렀던 조규제는 6회까지 안타 1개만을 맞은 채 무실점 호투로 데뷔전 승리투수가 됐다.

다음날 열린 개막 2차전에서 빙그레는 총력전을 펼쳤다. 경기 전 구단 고위층은 코칭스태프에 “오늘도 지면 각오하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려보낸 터였다. 바짝 독이 오른 빙그레는 ‘에이스’ 이상군을 내세워 7대 1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개막 3차전에선 다시 쌍방울의 불방망이에 위세가 꺾이며 5대 7로 패했다. 개막 3연전에서 2승1패를 기록한 쌍방울은 신생구단답지 저력으로 일순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개막 3연전을 토대로 보면 쌍방울의 공격력은 1987년의 빙그레처럼 수준급이었다. 쌍방울 타선은 개막 3연전에서 31안타, 12볼넷으로 19점을 올렸다. 경기당 10안타, 4볼넷, 6점을 얻은 셈이었다.

마운드 높이도 비슷했다. 쌍방울 투수진은 개막 3연전에서 20피안타, 18볼넷으로 12실점했다. 경기당 6.5피안타, 6볼넷, 4실점한 꼴이었다. 수비와 주루는 빙그레 때보다 더 세련됐었다는 게 당시를 기억하는 야구인들의 회상이다.

개막 3연전에서 인상적 승부를 펼친 쌍방울은 그해 52승3무71패 승률 4할2푼5리로 LG와 함께 공동 6위에 올랐다. 꼴찌 OB와의 승차는 1.5경기 차. 신생구단 쌍방울의 꼴찌를 낙관했던 야구전문가들은 쌍방울의 돌풍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쌍방울 창단 사령탑이었던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은 “지금 생각해도 데뷔 시즌 공동 6위는 대단한 성적이었다”며 “그러나 당시 구단 고위층과 모그룹은 공동 6위가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언제 우승할 수 있느냐’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 NC, 빙그레 쌍방울과 무엇이 같았나

먼저 개막 3연패를 기록하며 높은 1군 벽을 실감했다는 점에선 빙그레와 같았다. 불안한 내야수비 역시 빙그레의 판박이였다. 빙그레는 개막 2연전에서 실책 1개만을 기록했으나, 실책성 플레이는 그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나 내야진은 불안 그 자체였다. 평범한 투수 앞 땅볼에 1, 3루수가 동시에 뛰어들 정도로 기본적인 수비 포메이션조차 지켜지지 않기 일쑤였다. NC 역시 데뷔 3연전에서 무려 8개나 실책을 범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젊은 타자들의 부진도 비슷하다. 빙그레는 데뷔 2연전에서 MBC 투수진을 상대로 20안타를 뽑아냈다. 그러나 20안타 가운데 13안타는 1군 경험이 있는 ‘외부 수혈 선수들’이 생산했다. 7안타만 1군 출전이 처음인 신인선수들의 몫이었다. 7안타도 전대영, 김상국, 김수길이 해결한 것으로 이들을 제외한 신인 타자들은 단 1안타도 치지 못했다.

쌍방울도 같았다. 돌격대(레이더스) 타선은 개막 3연전에서 31안타를 몰아쳤으나, 이 가운데 순수 쌍방울 지명 신인타자들이 기록한 안타는 13개였다. 7안타로 분전한 김호가 없었다면 6안타로 줄었을 일이었다. 쌍방울도 빙그레처럼 개막 시리즈에선 김기태, 김호, 윤혁, 송인호 등 4명의 신인만 안타 맛을 봤을 뿐, 대부분의 안타는 기존 구단에서 넘어온 중고참 타자들이 기록했다.

NC도 예외는 아니었다. 데뷔 3연전에서 NC는 18안타를 기록했다. 이중 안타를 기록한 1군 경험이 처음인 신인타자는 권희동밖에 없다. 그것도 1안타다. 나머지 17안타는 김종호, 김태군, 모창민, 조영훈 등 기존 구단에서 수혈받은 특별지명 선수들과 이호준, 이현곤 등 FA(자유계약선수) 타자들이 해결했다.

마운드 높이가 괜찮았다는 것도 세 팀의 공통점이다. 개막 2연전에서 이상군, 한희민을 선보이며 녹록하지 않은 마운드를 과시한 빙그레와 개막 3연전에서 경기당 4실점한 쌍방울 만큼이나 NC 투수진도 합격점을 받았다. NC의 3연전 평균자책은 3.21로, 선발진 평균자책만 본다면 1.80으로 리그 1위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데뷔 3연전에서 선보인 NC의 실력이라면 데뷔 첫해 성적은 빙그레보단 쌍방울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외국인 선발투수의 구위가 좋고, 시범경기에서 선보인 나머지 선발투수의 구위도 나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여기다 불펜진과 수비 역시 조금씩 안정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역시 타선이다.

NC가 쌍방울의 예를 따르려면 팀 타선이 살아나야 한다. 참고로 1986년 빙그레는 팀 타율 2할3푼6리를 기록했다. 당시 리그 평균 팀 타율은 2할5푼1리. 1991년 쌍방울의 팀 타율은 2할5푼3리로, 당시 리그 평균 팀 타율은 2할5푼6리였다. NC가 최하위에서 벗어나려면 리그 평균 타율과 근접한 팀 타율은 기록해야 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4월 5일까지 리그 평균 팀 타율은 2할5푼9리다. NC의 팀 타율은 1할9푼1리다.
NC 꼭 연패를 끊길!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95&article_id=0000000959

*마지막 줄에 있는 'NC 꼭 연패 끊기를' 부분도 기사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