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야 Universal에서 내놓은 '베르디 전집'을 둘러보는 코너, 마지막입니다.

처음엔 초기작

1. 오베르토, 2. 하루짜리 임금님, 3. 나부코, 4. 롬바르디아 人, 5. 에르나니, 6. 포스카리 집안의 두 사람, (7. 조반나 다르코), 8. 알치라, 9. 아틸라, 10. 멕베드

을 노래를 하나씩, 그 다음 번엔 전성기를 향해가는 시절 및 중년 시절의 걸작들

11. 떼도적, 4-1, 예루살렘, 12. 해적, 13. 레냐노의 전투, 14. 루이자 밀러, 15. 스티펠리오, 16. 리골레토, 17. 음유시인, 18. 동백꽃 아가씨, 19. 시칠리아의 저녁 기도

의 노래를 들었더랬습니다.


이제 명실상부하게 이탈리아 오페라 사상 최고의 작곡가로 자리매김한 베르디의 장년/노년 시절 대걸작들이 차례로 등장할 차례입니다.




20. 시몬 보카네그라 Simon Boccanegra

동백꽃 아가씨의 화려한 세계를 뒤로 하고 뜻밖에 음울한 음악으로 가득한 오페라를 써냅니다. 따라서 그 음악적 완성도에 비해 인기는 영 덜한 작품.


이 판에 실린 음원은 거의 100% 저작권에 걸린 관계로 포스팅이 안 되네요. 아쉬운 대로 다른 판에서 한 곡조 가져옵니다.


분노의 불꽃을 E il furor che m'accende





15-1. 아롤도 Aroldo

전성기 직전의 나쁘지 않은, 하지만 인기는 매우 없는 작품인 '스티펠리오'를 시대적 배경을 바꾼 줄거리에 전면적으로 다시 쓴 음악으로 올렸지만 베르디의 작품 중 바닥을 기는 인기인 현실은 여전합니다.




나름 을씨년스러운 합창 한 곡.

날은 저물어가고 Cade il giorno





21. 가면 무도회 Un ballo in maschera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벌써 제 4의 전성기쯤을 맞이하는 기분이 듭니다. 정말 대단한 인물...

프랑스의 그랑도페라Grad d'opéra의 영향을 받아 엄청난 스케일의 작품들을 쏟아내지요. (프랑스 오페라가 그렇듯 허장성세란 느낌도 좀 있긴 하지만요)

멋진 노래가 가득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 이후로 베르디 오페라에 거의 등장하지 않을 바지(여성이 남자 역을 맡아 노래하는 역)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시지요.

누구의 가면을 알고 싶으신가요 Saper vorreste di che si veste





22. 운명의 힘 La forza del destino (페테르부르그 판)

러시아 황제의 부탁을 받고 페테르부르그에서 초연한 작품. 이탈리아 오페라 특유의 피튀기는 치정살인극이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막장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부르는 노래치고는 참 좋네요.


나 여기 왔네! 감사합니다, 오 주여! Sono giunta! Grazie, o Dio!





22-1. 운명의 힘 La forza del destino (밀라노 판)

러시아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난 6년 뒤 줄거리에 약간 손을 본 뒤 스칼라 극장에서 재초연한 판입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애비고 오래비고 따질 것 없이 죽고 죽이는 막장 드라마인 건 여전.




베르디의 관현악곡 중에서는 '아이다'의 개선행진곡과 더불어 아마도 가장 유명한 선율이 아닐까 싶은 서곡으로 올려봅니다.

서곡






23. 돈 카를로 Don Carlos (파리 판)


53세의 베르디가 실러의 대작 희곡을 원작으로 하여 파리 공연을 위해 프랑스어를 쓴 5막 짜리 그랑도페라로 태어난 대작 중 대작. 이 작품을 정점으로 하여 베르디의 오페라 세계는 마침표를 찍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아바도 판은 100% 저작권 제한이 걸려서 재생이 안 되는 관계로 다른 불어판에서 한 곡조. 노래만 들어서는 젊은 아내에게 배신당했다며 한탄하는 연민에 휩싸인 가엾은 늙은 왕일 거라고 생각한 인물이 실은 펠리페 2세였다는 게 함정.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 Elle ne m'aime pas





24. 아이다 Aida

이탈리아의 국민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물러나 있어 보였던 베르디에게 이집트 정부가 수에즈 운하 건설  및 오페라 극장 건립 기념을 위한 오페라를 거액을 제시하며 위촉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작품이 '아이다'.

애초에는 베르디 본인이 그리 내켜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인가, '아이다'의 인기는 최고이지만 과연 이것이 작품으로서도 최고인지는 조금 의문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도...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타이틀 롤인 아이다도, 그녀의 연인 라다메스도 아니고 이들을 시기/질투하는 암네리스 공주라는 데 동의하실 분이 제법 있을 거라 믿습니다.

카라얀의 오페라 음반을 떵값으로 내놓는데 그리 인색한 Decca가 웬일로 이건 카라얀 판으로 집어넣었군요.


암네리스vs라다메스 Già i Sacerdoti adunansi




23-1. 돈 카를로 Don Carlo (밀라노 판)

일선에서 은퇴하여 유유자적하던 베르디, 심심했을까요. 15년도 넘은 옛 작품을 70 노구를 이끌고 이탈리아어를 쓴 4막판으로 개정하여 스칼라에서 초연합니다.

덕택에 돈 카를로의 판본은 그야말로 개족보가 되었다는 사실-_-




싸나이들의 우정을 노래하는 2중창입니다. 여기서 비누 냄새를 맡으려는 분은 즈질.

우리의 영혼을 타오르게 하신 주여 Dio, Che Nell'Alma Infondere




25. 오텔로 Otello


73세의 노인네가 옛 작품의 개정판도 아닌 신작을 들고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 이는 아마도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들고 온 작품은...

최고의 극작가가 쓴 최고의 원작, 최고의 오페라 대본 작가가 쓴 최고의 대본,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가 쓴 최고의 음악.

이탈리아 음악가들이 쓴 셀 수 없이 많은 오페라 중 '최고 걸작을 단 하나만 꼽아보라'는 무리한 요구를 받는다면 아마도 이 작품이 뽑힐 겁니다.




하지만 이 훌륭한 음악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가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

간악한 Universal은 여기서도 결국 카라얀의 그 유명한 데카 반을 수록하기 거부했습니다. (여기 실린 정명훈의 음반이 구리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데스데모나가 남편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에 부르는 노래 고작 하나로 대신하기는 좀 아쉽지만.


아베 마리아 Ave Maria




26. 팔스타프 Falstaff

'오텔로'가 정말 마지막 작품이 될 줄 알았는데, 80세의 노인 베르디는 많은 이들을 또 경악시킵니다.

거기에다 '오텔로'와는 정 반대의 유쾌상쾌통쾌한 작품이 느닷없이 등장했다는 데서 한번 더 경악을.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노인이 '인생 뭐 있나'는 깨달음을, 대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의견에 따르면

'단 세 개의 음표로' 표현한 작품.



80세 노인의 깨달음이 담긴 베르디 최후의 오페라의 최후의 선율입니다. 이건 정말 마지막.


세상은 전부 장난 같은 것 Facciamo il parentado




=============

그의 오페라는 여기까지이지만,


진혼 미사 Requiem

베르디가 60세에, 즉 '아이다'보다 조금 뒤에 태어난,

오페라가 아니면서도 어떤 오페라보다도 오페라다운 그의 '진혼 미사곡'을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나를 구원하소서 Libera me 中




그 외 이런 소소한 판들이 실려 있지만 오페라와는 거리가 조금 있는 관계로 걍 넘어가도록 하지요....

이걸로 베르디의 오페라 전 작품을 딱 한 곡씩만 들어보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