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희의 현장 속으로] 두산·넥센 “2% 부족한 선수끼리 바꿔보자”
- 작성일
- 12-07-09 18:32
본격적인 트레이드 신호탄인가. 7월 9일 두산과 넥센은 외야수 이성열(29)과 내야수 오재일(27)의 1대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트레이드 직후, 두산 관계자는 “팀 전력강화와 미래 자원확보 차원에서 이성열을 내주고 오재일을 영입했다”며 “오재일을 폭넓게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넥센 관계자 역시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즉시 전력감인 이성열이 필요했다”며 “코칭스태프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이성열이 외야수나 지명타자로 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 팀은 이번 트레이드에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넥센, 두산 “2% 부족한 선수끼리 바꿔보자”
이성열과 오재일의 트레이드가 논의된 건 6월 말이었다. 넥센 관계자는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3연전에서 두 팀 감독이 처음 트레이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넥센 김시진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은 “팀 분위기 쇄신과 전력강화 차원에서 트레이드를 시도해보는 게 어떠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팀 감독은 야수를 중심으로 트레이드 논의를 진행했다. 그때 나온 이름이 이성열과 오재일이었다. 김시진 감독은 평소 이성열을 관 심있게 지켜봤다. 넥센에 부족한 중장거리 좌타자인데다 기본적인 타격자질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특히나 올 시즌 이성열이 넥센전에서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한 게 강렬한 인상으로 작용했다.
김진욱 감독도 오재일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시즌 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넥센과의 연습경기를 치를 때부터 오재일을 눈여겨봤다. 공교롭게도 당시 오재일은 두산 투수들을 상대로 맹타를 휘둘렀다. 김 감독은 “파워 넘치고,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말로 오재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6월 26일 목동구장에서 넥센전을 준비하면서도 타격연습 중인 오재일을 보며 김 감독은 “잘만 다듬으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두 선수의 단점도 있었다. 이성열은 타격은 어느 정도 검증됐지만, 외야 수비가 약하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두산 코치들은 “시력이 좋지 않아선지 타구판단이 다소 미숙하다”고 지적하곤 했다. 반면 오재일은 1루 수비와 파워는 인정하나, 타격정확성이 부족하고, 근성이 떨어진다는 게 흠이었다.
그러나 두 감독은 이성열과 오재일의 단점이 오히려 팀을 바꾸면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넥센 관계자는 “목동구장은 잠실구장보다 펜스 거리가 짧다. 이성열의 큰 외야타구가 잠실구장에선 플라이로 잡힐지 모르지만, 목동구장에선 홈런이 될 수 있다”며 “잠실구장의 광활한 외야에서 상대적으로 그보다 작은 목동구장 외야에서 뛴다면 수비 부담도 한결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재일도 마찬가지였다. 두산 관계자는 “우리 팀은 근성있는 플레이로 유명하다. 두산의 팀 분위기가 오재일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8개 구단 홈구장 가운데 가장 펜스 거리가 먼 잠실구장에서 오재일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길 기대했다”고 밝혔다.
결국 두 감독은 “2% 부족한 선수들끼리 바꿔보자”며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그리고서 오재일과 이성열의 맞트레이드를 구단에 건의했다. 두 구단은 감독의 의사를 받아들여 트레이드를 조율했다.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언제 발표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마침 두산은 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넥센도 3연패 뒤 3연승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두 팀은 “전반기 종료와 함께 트레이드를 발표하자”고 입을 맞췄다. 하지만, 트레이드를 질질 끌다가 자칫 무산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9일 전격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두산이 밑진 장사? 두산엔 손해 없는 장사!
넥센은 “두산은 1루 백업자원이 필요했기에 오재일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두산은 “김동주의 1군 복귀가 다소 길어지고 있다”며 “오재일을 1루수 혹은 대타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역시 “이성열이 넥센에서 꼭 필요한 중장거리 좌타자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란 자세다. 넥센은 “이성열 영입으로 우타자 일변도의 중심타선에 힘이 붙을 것”이라며 “외야수나 지명타자로 자주 출전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넥센 측은 이번 트레이드를 “깔끔한 트레이드였다”고 평가했다.
“많은 팀이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두고 활발하게 트레이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 팀에도 ‘트레이드를 하자’고 제안하는 팀이 있다. 그러나 ‘현금을 줄테니 선수를 달라’는 식이다. 물론 과거 우리 팀이 현금 트레이드를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우리의 목표도 포스트 시즌 진출이다. 당연히 현금보단 전력보강이 최우선이다. 몇몇 팀이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다면 두산은 처음부터 ‘선수대 선수’ 트레이드를 이야기했다. ‘가능한 서로가 ‘윈(win)-윈(win)’할 수 있는 트레이드를 하고, 선수들에게도 트레이드가 기회로 작용하게끔 만들자‘고 했다. 우리라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트레이드는 ‘깔끔한 트레이드였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선 이번 트레이드를 두고 두산이 ‘밑진 장사를 했다’고 본다. 하지만, 트레이드 결과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나 올 시즌 두산 트레이드는 그 이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6월 17일 두산은 포수 용덕한(31)를 내주고, 롯데로부터 투수 김명성(24)를 받았다. 당시 대부분의 야구전문가는 이 트레이드를 “두 팀 모두에게 유익한 거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는 경찰청에 입대한 백업포수 장성우의 공백을 메우고, 두산은 불펜진 강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두산의 고민이 숨어 있었다. 대개 베테랑이 2군에 오래 있으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동기의식을 부여받지 못한 베테랑은 불만이 쌓이게 마련이다. 그 불만이 훈련 태만과 선수단 갈등으로 불거지게 십상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을 ‘적금’으로 오인하는 이들이 있다”며 “적금이야 만기가 되면 목돈으로 돌아오지만, 프로야구에선 적금처럼 2군에 있는 선수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가치만 떨어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올 시즌 두산은 주전포수 양의지가 물이 오른 상태고, 경찰청에서 최재훈이 돌아왔다. 여기다 고려대 출신의 신인 박세혁이 가세하며 불펜포수진은 더 탄탄해졌다. 용덕한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용덕한은 불평을 늘어놓는 선수가 아니었다. 2군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했다.
그러나 한창 뛰어야할 나이의 용덕한이 계속 2군에 있는 건 구단 입장에서도 미안한 일이었다. 결국 두산은 팀의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고,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했던 용덕한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롯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실 두산은 이전에도 현역생활을 포기하려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김성배, 최승환, 유재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세 선수는 두산 2군에서 동기의식을 상실한 채 표류했다. 그럴 때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연말에 있을 2차 드래프트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포기하지 말고, 훈련을 계속하라”고 독려했다. 결국 세 선수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최승환), 롯데(김성배), SK(유재웅)를 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모 구단 운영팀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구단이 ‘트레이드를 통해 다른 팀으로 간 선수가 잘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우려 때문에 트레이드에 소극적이다. 단장, 사장들도 트레이드 실패에 따른 불똥을 맞을까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두산은 오히려 ‘다른 팀으로 간 선수가 잘하면 전체 리그의 균형발전에도 좋은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우리가 영입한 선수가 이전보다 더 잘하도록 도와주는 데만 신경 쓰겠다’는 태도다.
물론 그 배경엔 ‘그 선수를 보내도 다른 선수가 충분히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두산 특유의 자신감이 있다. 실제로 용덕한, 이성열을 다른 팀으로 보냈지만, 두산엔 두 선수 정도의 자원은 충분하다. 특히나 두산 단장, 사장은 오랜 프런트 경험으로 트레이드 득실을 잘 계산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마냥 손해만 감수한 채 선수들을 내줬다고 보면 오산이다.
어쩌면 두산은 공백이 크지 않은 이성열을 내주는 대신 오재일이 박병호(넥센), 김상현(KIA)처럼 로또가 되길 기대하는지 모른다. 트레이드가 실패로 끝나도 충격은 적고, 성공하면 대박을 치는 지금의 트레이드는 결코 두산이 손해볼 장사는 아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7월 31일
넥센은 “트레이드 시장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말로 추가 트레이드를 시사했다. 넥센 관계자는 “우리는 항상 카드가 준비돼 있다”며 “카드만 맞으면 바로 트레이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 역시 트레이드에 적극적이다. 팀 전력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트레이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두 팀뿐만 아니다. 여러 팀이 물밑에서 트레이드를 논의 중이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은 7월 31일이다. 야구팬들이 깜짝 놀랄 트레이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이성열이 2%부족한 건 알겠는데
오재일이 과연 2%뿐인지...+_+
- 게시물이 없습니다.
- 게시물이 없습니다.
-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