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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태어나서 가장 가까이서 본 타이거즈 선수는 '송구홍'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번, 군대 면회때 당직이어서) 두 번째로 가까이서 본 선수는 이종범이었는데...... 그에겐 미안하지만 첫 인상은 딱 '범죄형'이었다. ^^ 구름낀 날씨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있는 주름이랑 주름은 전부 다 구겨논 상태로 광주구장 앞 조그만 다리를 총총걸음으로 건너가던 그의 모습은 '똥마려운 사람'의 표정. 딱 그거였다. 훈련이었는지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500미터 정도 떨어진 운남고가까지는 그러고 가는것 같았다. '인상좀 펴지...' 그 이후로 난 그를 '안면불만증 환자'라고 불렀다. 지금도 그렇고... 93년도의 신인왕은 양준혁이었다. 대두전설 양준혁. -.-;; 난 삼성팬이었고, 당시 삼성이야 잘해야 다크호스 정도로 여겨지는 전력의 팀이었기에 상무에서 왠만한 까까머리 투수들은 상대가 없었다는 그의 입단은 한줄기 빛과 같았다. 나는 당시에 광주에서 쬐만한 공장에 다니고는 있었다. 때문에 똥방위 3번타자에 4할 가까운 타율을 보였었던 그의 활약을 직접 지켜볼 수는 없었다. (당시 방위는 해당 지역 경기만 출전이 가능했었죠) 대신 그보다 더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단 나의 원수팀 해태 타이거즈의 이종범은 볼 기회가 많았지만서도... (난 이걸 원했던게 아냐~~~~~ -.-;;) 초반까지, 이종범의 패넌트 레이스 성적은 그저 그랬다. (그만큼 우리 준혁 형님의 성적이 죽여줬다는 거지...^^) 뭐 도루가 70개를 넘어서 당시 삼성 팀도루와 맞먹긴 했지만 2할 8푼, 16홈런 정도는 어느팀 1번이라도 가능한 것 아닌가? 무섭다면야 오히려 선동렬이나 이순철이 더 했지. 더구나 신인왕을 다툴 것이라는 엘지의 이상훈도 뚜껑을 열어보니 별거 아니었다. 고작 10승으로는 신인왕 경쟁에서는 싸요나라 아닌가! 아무튼 솔직한 이야기로, 이종범을 재껴버렸다(!!!)는 사실은 그다지 감동적인게 아니었다. 오히려 삼성은 예상외의 탄탄한 전력을 보이며 선전했었고 김성래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객관적으로 다소 떨어지는 기록에도 불구하고 MVP를 거머쥐었었다. 2위로 시즈을 마감했던 삼성팬에게 93년은 정말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한해였던 것이다. 적어도 한국 시리즈에 올라가기 전까지 였지만......... 오비를 깨고 올라온 엘지와의 플옵. 적지에서 두 경기씩을 나눠가진 양팀은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끝에 삼성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이제 남은것은 영원한 앙숙이자 공포의 실질적인 잠실의 주인이었던 해태 타이거즈였다. 하지만 그해 만큼은 지지않을 자신이 있었고, 선수들의 플레이 또한 그것을 보여주는듯 했다. 그런데 딴지는 막상 딴데서 들어왔다. 정규시즌에 중소규모 삽질을 일삼던 엘지의 야생마 이상훈이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3차전인가?) 기적의 피칭을 보여준것이다. 씨네루 왕창 먹은 그의 몸쪽 직구는 강기웅-양준혁-김성래-이종두-유중일 등이 버틴 막강 삼성 타선은 단 1안타로 셧아웃 시켜버렸다. 하지만 더 큰 일은 그 1안타가.... 포수가 1루에 슬라이딩으로 만들어낸 내야 안타였던 것이고, 그는 그 와중에 손가락이 '똑'하고 부러져버린 것이다. '박선일'이라는 백업 포수는 어깨 하나만큼은 누구보다도 좋았다고 기억하기에, 때문에 엘지의 기동력을 봉쇄하려 기용되었기 때문에 그 타격은 기대도 안했지만, 그의 안타로 노히트를 면한 대신 '이종범'이라는 스타 탄생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며칠 후에 있을 그 희대의 사기극(!!)을 당시엔 몰랐지만...... 잠깐.. 여담이지만 몇마디 하자면 난 70개가 넘는 도루를 어떻게 기록했는지 궁금해오던 도중, 그의 경기를 본 적이 있다. 당시 롯데의 1루수는 '자갈치 김민호' 였는데, 볼넷으로 출루한 이종범이 김민호에게 웃으면서 몇마디 하는 것이었다. 김민호 역시 웃으면서 포수를 함 쳐다보고 뒤를 돈 순간......... 이종범 온데간데 없고 2루 베이스에 꼬꾸라져 있었다. 물론 세이프였고...... 그게 이종범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93년의 우승은 타이거즈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난 그때 처음 한 사람의 타자에게 충격과 공포를 경험했다. 애송이 이종범한테 말이다........ 삼성의 투수진은 김상엽, 김태한, 박충식, 성준.. 이런 식이었다. 물론 조계현과 선동렬이 버틴 투수진에는 못미치지만 나름데로 내실있는 구성이었다. 타력은 만만하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좋은 승부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4차전까지는 그러했다. 하지만 내가 위에 고려했던 것 중 빠진게 있는걸 여러분은 알꺼다. '기동력'이다. 하지만 난 내가 실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태를 살리고 삼성을 침몰시킨건 당시 해태의 기동력이 아니라 이종범의 천재성이었기 때문이니까. 4차전까지 2승 1무 1패면 상당히, 아니 아주 유리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선동렬을 노 디시즌 경기를 통해 완전히 탈진시켰고 4차전에서 김태한이 기적의 완봉승을 거뒀으므로 타격이 살아나기만 하면 우승은 이제 몇 걸음 앞이었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때 이상훈이 뒷발로 스~윽 할퀴고 간 상처가 덧나기 시작했다. 바로 박선일의 공백.... 이종범을 단순히 발만 빠르다고 기억하는 사람, 어깨만 강하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 기억은 좀 다르다. 녀석은 투수에 따라 리드폭이 다르고, 카운트에 따라 취하는 모션이 다르고, 유격수에 따라 슬라이딩하는 자세가 다르다. 뭐.. 모든 주자들에게 공통적인 덕목이라고 하면 할말 없다. 하지만 이건 어떤가? 그는 반드시 성공시킨다! 삼성의 내야진은 공포에 휩싸였다. 누상에 주자만 나가게 되면 어이없게도 외야수들까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종범이의 안타가 나오게 되면 투수보다 오히려 야수들이 더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연쇄부도 효과라고 해야하나? 이젠 이종범이 아닌 이순철, 심지어 김성한이 출루했을때 조차도 마찬가지로 노이로제 현상을 보였다. 그것은 강한 어깨를 가졌던 우익수 이종두가 이순철의 짧은 플라이를 놓쳐버린 것으로 증명이 됬고, 에이스 김상엽을 올려 필승을 다졌던 삼성의 5차전은 그렇게 넘어갔다. 그리고 그것은 시리즈 내내 계속될 운명이었다. 이종범이 감염시킨 바이러스는 바로 '결코 주자를 내보내서는 안된다'는 압박감이었고, 이것은 단순히 안타를 맞지 말아야 겠다는 기본적인 프레셔와는 아주 다르다. 투수가 무결점의 피칭을 자신에게 강요해야 한다는 점이었으니까. 그리고.. 삼성 투수진들은 우수하기는 했으나, 그당시 선동렬이나 가능했던 그 요구조건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적어도 그들은 인간이니까..... 이만수의 땅볼로 해태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한국 시리즈 최우수 선수 역시 이종범에게 돌아갔다. 난 당시 몰랐다. 이종범이 한국 시리즈 최우수 선수가 됬는지 여부조차도 말이다. 난 그에게 시즌 MVP를 주는 것이 당연한게 아닌가 착각했었으니까. 내게 그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것은 그가 내 사랑, 나의 팀 라이온스를 밟고서 완전히 다른 선수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 순간.... 평범한 선수와 수퍼 천재들의 경계를 내게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그 두번다시 없을 시기에 그를 지켜봤던 것이 증오스럽기는 하지만.... (-.-) 그 이후 그의 기록은 말하기 귀찮다. (괜히 나 자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 하지만 '만약'이라는 단서를 달고 그를 평가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항상 자신만의 지옥에 산다고, 그 당시에도 허접한 넘들은 그대로였고 스타들은 스타였다. 그의 플레이는 단순한 수식어로 폄하되거나 상쇄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만약' 따위의 수식어를 가지고 그를 평가한다면, 나 또한 이렇게 말해주겠다. '만약 당신이 200세까지 산다고 가정을 해도, 이종범같은 플레이는 다시 못볼 것이다!' 라고... 때로 친구들과의 논쟁에서..... 두 사람을 비교대상이 될때면 난 항상 '조까!' 라고 답하곤 한다. 승엽이가 현재진행형의 칼 말론이라면 종범이는 내 기억속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그리고 그 공포는 아직도 내게 남아있다고... ps) 한 30년 후에 기록지를 덮어 버리고... 눈을 감고 생각을 한다해도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바로 이놈일겁니다. 쥐길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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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런식으로 추억할수밖에 없겠네요.

뭐.. 기록으로 이승엽이 추월해 버린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고..

누적으로도 양준혁에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93~97 가장 위대했던 야구선수 이종범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내 마음속 최고의 선수로서 죽을때까지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훗날 아들내미와 손잡고 야구장에 가서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네요.

'저기 저 감독석에 앉아있는 양반이 바로 니가 하는 게임속의 판타지 스타 이종범이다' 라고 말입니다..